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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culture robust?

창발(emergence)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개미 군집이 집을 지을 때 각 개미에게 개별적으로 작업지시서가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참조할만한 설계 도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로 부지런히 흙조각을 옮기면서 개미집을 완성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벌의 경우도 마찬가지.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작은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어떻게 대규모의 결과물이 나타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수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인간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화에도 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리고 그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의 문화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특정 삶의 방식이나 관습에서 독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크게는 국가 수준에서, 작게는 회사나 가족처럼 작은 단위에서도 그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문화를 만들어내고 개인은 그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문화의 속성은 개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군집 수준에서 창발된다. 그리고 창발된 문화의 속성은 그 구성원을 지배한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과연 창발 현상으로서의 문화는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가, 또는 얼마나 끈질기게 바뀌지 않는가이다. 그리고 창발 현상의 속성상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접근 방법은 과연 무엇인지 작은 단서라도 찾아내고 싶다. 간혹 이스라엘의 벤쳐 산업이 융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기탄없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그들의 문화를 언급하는 경우를 본다. 다른 문화의 사례를 교훈 삼아 자신을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사례 연구는 매우 유익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따라할 수 조차 없는 사례라면 오히려 좌절감과 열등감을 불러 일으킨다. 수 세기에 걸쳐 장유유서의 가치를 문화 깊숙히 받아들인 한국 사회가 이스라엘의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문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조직 문화 개조 노력의 한 사례로, 기업 내의 수평적 의사소통을 위해 직급 호칭을 모두 “매니저”로 통일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 규정의 변화가 문화로 정착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무척 궁금하다. 만약 창발적 특성이 본질적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가 창발 현상으로서의 문화의 문제를 대하는 방법이나 관점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곰국은 원래 오래 끓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듯이 문화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안다면 훨씬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에 적합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문화의 속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5개년 계획”으로는 어림도 없고 훨씬 더 긴 시간에 걸친 계획이 필요할 수 있다. 문화가 전혀 다른 국가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방법론을 전수하려는 시도에 있어서도 성급한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를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는 공약은 문제의 속성을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다. 수 백년에 걸쳐 다듬어진 문화가 한 세대 만에 바뀔 수 있을까? 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바뀌는 부분도 있고 어지간히 바뀌지 않는 부분도 있다. 어떤 문화는 한쪽 방향으로는 쉽게 바뀌는데 비해 다시 반대방향으로의 변화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붙어서는 행동패턴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되었다. 급하게 이동하려는 이들을 위해 왼쪽 공간을 비워두기 위해 그런 행동패턴을 유도한 것인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승객 안전을 위해 좌우 양쪽에 모두 서서 타는 방식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문제는 원상태로 되돌리는 게 의외로 어렵다는 것. 왜 그런 것일까? 이런 문제를 생각하려 하면 머리 속이 엄청 복잡해지는데 시간을 두고 계속 공부해보려 한다. – – – 관심 질문:

  1. 창발 현상을 거스르거나 역행하는 구성 요소를 군집은 어떻게 다루는가? 조직은 조직 내에서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구성원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관대할 수 있는가? 문화적 이질감이 수용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참고: 소수집단)
  2. 조직의 ‘경직된 분위기’는 창발 현상의 일종인가? 전반적으로 경직된 조직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개인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3. 개인의 행동 습관(버릇)도 창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4. 한가지 패턴으로 굳어지는 수렴적 창발이 있다면 계속 패턴이 달라지는 확산적 창발이 존재할 수 있는가?
  5. 디자인을 통해 창발 현상의 방향이 긍정적으로(혹은 부정적으로) 바뀐 사례에는 무엇이 있는가?
  6. 문화를 A 방향으로 바꿔보려고 시도했는데 전혀 의도치 않게 B방향으로 결과가 나타난 사례에는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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