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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와 탕자의 귀환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존경하는 분의 추천으로 웨인 다이어 지음, 오현정 옮김, “행복한 이기주의자“(원제 Your Erroneous Zones), (21세기북스 2013)를 읽는 중이다.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평소 상당한 자기규제(self-regulation)의 틀에 자신을 묶어놓고 살아온 나로서는 이 책의 주장을 소화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su_quote]"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자기사랑을 통해서다. 스스로를 중요하고 소중하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단 자기 자신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인식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게 만들면서 내 가치를 강조할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 -- 웨인 다이어 지음, 오현정 옮김, "행복한 이기주의자" (21세기북스 2013) p45[/su_quote] 그래서 과연 그러한가 생각하면서 읽고 있는 중에 어쩔 수 없이 탕자의 비유가 자꾸 생각난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는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실제로 이 이야기에 나오는 둘째 아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 인물이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것도 아니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엄청난 파격임을 팀 켈러는 그의 저서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원제 The Prodigal God)”에서 지적하는데 이 아들은 사회의 통념을 깨고 진정한 자기주도적 선택을 실현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삶의 절박한 상황에 맞닥뜨린 둘째 아들이 우연히 발견한 자기계발서를 읽고 “아, 나는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있구나!”라고 깨달은 후, 긍정적인 신념을 품고 집에 돌아가 “아들이 돌아왔어요! 나는 실패한 게 아니라 값진 경험을 한 거예요.”라고 당당히 선언해서 해피엔딩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을 어쩌다가 성과창출에 실패한 패배자(loser)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죄인(sinner)으로 규정했다. 면목도 자격도 없지만 그래도 일이라도 시켜줘서 먹고 살게 해달라고 아버지에게 구걸하러 집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또 한가지는 아들로서의 도리와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공동체를 떠나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온갖 유흥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결국 당시 부정한 동물로 여겨졌던 돼지를 키울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사회 밑바닥까지 내려간 패배자, 낙오자, 낙제인생인 둘째 아들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사회적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이를 뛰어넘는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끌어안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아버지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몇몇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긍정적인 자기인식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스토리 상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성숙한 어른’이었던 것이다. 반면 그동안 사회의 질서와 기대를 존중하면서 집에서 성실하게 노동에 힘쓰며 과도한 소비도 참고–파티? 그게 뭐예요?–절제의 삶을 살았던 맏아들은 돈을 챙겨 집을 나간 동생을 가슴깊이 경멸한 만큼이나 그런 자식을 조건 없이 받아줄 뿐더러 후하게 대접한 너그러운 아버지에 대해서도 원망과 경멸의 마음을 품었다는 점은 비극이다. 관대함이 항상 관대함을 낳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su_quote]"그래서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얘야,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다 네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네 동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잃었다가 다시 찾았으므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 누가복음 15:31-32 *현대인의 성경[/su_quote] 그가 그토록 속좁은 사람이 된 것은 과연 공동체의 규범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까닭일까? 그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생에서 무엇을 즐거워하고 기뻐해야 마땅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가 자기 자신만을 너무 집착하듯 사랑한 나머지 아버지고 동생이고 다 필요 없고 자신이 더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매몰되어 버린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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