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어지간히 “안 풀리는” 사람을 보곤 한다. 그럴싸한 직장에 들어갔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랑 잘 맞지 않아”하고 그만 두는 일이 반복되거나, 하는 일마다 불운이 겹쳐 계속 손실을 입거나, 막연한 희망에 설익은 판단으로 승산 없는 사업에 투자했다가 본전도 못 건진다거나, 사람도 성실하고 재능도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조금씩 경쟁에서 밀려 낙오자가 되는 경우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고 구차한 변명과 남에 대한 원망으로 자신의 초라해진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우호적인 외부 요인을 탓하며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합리화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Unstuck.com 이라는 사이트에는 그런 고착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실제적인 조언을 모아두었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한번 낙심한 상태가 되면 자기계발(self-help)의 방법론이 아무리 많아도 자기연민의 쓸쓸한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기는 무척 어렵다.
이루고자 하는 바램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바램을 이루지 못하고 38년이라는 세월을 안타깝게 보낸 한 인물이 있었다. 기적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들 하는 어느 연못 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특정 순간에 남들보다 먼저 연못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병을 고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오랜 시간을 지내왔지만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When Jesus saw him lying there and learned that he had been in this condition for a long time, he asked him, “Do you want to get well?” “Sir,” the invalid replied, “I have no one to help me into the pool when the water is stirred. While I am trying to get in, someone else goes down ahead of me.”
— 요한복음 5:6-7
병이 낫고 싶냐는 간단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인생이 안 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방어적인 변명(excuse)으로 대답하는 이 인물에 대한 예수님의 지시사항(instruction)은 무척이나 의외스럽게 느껴진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Then Jesus said to him, “Get up! Pick up your mat and walk.”
— 요한복음 5:8
주어진 상황 조건이나 경쟁 구도(frame) 안에서 다른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조건을 무시한 거나 마찬가지의,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새로운 방향 제시인 셈인데 어떻게 보면 어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지시사항은 당시 사회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제약조건–특정 요일에는 힘쓰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 이 날은 안식일이니 유대인들이 병 나은 사람에게 이르되 안식일인데 네가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이 옳지 아니하니라 At once the man was cured; he picked up his mat and walked. The day on which this took place was a Sabbath, and so the Jews said to the man who had been healed, “It is the Sabbath; the law forbids you to carry your mat.”
–요한복음 5:9-10
난국을 타개할 새로운 방향은 그 난국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발버둥치며 애쓰는 것은 더 큰 파국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난국을 타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지간히 안 풀리는 상황에서 애쓰지 말고 자신의 노력을 내려놓는 것이–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때로는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우리가 직면하는 중요한 문제들은 그것이 만들어졌을 때와 동일한 사고방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We can’t solve problems by using the same kind of thinking we used when we created them.
— Albert Einstein
육상선수 출신인 다메스에 다이(為末大)라는 사람이 쓴”포기하는 힘“이라는 책이 있다. 부제에는 “이기지 못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고 쓰여있다. 힘쓰고 애씀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책의 내용은 다 읽고 난 뒤에 정리해 보려 한다.)
판을 뒤흔들어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사람을 경영학계에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른다. (참고 기사: 한국경제 현승윤 IT모바일 부장, ‘게임체인저’가 떠난 뒤) 예수님은 이 사람에게 있어서 판도를 뒤바꿔놓는 게임체인저였다.
나도 게임체인저가 필요하다.
epilogue 이 이야기의 결말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그 후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만나 이르시되 보라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 Later Jesus found him at the temple and said to him, “See, you are well again. Stop sinning or something worse may happen to you.”
–요한복음 5:14
말하자면 판이 새로 짜여졌는데 지금부터 새롭게 유념해야 할 게임의 규칙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목표의 달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