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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선긋기, 몰아내기

SL단순한일상이라는 계정의 유튜브 동영상 “작은 집 홈투어, 미니멀 라이프”을 보았다.

티 하나 없이 깨끗이 정리된 거실, 주방, 화장실, 수납장의 모습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머리 속에 맴돌았는데 잠시 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가 생각났다.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너구리와 고양이 모습을 한 존재들, 오래된 집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와 떠다니는 곰팡이균을 연상시키는 시커먼 먼지 등이 등장한다. 주인공 어린 아이들은 이런 기이(奇異)한–기묘하고 다른–존재들과 어느 정도의 긴장감 속에서 함께 지낸다. 이들과 동일시되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지도 않지만 그냥 주변에서 같이 지낸다. 어린 시절의 친구 관계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이, 서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그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져서 옆(“となり”)에 있어도 괜찮은 관계가 되어 간다. “이웃집 토토로”는 어린 시절에는 자신과는 이질적인 존재와의 공존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에는 거리두기, 선긋기, 몰아내기 등의 방어적 행동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취약성(vulnerability)이라는 특성이 따라다닌다. 부모가 “보호자(protector)” 역할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거리두기, 선긋기, 몰아내기 등은 경계선(boundary) 형성에 필요하지만 주변과의 단절을 가져올 정도로 지나치게 경계선을 지키면 고립된다. 따라서 건강하고 적절한 수준, 딱 필요한 만큼의 경계선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면역력이 없으면 격리가 필요하지만 면역력이 생기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이질적인 것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청소,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생활 환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은 간헐적 단식처럼 단기적으로 실험적인 시도는 될 수 있어도 장기적인 지속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어느 정도의 복잡함과 지저분함 속에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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