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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cost of haircut

출근길에 있는 미용실 커트 가격이 작년부터 줄기차게 오르더니 오늘은 17,000원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커트 비용이 책값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찮은 대안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 히토츠바시 국제경영대학원의 구스노키 켄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머리가 벗겨지는 자신의 대머리화 과정을 고민하던 중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머리 전체를 짧게 깎는 방법으로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바리깡”이라고도 하는 삭발기(hair trimmer)를 이용해서 3mm 길이로 머리를 스스로 밀어버렸는데 덕분에 약 13년째 이발소에 가지 않고 있다고 그의 책 “경영센스의 논리”(pp76-88)에 적고 있다. 샴푸의 양도 적게 들고 말리는 시간, 손질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장점이라고.

국제경영대학원의 교수도 그렇게 하고 다니는데 나도 짧게 밀고 다니면 어떨까 싶어 길에서 머리 짧은 남자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머리를 짧게 밀고 다니는 사람이 주는 인상은 “외로워 보인다”였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과 어울려 일하기 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머리를 짧게 밀고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다. 그러고 보면 머리를 밀고 다니는 사람끼리 여러 명 같이 다니는 경우는 (종교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머리를 커트하고 샴푸로 감고 손질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과정에서 지불하는 비용의 일부분이다. 양복을 드라이해서 입고 구두에 광을 내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한 사회나 공동체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기준에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셈이다. 이 기준은 자신이 어떤 사회 조직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같은 조직 내에서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회 활동에 수반되는 비용의 지출 덕분에 생겨나는 시장이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역에서 경제 활동을 유지하고 있으니 무턱대고 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리라.

1-2개월 두문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시험삼아 머리를 밀어볼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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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지 않은 책

국지성 호우를 잔뜩 머금은 시커먼 먹구름이 서울을 뒤덮었던 오늘, 퇴근길 대형서점에서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둘러보았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읽은 책으로만 가득한 서재는 매력이 없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미 읽은 책보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한 것을 읽고 깜짝 놀랐었는데 최근에 읽은 제임스 바크의 “공부와 열정”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눈여겨 보았다.

“현재 서가에는 책이 2000권 정도 꽂혀 있는데 대부분 아직 안 읽었다. 이는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대기하는 책들이다.”

—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공부와 열정, 민음사, p198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은 서점과 도서관에 꼽혀 있다. – – –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명저 패턴랭귀지(A Pattern Language)가 드디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음을 보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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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 in Peace, JW Choi (2004-2013)

After enduring 160 days of being in the state of coma following a choking accident, JW Choi, a 9-year old boy whom my family had known rather closely, has finally gone home to be with his Heavenly Father. May God comfort the rest of his family.

“자식은 절대 떠나보내질 못해. 절대로. 가슴에 묻어둘 뿐이지.”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간),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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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 똑똑한 식스팩

극장에서 외화를 볼 때 심심찮게 마지막에 뜨는 “번역 이미도”라는 자막을 보면서 도대체 저 여자는 누구이길래 영화 번역을 도맡아 하는 걸까 의아해 했다. 그 주인공이 남자임은 훨씬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 남자가 영화 번역 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창의적 사고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의 “픽사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훔쳐라“라는 제목의 강연(일정이 겹쳐 참석은 못했음)과 그의 최근 저서 “똑똑한 식스팩“을 통해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영화 번역을 10년 넘게 한 사람다운 영화에 대한 애정, 단어 선택에 대한 민감함, 문구나 표현의 원전(original source)을 존중하는 태도, 의미를 확장하고 수렴하면서 표현의 대안을 찾는 재능 등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앞서 읽은 “공부와 열정“의 저자 제임스 바크와 많이 닮은 인물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제가 스스로 선택해서 그것에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좀 길게 고백하자면, 저의 아버지는 저를 간섭하지 않았습니다.[…]간섭을 안 받았기 때문에 저의 꿈과 부모의 꿈이 충돌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 이미도 지음, 똑똑한 식스팩, 디자인하우스, pp 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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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마커스 바크, 공부와 열정

‘갈매기의 꿈’을 쓴 작가 리처드 바크의 둘째 아들인 제임스 마커스 바크가 쓴 “공부와 열정“이라는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원제는 Secrets of a Buccaneer-Scholar: Self-Education and the Pursuit of Passion인데 이를 직역하면 ‘해적 학자의 비밀: 자기교육과 열정의 추구’쯤 되겠다.

저자는 본래 학습에 대한 열정이 강한 아이였지만 공립학교의 경직된 교육 방식에 대한 강한 반발심과 아울러 가정의 복잡한 사정–이혼하여 멀리 떠난 아버지는 대학 학비를 지원해 줄 형편이 못 되었고 새아버지와는 성격차이로 다툼이 있어 집을 나와 혼자 하숙을 하는 처지였다–으로 인해 16살 때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는 이후 독학으로 20세에 애플컴퓨터사의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의 전문가로서 저술, 강연, 컨설팅 등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떻게 학교라는 제도권 밖에서 마치 해적과도 같이 독립적이면서도 모험적으로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를 탐구하고 지식을 키우며 전문성을 넓혀갔는지를 소탈하게 이야기해준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갈등과 고민들, 특히 학교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솔직하게 적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끔찍하고 쓸데없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 그건 바로 내 머리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는 자괴감이었다. 이 때문에 공부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많이 허비했다. 결국 난 사납지만 쉽게 기죽는 아이로 변해 버렸다. 어려워 보이는 과목이 있으면 내 두뇌의 한계를 확인하는 게 두려워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공부와 열정, 민음사, p152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아이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그 복잡한 사연과 속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다 파악하고 적절히 보듬어 줄 수 있단 말인가.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교 학위나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장 조차도 없이 실력을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의 전문가로 입지를 구축한 저자의 독특한 경험과 성장 과정은 매우 희귀한,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그가 학교라는 제도적 프로그램 밖에서 독자적인 학습 방식으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졸업장 또는 학위라는 인증과정을 거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 이전에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것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것에 대해 단순한 호기심 충족 수준의 학습의 방편으로 구글 검색을 하고 끝내는 수준을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방법과 진지한 태도로 지적 탐구를 해야겠다고 반성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팅 분야의 전설적인 인물 제럴드 와인버그의 책들을 강력 추천했길래 Weinberg on Writing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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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k Franklin, I Smile

“You look so much better when you smile.” — from Kirk Franklin’s music “I 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