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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발령 40년

“2015년 한국, 잔치는 끝났다”에서, 기업체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구조조정으로 그동안 하던 일을 내려놓게 된 40-50대의 고스펙 인력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은 눈부시지만 새롭게 일할만한 자리를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 이런 이들에 대해 한 헤드헌터는 ‘최소한 6개월~1년은 각오하시라’는 말도 한다고. 모세가 40년을 인생의 대기발령 상태로 조용히 지냈던 것을 생각하면 6개월 내지 1년은 잠시 쉬어가는 휴식 시간에 불과할지도. 길게 보고 마음을 차분하게 추스려야지 조급하게 생각하면 실수하기 쉽다. 또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인생의 “다음 단계”는 자신의 역량에 기준을 두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외부로부터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임무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자신의 역량을 월등히 압도하는 커다란 일일수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로 기존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의외의, 또는 하찮게 생각했던 일일수도 있다.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하냐고, 내가 생각하던 건 이런 게 아닌데라고 항변할 수도 있고 자기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대해 “당신의 뜻대로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군가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할 때 그 목소리를 명확하게 듣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일상에 조용히 충실하는 수 밖에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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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뒷켠

2000년대 초에 남겨놓았던 기록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아이들 어렸을 때의 육아일기를 보면서는 당시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두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웃기는 대화들은 다시 봐도 훈훈하다.

한편 개인 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을 읽으면서는 당시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적어놓은 모양인데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보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던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는 생각이 들어 적잖이 반성이 되었다. 이런 사정에 비춰보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사소한 일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며 기회와 재능을 낭비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후에 내가 생각해 본즉 내 손으로 한 모든 일과 내가 수고한 모든 것이 다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이며 해 아래에서 무익한 것이로다”

— 전도서 2:11

나는 독서를 좋아하지만 기억력이 너무 나빠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블로그나 트위터에 기록을 해놓아 언제 어느 책을 읽었는지 확인할 수는 있어서 다행이지만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기록에 의하면 나는 작년 4월에 그렉 텐 엘쇼프 지음, “자기기만, 은혜의 옷을 입다(원제: I Told Me So)”라는 책을 읽은 걸로 되어 있다. 책꽂이에서 이 책을 다시 꺼내어 확인해 보니 밑줄도 그어가면서 읽은 흔적은 분명히 있는데 어떤 연유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이 책에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모든 독서가 이렇게 무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은 실제로 삶의 패턴을 크게 바꿔놓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어떤 종류의 분별력과 지혜가 있어야 할까? 몇 가지 실천적 대안을 적어보려 한다.

  1. 실패도 일단 기록하자 –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똥을 밟았으면 일단 사진이라도 찍어두자’. 아무리 기억에 남지 않을 책이라도 기록이라도 해두자. 괜히 만났다 싶은 사람과의 만남도 어딘가에 적어두자. 하루를 낭비했다는 후회가 든다면 그 내용을 일기장에 적어두자. 실패를 통해 배우려면 실패가 실체로 존재해야 한다.
  2. 가격보다 가치에 집중하자 – 일상 속에서 시간 낭비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가격’이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의 저자 김선미가 지적한 대로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 비교한다고 돌아다니느라, ‘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배송비 무료’의 덫에 걸려 추가로 구입할 물건 찾느라 낭비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차라리 배송비를 내고 딱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편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내가 지금 가진 금액으로 무얼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보다 지금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cut to the chase라는 영어 표현(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라는 뜻)을 기억하자.
  3. 물건보다 경험에, 자기보다 남을 위한 수고에 투자하자 – 일반화하기는 약간 어려운 점이 있지만 대체로 물건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는 시간보다는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들인 시간이, 그리고 자기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한 시간보다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낸 시간이 더 보람이 있는 것 같다.
  4. 컴퓨터는 창조 활동에 사용하라 – 컴퓨터에 앉아 페이스북, 트위터, 뉴스, 블로그, 온라인 쇼핑몰 등에 남이 올려놓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시간이 흘러가기 마련.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기왕이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을 하는 편이 낫다.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프로그래밍을 한다거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어 본다거나… 꼭 수동적으로 정보 검색을 해야만 한다면 서서 하든지 운동기구 위에 앉아서 하도록.
  5. 망설이는 시간을 줄이고 wishlist를 목록을 만들어라 – 많은 경우 망설임은 시간낭비다. 무언가를 망설인다는 것은 선택지 사이에 격차가 크지 않은, 비슷한 것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것이라서 어느 편을 택하든지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혹 큰 차이가 나더라도 선택하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망설여봤자 소용없다. 망설이는 시간을 줄이려면 평소에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구체적인 기준을 적어놓고 그 기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적어놓는 wishlist를 만들어 놓으면 선택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장을 보러갈 때 구매할 물건의 목록을 미리 작성해서 그 목록대로 구입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충동구매를 피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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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imori

