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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카 이쿠지로, 생각을 뛰게 하라

노나카 이쿠지로(野中 郁次郎) 교수는 지식경영이라는 주제를 다룬 The Knowledge-Creating Company라는 책으로 유명한 경영학자다. 그가 저널리스트 가쓰미 아키라(勝見 明)와 함께 저술하여 2010년에 출간한 “イノベーションの知恵” (이노베이션의 지혜)가 “생각을 뛰게 하라: 뜻밖의 생각을 뜻대로 실현시키는 힘”(양영철 옮김, 흐름출판)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나의 사고 경향이 “숙고적 사고”에 치우쳐 있음을 반성하면서 어떻게 하면 “행동적 사고”로 전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서점에서 이 책과 마주쳤다. 책 표지에 “행동하며 생각하는 동사적 사고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쓰인 글이 눈에 띈 순간 “이 책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점을 들러보다가 왠지 “느낌”이 오는 책은 일단 제목을 적어 놓았다가 나중에 일괄 주문하는데 후회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 책은 일본에서 일어났던 아홉 가지 이노베이션 사례를 소개하고 그 혁신 과정 속에 있었던 생각의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일어난 혁신을 짧은 지면에 소개하느라 생략과 과장과 단순화와 확대해석이 불가피했겠지만 어쨌거나 소개된 혁신 사례들이 흥미진진하다. 책에 소개된 혁신 사례 아홉 가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아사히야마 동물원 – 문닫을 뻔한 지방의 동물원을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변신시킨 이야기
  2. 호리카와 고등학교 – 교육 과정을 혁신하여 1년만에 국공립 대학교 진학률을 6명에서 106명으로 올린 고등학교 이야기
  3. JR히가시니혼의 에큐트 – 전철역 구내를 고객이 머무는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여성 팀장의 이야기
  4. 도요타 iQ – 세계에서 가장 작은 4인승 자동차를 개발한 이야기
  5. 노랑어리연꽃 프로젝트 – 죽어가는 호수를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고졸 학력의 환경운동가 이야기
  6. 사회복지법인 무소 – 장애인의 자녀라는 설움을 겪으며 자란 주인공이 결국 장애인 재활 훈련 프로그램의 새로운 틀을 성공적으로 설계한 이야기
  7. 사이슌칸 제약소 – 전직원이 하나의 거대 공간 안에서 일하도록 사무환경을 설계한 화장품회사 이야기
  8. 주식회사 이로도리 – 나뭇잎을 팔아 노년층으로 이뤄진 지방 경제를 일으킨 농협 영농 지도원 이야기
  9. 긴자 꿀벌 프로젝트 – 일본의 상업 중심지인 긴자 도심 한가운데서 양봉에 성공한 이야기

저자가 실천적 삼단논법이라고 이름붙인 목적-수단-행동이라는 사고의 틀도 꽤 설득력이 있다.

실천적 삼단논법: (1) 대전제: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다. (2) 소전제: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3) 결론: 실천을 위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 노나카 이쿠지로, 가쓰미 아키라 지음, 양영철 옮김, 생각을 뛰게 하라, 흐름출판, p34

여러 혁신 사례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은 그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는 점.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할 때,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벌일 때 마주치게 되는 조직의 저항과 고정관념의 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에너지과 고집이 필요함을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힘들었던 것은 구상한 것들을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얻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죠. 정말 힘들었습니다.”

— 같은 책. p68. JR히가시니혼의 에큐트 프로젝트 책임자 가마타 유미코의 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서 문장을 꼭꼭 씹어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과 궁금한 마음에 빨리 끝까지 읽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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