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영어 단어 또 하나 trivialize. 우리말로 간결하게 옮기기가 쉽지 않다.
풀이하자면 무언가를 하찮은 웃음거리로 만들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특히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에 대해 그것을 농담거리로 만들거나 희화화하여 낄낄거리는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진지함의 분위기를 없애버리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채팅 등의 대화에서는 서로의 표정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감정 전달을 위해 간단한 기호나 문구를 사용한다. 다음에 열거하는 문장 끝부분에 무엇이 붙느냐에 따른 미묘한 차이를 비교해 보라.
- 너가 그럴 줄 몰랐어.
- 너가 그럴 줄 몰랐어. ㅠㅠ
- 너가 그럴 줄 몰랐어. -_-;;
- 너가 그럴 줄 몰랐어. >_<;;
- 너가 그럴 줄 몰랐어.ㅎㅎ
- 너가 그럴 줄 몰랐어.ㅋㅋ
- 너가 그럴 줄 몰랐어.풉
특별히 주목해 보는 표현이 맨 마지막에 있는 “풉”. 어떤 말에 붙이든 대화의 분위기를 trivialize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효과가 있다.
Trivialization은 쉽게 보면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으나 잘못 사용되면 무례한 행동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세상에는 긴장을 풀고 편하게 생각해도 상관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정말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주제가 있다.
성경 창세기 19장 전후에 기록된 소돔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에서 임박한 위기에 대한 경고에 대해 그것을 농담으로 여겼던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롯이 나가서 그 딸들과 결혼할 사위들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이 성을 멸하실 터이니 너희는 일어나 이 곳에서 떠나라 하되 그의 사위들은 농담으로 여겼더라
(창 19:14)
장인이 전하는 경고의 이야기에 대해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을지도 “어머 정말요? 어떻게 하죠? 풉”
– – – *참고할 표현: tongue in che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