Kakimori 라는 회사. 뭐하는 회사인고 하면 손님이 매장에서 직접 고른 종이로 노트를 만들어 주는 가게라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왠지 매력이 느껴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종이가 있는데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떤 종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출판관계인이 아닌 일반인이 소형 포장으로, 또는 작은 사이즈로 재단해서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 직접 다양한 종이를 만져보고 마음에 드는 종이를 골라 자기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필기형 인간’에게는 매우 가보고 싶은 곳이리라 생각되는데 다음 동영상을 보시라. http://vimeo.com/77957591 이 회사가 2014년 8월부터 새롭게 시도한 또 하나의 매장은 ink stand 라는 곳. 손님이 직접 원하는 색상의 잉크를 조제할 수 있다고. 한 병(33ml)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가격은 1620엔(약 15000원). 잉크 제조에는 미국 Private Reserve Ink라는 회사에서 만드는 53색의 잉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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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하라 시게아키, 그래서 의학은 재미있다

나는 좋아하는 저자가 생기면 그 사람의 저서를 줄기차게 읽어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 중 대표적 인물이 C.S. Lewis. 그의 책 대부분을 읽었고 특히 Mere Christianity와 The Screwtape Letters는 각각 일곱번 이상 반복해서 읽었다. 읽을 때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근래에는 우치다 타츠루의 저서를 계속 읽었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 국내에 번역된 10권 중 아홉 권을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고 새로운 책이 나온다면 계속 읽고 싶다. 줄기차게 저서를 읽어나가고 있는 저자를 또 한 명 덧붙이자면 일본의 의사로서 104살임에도 여전히 집필과 강연 활동을 계속 중인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선생. 최근에 읽은 “그래서 의학은 재미있다”(미번역, だから醫學は面白い)에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어 옮겨본다. 16살 여공의 죽음 (pp52-53)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가 의대 졸업 후 첫 근무지에서 가장 처음 담당한 환자의 이야기다. 아버지를 여의고 학교 진학을 포기한 후 어머니와 함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6세의 소녀는 결핵성복막염에 걸려 입원했다. 날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어 입원 후 약 2개월이 되었을 때 그녀는 “선생님, 저는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히노하라는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어머니께서 곧 병문안을 오실테니 힘을 내라”고 했지만 그녀는 “저는 어머니를 못 뵐 것 같네요. 그동안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 죄송해요. 선생님께서 대신 인사드려주세요.”라고 했다. 히노하라는 “죽지 않을 거니까 용기를 가져라”라고 한 후 간호사를 불러 강심제 주사를 놓게 했으나 주사를 맞는 동안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히노하라는 이 사건을 겪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의사로서 환자에게 임박한 죽음의 예후를 감지했다면 차라리 “어머니께는 잘 말씀드릴테니 걱정말고 좋은 곳으로 가거라”라고 말해주거나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서 위로해 주는 편이 나았을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하며 자신이 주치의로서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임상의로서의 자세를 평생 견지하게 된다. Patient Profiling의 중요성 (pp2-3) 그의 환자 중에 류마티스성 심장병을 앓으면서 심부전증이 악화된 45세의 여성이 있었다. digitalis 등의 강심장제를 처방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투여량을 늘였더니 부작용이 생겼다. 사회복지 지도사에게 부탁해 그녀의 집을 방문해보도록 했더니 그녀는 엘레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의 3층에 살고 있었다. 가족으로 알콜중독자 남편과 아들 둘이 있었다. 집에 욕실이 없어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중목욕탕이나 장을 보러 다니느라 매일 몇 차례씩 계단을 오르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힘에 부치는 일상이 있는줄 모르고 그저 약만 처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복지 지도사를 통해 권유해서 1층집으로 이사하도록 했더니 심부전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임상의는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언제부터 그랬나요”? 수준의 질문에서 그치지 말고 환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 생활습관 등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기록하는 patient profiling 을 통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히노하라 시게아키는 더 바람직한 임상의학을 실현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lap desk(무릎 위에 올려놓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석 모양의 소형 테이블)을 들고 다니며 기차 안에서도 원고를 작성한다고. 그는 체중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는데 30세 때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300 kCal 정도로 맞춘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30세 때를 기준으로 체중을 맞추려먼 앞으로 5Kg을 줄여야 하는데 2015년 동안 달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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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추적

