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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공격성에서 벗어나기

수동 공격성(passive aggressive behavior)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부모들이 자신들의 갈등 때문에 독단적이거나 공격적이면 자녀들이 정상적인 자기주장을 표현할 수 없게 되어 분노를 비뚤어진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즉, 겉으로는 공손하고 양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능함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억압자를 응징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백과
일단 삶에 대해 수동 공격적 태도를 가지게 되면 싫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주어진 상황을 온전히 수용하지도 못하게 되어 정신적으로 헤어나오기 어려운 외식의 늪에 빠지게 된다. (왠지 학습된 무기력과도 닮은 듯하다.)
“환자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적개심의 표현방법으로 수동적인 형태를 취합니다. 예를 들면 의도적으로 게으름을 피우거나, 눈에 보이지 않게 훼방을 하거나, 옹고집을 부리거나 비능률적으로 행동하는 등의 교묘한 수단을 사용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알맞은 일을 요구해도 저항을 잘 하며 맡은 업무가 지연된 데 대해서는 핑계만 찾으려 하므로 사회생활에서도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백과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이 있다.
“역동적 심리학에서는 정신적인 결함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은 당사자가 성장할 때 상당기간 화목하지 못한 가정 분위기를 경험했거나, 보호자들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 했거나, 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요구조건이 많았던 부모 아래에서 늘 억압감을 느끼며 살았기 때문에 평소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자유스럽게 표현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강기호, 호주 한인카운셀링연구소, 시드니 코리아헤럴드 2009년 7월 23일자 기사
수동 공격성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낭비하도록 만들고 남도 괴롭히는 심각한 재앙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수동 공격성의 표본이다.
“한 달란트 받았던 자는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두려워하여 나가서 당신의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두었었나이다 보소서 당신의 것을 가지셨나이다” — 마태복음 25:24-25
다뤄지지 않은 수동 공격성은 때로 자학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 예컨대 부모가 골라준 배우자와 억지로 결혼하거나 부모가 강요한 전공학과를 선택하면서 “내가 불행해지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느낌이 어떨지 한번 경험해 보세요”라고 생각하며 마음 속에 쓴뿌리를 간직하는 경우. 또는 “이런 회사는 빨리 망해야 해!”라고 속으로 저주하면서도 부도덕하거나 비효율적인 조직 속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런 불행한 수동 공격성의 늪에서 헤어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정신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음을 밝혀둔다)
  1. 거부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라 –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는 사회적 비난이나 관계의 단절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상대방이 “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더라도 “나는 그럴 수 있어!”라고 뻔뻔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표현해야 한다. (한편, 직장인으로서 당당하게 거부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려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력도 없으면서 싫다고만 이야기하면 자기 수준에 맞는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이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지만.)
  2. 대안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라 –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싫은 상황에 대해 혼자서 태업(sabotage) 계획을 세우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상대방의 동의를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나는 그런 거 말고 이런 게 하고 싶은데 어떤가요? 괜찮은가요?”라고 물어야 한다. 상대가 동의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
  3. 숨을 곳을 없애라 – 수동 공격성의 무기는 진실을 은닉하는 것(covertness)이다. 숨을 수 있는 온갖 방어막을 거둬내고 진실을 드러내야만 수동 공격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무표정함과 과묵함의 가면, 모범생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보호막, 바쁘다는 핑계 등을 거둬내고 자신의 취약성을 노출시켜야 한다. “말 안하면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욕하는 습관부터 없애야 한다. “정 안 되면 회사를 그만 두거나 이민이라도 가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몰래 위안을 삼는 심리적 도피처(asylum) 또한 궁극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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