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백만장자, 리드리드출판 (원제: The Millionaire Next Door: The Surprising Secrets of America’s Wealthy . 오래 전,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었을 때 많은 참고가 되긴 했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있었던 터라 “백만장자”라는 표현이 들어간 이 책도 왠지 끌리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최근에 들은 3P 바인더 강규형 대표의 강의에서 이 책을 강력 추천하길래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매우 유익하다.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미국의 백만장자의 생활양식과 습관에 대해 차분한 논조로 연구한 내용인 바, 교훈이 되는 내용도 많고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나는 책이든 영화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좋다.) 저자는 순자산이 많은 백만장자들은 대체적으로 저축과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검약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백만장자라고 하면 고급 주택가에 살며 맞춤 양복, 고급 구두, 명품 시계를 갖추고 신형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닐 것 같지만 의외로 수수한 옷차림을 고수하며 자동차도 중고 미국차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책 제목이 “이웃집 백만장자”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즉, 겉보기로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옆집 아저씨가 알고 보면 백만장자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소득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들–교사나 평범한 자영업자–중에서도 수입이 생기면 소득의 15% 정도를 저축/투자한 후 나머지를 가지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습관을 통해 결과적으로 상당한 순자산을 축적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편, 고액 연봉을 받는 기업 임원이나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순자산을 많이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들이 소비지향적인 생활양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 어울린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생활 양식의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정한 나머지, 버는 족족 써버리기에 먼 장래를 위해 충분한 저축이나 투자를 할 여유가 오히려 적다는 것. 따라서 순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의 눈을 의식해서, 또는 허영심에서 필요 이상의 호기를 부리는 과소비를 경계하고 꼼꼼하게 예산을 세워 계획적인 지출을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문도 생긴다. 1964년에 개봉된 영화 메리포핀즈에는 비둘기 모이를 사려고 동전 두 푼을 쓰려고 하는 두 아이와 그걸 가로막고 먼 장래를 위해 은행에 저축하라고 설득하는 은행가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어린아이의 순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모습과 은행가의 탐욕스러우면서 고집스러운 모습을 대조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어느 쪽이 더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티끌모아 태산이고 먼 장래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경험에 대한 지출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먼 장래의 경제적 안정의 일부를 희생하고–연2% 금리로 60년을 맡겨두면 원금의 약 3배로 불어난다–지금 당장의 경험과 추억을 만드는 것이 옳은가? 결국은 두 양극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텐데 그 균형점은 결국 스스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아직 반 정도 읽은 상태라서 마무리는 다 읽고 나서. *참고: 이 책과 동시에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Nassim Nicholas Taleb의 Fooled by Randomness에서는 위의 책 The Millionaire Next Door 및 동일 저자의 The Millionaire Mind 를 엉터리 같은 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커다란 부를 거뭐쥐는 것은 당사자의 생활 양식이 어떠했기 때문에 그랬다 등의 특별한 인과관계에 따르기 보다는 무작위성(운)에 따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보는 Taleb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평할 수도 있겠다.]]>
[월:]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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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Ralph Caplan
Ralph Caplan: 가장 존경하는 디자인 컬럼니스트 1996년 경, 동생 친구의 소개로 권영걸 교수님(당시는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에 계셨음)의 연구실에 찾아갔었다. 당시 나는 Herman Miller라는 회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권영걸 교수님께서 Herman Miller사와 관련해서 일을 하신 적이 있다는 정보를 동생 친구를 통해 듣고 뭐라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무작정 찾아간 것이었다. 그때 교수님방 책꽂이에 있던 By Design 책을 빌려서 복사해서 읽은 것이 Ralph Caplan을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고 어렴풋이 기억한다. 이 책이 발간된 1982년 당시에 이미 저자는 경험디자인이나 디자인 리서치, 그리고 디자인사고 등에 관한 개념을 명료하게 적고 있었으니 그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By Design이라는 책에 듬뿍 담겨있는 Ralph Caplan의 남다른 관찰력과 명료한 표현력, 그리고 통찰의 예리함과 깊이에 감동했고 이를 계기로 나도 언젠가는 디자인 컬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막연히 가지게 되었다.
