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끔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주위에는 여자 회사원부터 주부, 지긋한 연배의 여성 그룹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온통 여자들뿐이다. 그나마 여자 회사원들은 점심시간이 끝나면 돌아가지만, 다른 여성들은 쉽게 돌아갈 생각을 않는다. 식사를 하러 왔는지, 이야기를 하러 왔는지 모를 만큼 끝없는 잡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호기심에 귀를 기울여 보면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법한 이야기들이다.
화제에 정리나 일관성도 없다. 엄청나게 산만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 주워듣는 중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이른바 마지막 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아주 적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이야기에 결론이 없다. 정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 사이토 다카시, 잡담이 능력이다: 30초 만에 어색함이 사라지는, 위즈덤하우스, pp30-31
결론도 없고 기억할만한 내용도 없다는 것. 일본 메이지대학 문학부에서 교육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강의하는 저자
사이토 다카시(齋藤孝)는 잡담의 요체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론을 내고 마무리 지으려고 하면 오히려 잡담으로서의 가치와 효과가 없어진다고.
“잡담은 대화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이다. 잡담은 ‘알맹이 없는 이야기’라는 데 의의가 있다.”
— 같은 책, p6
저자는 이런 “알맹이 없는” 잡담의 유용성을 역설한다.
“잡담은 인간관계나 커뮤니케이션에서 ‘물줄기를 돌게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개그맨이나 젊은이들이 흔히 말하는 ‘분위기 파악’의 분위기를 담당하는 것이 잡담이다.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분위기를 공유하기 위해 잡담이 존재하는 것이다.”
— 같은 책, p22
말을 아끼고 조심하려는 노력이 지나친 나머지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나도 예의바른 인사 이외에는 할 말이 없어 항상 어색하고 난감하게 여기던 차에 어느 정도 잡담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 있음을 깨우쳐 준 책이다. 지식은 정보와 대화를 주고 받는 과정 속에서 생겨난다고 한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의 “창조적 루틴”이라는 책과 더불어 대인 관계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