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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지음, 동의보감 –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지음 『동의보감 –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북드라망 2013)를 읽게 되었는데 저자의 시원시원한 글쓰기 덕분에 아주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특히, 일찍 돌아가신 저의 할아버지께서 대구에서 한의사로 활동하실 때 낮에는 일하시고 밤에는 잠을 줄여가며 동의보감을 공부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했는데 이제서야 저의 할아버지께서 어떤 내용을 공부하셨던 것인지를 살짝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무척 기쁩니다.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은 당시에 알려진 많은 의서를 참조하여 독자적인 분류방식으로 정보를 디자인하여 펴낸 뛰어난 저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다른 고전 의서를 인용한 글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 내용을 읽다보면 아주 오래 전에 중국과 한반도에서 활동한 의원들도 질병을 대할 때 꽤나 합리적 접근을 취해 왔을 뿐 아니라, 남을 치료하는 자로서의 마음가짐도 현대의 의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컨대 중국의 손진인(손사막, 581-682)의 저서 『천금요방(千金要方)』의 대의정성론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고 합니다.

무릇 대의가 병을 치료함에는 반드시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뜻을 안정시키며 하고자 하는 것도 없고 갈구하는 것도 없이 하여 먼저 크게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먼저 발하고 중생들의 고통을 널리 구할 것을 맹세해야 한다.

— 고미숙 지음 『동의보감 –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북드라망 2013),p55

이 내용은 약 100여년 전에 활동한 뛰어난 의학자인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가 강조한 평정심(aequanimitas)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고미숙의 『동의보감』을 읽고 난 후에는 윌리엄 오슬러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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