“To design objects on an unreal basis is to minimize our own reality. Travel has traditionally been “broadening,” because it was an exercise in confrontation. You couldn’t get from one place to another without experiencing the journey and the places. Now we travel vast distances sealed in chambers that are indistinguishable whether you are traveling from Clevelent to Detroit or from Boston to Yokohama.” — Ralph Caplan, By Design, St. Martin’s Press, First Edition (1982), p 63
Ralph Caplan은 디자인 분야의 컬럼니스트로 미국 AIGA에 의하면 디자인 관련 글쓰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다. 1925년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은 폐간된 I.D. Magazine의 편집자로서 뛰어난 글을 다수 남겼고 대표적인 저서로는 By Design: Why There Are No Locks on the Bathroom Doors in the Hotel Louis XIV and Other Object Lessons, The Design of Herman Miller, 그리고 에세이집인 Cracking the Whip: Essays on Design and Its Side Effects 등이 있다. 참고: – 2010년 National Design Award 수상 동영상 – 2010년 Ralph Caplan의 강연 동영상 (60분) – 2011년 AIGA Medal 수여 관련 기사 – Core77에 실린 Cracking the Whip 관련 기사 – 2010년 1월 6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I.D. Magazine 관련 기사]]> -
남을 위한 수고
나비형 인간(아리샘 간) 35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오로지 자신의 발전만을 위해 비전을 세우면 에너지를 만들어 낼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것만을 쌓아 올릴 생각으로 인생에 몰입하면 정작 최종 시점에선 자신밖에 남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정말 ‘아름다운 비전’은 나와 관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그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면서 동시의 그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어야 합니다.” — 고영 지음, 나비형 인간(아리샘 간) p35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책 내용이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해야 할 강한 동기를 발견하지 못한다. 동기 발견에 장애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 대부분이 자기 자신을 위해 아침 공부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하려는 일이 오래 지속될 리 없다.” —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박재현 옮김, 아침 30분, 형설Life 간, p119
이기적 동기가 가진 동력이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인가보다. 사랑의 힘이 강하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지도. ]]> -
양선희 저, 카페 만우절
양선희 논설위원이 쓴 장편소설 “카페 만우절“을 읽었다. 주로 논픽션을 즐겨 읽는 나는 소설은 일 년에 1-2권 읽는 것이 고작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은 소설 속 세계에 몰입되어버리는데 객관적으로 소설 속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소설 속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그 느낌이 묘하다. 마치 C.S. Lewis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 이야기에서처럼 옷장 속의 세계와 바깥의 세계가 주인공들에게는 모두 현실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는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줄거리를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책에 그려진 여러 상황 중에서 “의사 아들을 둔 엄마들의 맹렬한 집착”을 그린 장면들이 무척 인상 깊었다. 자기 아들의 장래를 망칠 것 같은 여자가 아들 주변에 얼씬거리는 것을 차마 두고 보지 못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보호 본능일까 집착일까? 이 책의 교훈: 남의 이야기라고 쉽게 이야기하지 말고, 확실하지 않은 남의 소문을 옮기지도 말자. 적용: 매스컴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의 각종 스캔들 이야기는 무시하고 사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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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전 제품 디자인의 품격이 떨어지는 이유
“営業がダサいから家電は「花柄ウルトラマン」になる”에서는 일본 가전제품 디자인의 품격이 떨어지는 이유를 진단하고 있다. 이 글에서 인터뷰 대상이 된 일본의 산업디자인 회사 Design Studio S 대표 시바타 후미에(柴田文江)씨는 그 이유로 영업직 사원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즉, 매장에서 물건이 팔리기 위해서는 화려한 문양, 반짝이고 번쩍거리는 장식과 같이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는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고 영업직 사원들이 강하게 주장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성과를 “매출”로 인식하는 한 “팔리는 시점에서의 단기적 효과”에 집착하기 쉬울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일단 팔아치우고 보자라는 매출 우선의 사고방식을 가진 대다수의 영업직 사원에게서는 제품 자체에 대한 애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자기 중심적 사고에 매몰된 영업 담당자의 전형적인 태도는 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보험상품이나 금융상품 판매 등에서도 관찰된다. “이번 달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보험 한 개만 가입해달라”는 식의 접근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이 이런 맥락이다. 