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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뮤다 토스트기 체험

내가 다니는 공유 오피스에 어느날 와보니 공용 키친에 발뮤다 토스트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기존 토스트기와 어떻게 다른지 너무나 궁금했던 터라 바로 나가서 근처 파리바게트와 편의점에서 빵 두 종류와 버터를 사왔다.

이 토스트기의 특징은 빵을 굽기 전에 5ml 정도의 물을 부어넣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조그마한 계량컵이 따라온다. 그러나 이 제품의 명성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매번 물을 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치된 토스터 주변에 부속품인 5ml 계량컵이 보이지 않았다. 설치한 사람도 박스에 들어있는 자그마한 컵이 중요한 부속품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

1 티스푼이 약 5ml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숫가락으로 그 정도의 물을 주입구에 넣고 다이얼을 3-3.5 정도로 맞춰 빵을 구워 보았다. 보통 토스트기가 5만원 정도인데 이 토스트기의 가격은 그 다섯 배인 25만원 정도다. 이런 기계에서 구워내는 빵은 과연 어떤 맛일까? 일 년 넘게 품어왔던 궁금증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었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첫 인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속은 촉촉하게, 겉은 바삭하게 굽는다는 말이 맞다. 특히 겉을 “바삭”하게 구워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바삭한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이 토스트기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2. 먼저 5ml의 물을 넣어주어 토스트기 내부에서 스팀을 발생시키는 것이 빵을 촉촉하게 만드는 비결이 아닌가 추측된다. 만약 그렇다면 식빵을 밥이 들어 있는 밥솥에 잠깐 넣어두었다가 일반 토스트기에서 고온으로 짧게 구우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도 같은데.
  3. 제품 조작시 들리는 삐삐삑 거리는 신호음이 아주 크지도 않고 아주 작지도 않게, 섬세한 소리로 들린다. 다이얼을 돌릴 때 느껴지는 부드럽고 미세한 저항감 등이 좋은 느낌을 전달한다.
  4. 토스트는 따뜻할 때 먹으면 더 맛있다. 느낌인지 몰라도 이 토스트기로 구웠더니 따뜻함이 더 오래 가는 것 같았다.
  5. 이 토스트기에서 구운 빵 두 종류를 아무 것도 안 바르고 입에 넣었을 때 “겉이 바삭하네”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맛있다”라고 느끼지는 못했다. 토스트기가 아무리 좋아도 기본 바탕이 되는 빵이 맛있어야 한다. 빵에 버터와 잼을 바르면 더 맛있어 진다. 사실 빵 자체가 맛있거나 버터와 잼을 발라 먹는다면 일반 토스트기로 구운 빵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빵을 굽는 방법도 다양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그 위에서 빵을 굽는 것 만으로도 맛있는 토스트가 완성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장이 반찬이다. 발뮤다의 토스트기는 빵을 먹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의 대안이다.

가습기, 토스트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일상적인 물건에 대해 섬세한 감각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세계적인 히트 제품을 줄줄이 출시하는 발뮤다와 테라오 겐 대표의 제품 기획 능력을 통해 배울 점이 대단히 많다. 특히 섬세한 감각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맥락에서 그들의 제품이 빛을 발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섬세한 감각이 중요하지 않은 맥락에서는 “뭐가 이렇게 비싼 거야”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간 이 토스트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방문했던 그 사무공간에는 다양한 물건을 전시용 소품으로 갖다 놓는 경향이 있어 거기 근무하는 직원도 이 토스트기를 그저 또 하나의 전시용 소품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그 사무실에서 이 제품을 써본 첫 사용자가 되었다. 얼마 전 이 제품을 설치한 사람도 상자 안에 5ml 계량컵이 별도로 들어있는 걸 모르고 박스와 함께 버렸을지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가 누구이든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인식하지 못하면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누구든 쉽게 대하지 말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신중한 자세로 대하도록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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