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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로빈슨, 좋은 사람 콤플렉스

듀크 로빈슨(Duke Robinson) 저/유지훈 역,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사람 콤플렉스 : 착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9가지 이유, 소울메이트

원제는 1997년 출간 당시 Good Intentions: The Nine Unconscious Mistakes of Nice People 이었는데 2000년에 소프트커버(paperback) 판으로 재출간하면서 “Too Nice for Your Own Good“: How to Stop Making 9 Self-Sabotaging Mistakes 로 바뀌었다.

미국 Amazon.com에 유사한 주제의 책이 즐비한 것을 보면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착한” 이미지에 눌려 사는 사람들이 서양에도 많은가보다. 이 책은 좋은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아홉 가지 특징을 열거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각 장 말미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묘한 말을 반복하고 심지어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의 끝에도 “물론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이것이 좋은 의미인지 안 좋은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치 한번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음을 의미하는 듯한, 마치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는 으시시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나는 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열 처녀 비유를 읽을 때마다 기름이 떨어져 곤경에 빠진 동료들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슬기 있는” 다섯 처녀의 태도에 대해 ‘뭐야 그래도 너무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 편이 항상 불편했다.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그 중에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지라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새 소리가 나되 보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 하매 이에 그 처녀들이 다 일어나 등을 준비할새 미련한 자들이 슬기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우리 등불이 꺼져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 달라 하거늘 슬기 있는 자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와 너희의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 하니 저희가 사러 간 동안에 신랑이 오므로 예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 그 후에 남은 처녀들이 와서 가로되 주여 주여 우리에게 열어 주소서 대답하여 가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너희를 알지 못하노라 하였느니라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를 알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25:1-13

‘슬기 있는’ 이 다섯 처녀는 별로 ‘착한’ 것 같지 않은데 어쨌거나 인정받은 것은 이들이므로–내가 마음 한 켠에서 불편하게 여기는 것과는 무관하게–이들의 사고방식에서도 뭔가 배울 것이 있음이 분명하다. 아마도 (친절과 나눔은 원칙적으로 전제되어야 하지만) 결정적으로 타협이 불가능한 특정 영역에서는 타협이나 동정의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는 헨리 클라우드의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녀 양육을 읽어봐야겠다.

2 replies on “듀크 로빈슨, 좋은 사람 콤플렉스”

책의 제목과 부제를 볼 때…제가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라 생각되네요…
집사님의 블로그를 통해 생각 없이 지내던 일상들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감사드리며 평안하세요

목사님 반갑습니다. 멀리서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일 것 같습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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