이런 식의 영업 마인드로는 고객의 진정한 관심사와 필요에 맞는 제품을 공들여 선정해서 판매하기 보다는 판매자 입장에서 먼저 팔아치우고 싶은 물건부터 떠넘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영업 중심의 사고방식 때문에 디자인의 품격이 떨어지는 문제는 제품 디자인 뿐만 아니라 서비스 디자인에도 적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위의 기사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품 개발 프로젝트 단계에서부터 영업 직원을 참여시키는 안을 제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업직원들이 매출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제품을 대하도록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듯 하다. (일단 연재 기사라서 이번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다루고 있으니 다음 번 기사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할지 두고 봐야겠다.) 다른 한편, 제조업 기술 수준과 산업디자인 감각이 남다른 일본에서 자국 제품의 디자인 수준을 반성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침체를 오래 겪으면서 디자인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일까? 아니면 일본 국민의 디자인 안목이 국제화되면서 자국의 디자인 수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된 까닭일까? 아니면 자국의 디자인 역량을 자동차와 모바일 기기 등에 집중시키는 바람에 냉장고, 전제렌지, 밥솥으로 대표되는 저성장 가전 제품군에는 상대적으로 경영진의 관심이 멀어져서 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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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coming: Annual Award 2013
한 해를 마무리하는 soonuk.com의 하이라이트 Annual Award 2013은 12월 15일 발표 예정입니다. 참고 링크: Annual Award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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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
Advent Conspiracy 에서는 과소비로 치우치는 현대 크리스마스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주제는 “Worship Fully, Spend Less, Give More and Love All.”로 요약되는데 크리스마스 때 소비를 줄이는 대신 더 깊게 예배하고 더 풍성하게 나눠주자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실천적 대안으로 Living Water International 이란 단체를 통해 저개발 국가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저자 Chris Seay는 이 운동의 일환으로 북한에 우물을 파 주는 자선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토마스 J. 스탠리, 윌리엄 D. 댄코 지음, 홍정희 옮김, 이웃집 백만장자 (리드리드출판)에서는 미국의 백만장자들의 생활 습관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부에 비해 훨씬 검소하게 생활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비싼 맞춤 양복이나 고급 구두, 명품 시계를 갖추고 다닐 것 같지만 의외로 그런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그런 물건에 쉽게 돈을 지출해버리고 마는 고소득자는 결국 넉넉한 자산을 보유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Leo Babauta의 The Power of Les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Thriving with Less 라는 제목의 27페이지 짜리 문서(pdf)에서는 생활을 더욱 간소화시키는 방안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소득이 생기면 먼저 저축부터 하고나서 남은 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라고 강조하는데 이 점은 위의 책 “이웃집 백만장자”의 재정관리 습관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우선은 느슨하게 새어나가는 낭비적 요소를 단속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잘 사용하지 않지만 혹시나 해서 유지하던 몇몇 통신서비스를 과감히 해지했다. Let’s see what comes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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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 또 찾아낸즉 벗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말하되 나와 함께 즐기자 잃은 드라크마를 찾아내었노라 하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 기쁨이 되느니라” — 누가복음 15: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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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K. Chesterton, Orthodoxy
Gilbert Keith Chesterton (1874-1936)이 1908에 펴낸 책 Orthodoxy는 원서로도 번역문으로도 읽기 쉽지 않은 책이지만 읽다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다. 무려 백 년 전에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녹슬지 않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경험한다.
“우리에게는 언론에 대한 검열이 필요 없다. 우리가 언론의 검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 G. K. 체스터턴 지음, 홍병룡 옮김, 정통, 상상북스, p232
“We do not need a censorship of the press. We have a censorship by the press.” -G. K. Chesterton, Orthodoxy, Moody Classics, p174
읽다보면 독자로서 나의 지식의 수준이 저자의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함을 실감하곤 한다. 한번 읽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없어서 홍병룡 님의 번역서에 이어 다시 원서로 읽어보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