  • 히노하라 시게아키, 그래서 의학은 재미있다 (미번역 원서. 日野原重明, だから醫學は面白い) – 1911년에 태어나 현재 104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집필, 강연 등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의사선생님인 저자의 의학에 관한 에세이. 배울 점이 매우 많다.
  • 사라 이마스 지음, 정주은 옮김, 유대인 엄마의 힘(예담) – 쓰리피자기경영연구소 웹진 1/2월호 24페이지에 소개된 것을 보고 저자의 상황 자체가 흥미로워 읽어보려고 주문. 유럽에서의 핍박을 피해 중국으로 도망 온 유대인 가족의 딸이 성장하여 중국인과 결혼, 상하이에서 세 명의 아이를 키우다가 큰 아이가 14살 되던 해에 남편과 이혼하게 된다. 혼자서 세 아이를 키우게 된 이 여인(저자)은 이스라엘로 이주하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중국식 교육과 유대인식 교육의 차이를 피부로 경험하는 이야기가 이 책에 적혀있다. 매우 흥미롭다. 추천.
  • John Scalzi, The Android’s Dream (audiobook) – SF 전문 작가인 저자의 Old Man’s War를 매우 재미있게 읽은 터라 기대하고 주문한 책. 먼저 읽은 책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저자 특유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흥미롭다. 내용 중에 엽기적인 장면이 많아서 약간 불편하기도 했다.
  • 이재혁 지음, 암의 종말KBS 스페셜 “암의 종말”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책으로 펴낸 것. 과학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는 않지만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암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을 소개하고 있다. 암에 관한 교양서로서 읽어볼만 하다.
  • 제이슨 프리드, 데이빗 하이네마이어 한슨 지음, 임정민 옮김, 리모트(위키미디어) – 전통적인 의미의 사무실을 벗어난 원격사무체제의 원리를 소개한 책. 37signals의 창업자로 유명한 Jason Fried가 썼다고 해서 읽어봤다. 그의 회사는 핵심인재들이 여러 지역에 분산된 채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자기들의 운영 원리를 풀어 설명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저자의 TED 강연 Why work doesn’t happen at work에서도 같은 주제를 다룬다. 특별히 감동적이지는 않았으나 독특한 사례연구 자료로서는 참고가 될 듯. 다른 이야기지만 그동안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내놓았던 37signals가 Basecamp 하나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그간 그의 이름이 ‘제이슨 프라이드’인줄로 알았는데 ‘프리드’로 읽는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인하게 되었다.
  • 우에노 미츠오 지음, 한은미 옮김, 창업은 한 권의 노트로 시작하라(토트) – 중소기업 경영지도사인 저자가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조언을 모은 내용. 실제 노트 기록 실제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줬더라면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참고가 되어 독자에게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그런 내용은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창업에 도움이 될만한 책은 닥치는 대로 읽으라는 조언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 헨리 나우웬 지음, 양혜원 옮김, 두려움을 떠나 사랑의 집으로(포이에마) – 천주교 신부로서 예일대, 하버드대 등에서 교수로서 근무하던 저자 Henry Nouwen이 교수직을 내려놓고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지적장애인들을 돌보는 단체 L’Arche에서 봉사의 삶을 살면서 깨달은 원리를 적은 책. 워낙 유명한 저자이지만 실제로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의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경덕 옮김,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 구조주의에 대한 입문서.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만 우치다 타츠루 식의 친근한 문체 때문에 흥미롭게 읽었다.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
  • 근래 나온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번역이 꽤 매끄럽게 잘 되어 있다는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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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siting “Till We Have F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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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ll We Have Faces 원서를 내게 선물해 주어 읽은 기억이 있다. 나는 그 책을 읽었다고 지금껏 생각하고 살아왔다.

    얼마전 강영안 지음, “타인의 얼굴: 레비나스의 철학“을 읽으면서 ‘얼굴’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던 중 C.S. Lewis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홍성사에서 당당하게 “정본”이라 내세우며 출간한 C.S. Lewis 지음, 강유나 옮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다시 쓰는 신화“를 구해 읽기 시작했다.

    분명히 두 번 째 읽는 책이지만 마치 처음 읽듯 ‘오오 이런 내용이었구나’하고 놀라고 있다. 번역도 섬세하게 매우 잘 되었다. 20년 전에 원서로 읽은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걸로 보아 아마 그 당시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번 경험했던 것을 다시 해보면 처음에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런 거구나 싶다. 만약 이 책을 이번에 다시 읽지 않았다면 과거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기억은 내용없는 껍데기나 공허한 그림자에 불과했음을 깨닫기 어려웠을지도. 어떻게 보면 우리가 경험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그림자 같은 것은 아닌지.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짧고 덧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누가 알겠는가? 사람이 죽은 다음에, 세상에서 일어날 일들을 누가 그에게 말해 줄 수 있겠는가?”

    — 전도서 6:12 (새번역)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의 느낌: 1956년에 발간된 Till We Have Faces는 C.S. Lewis가 58세 때 쓴 책이며 그의 마지막 소설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이 발간되고 7년 후인 1963년에 세상을 떠난다.

    이 책에 언급되는 죽음이나 이별이 마치 그의 아내 조이 데이빗맨과 사별하면서 고뇌한 바를 투영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찾아보니 그녀가 본격적인 암투병을 한 시기는 1957-1960년이므로 이 책의 내용은 조이 데이빗맨의 투병이나 죽음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듯하다.

    20년 전, 청년 시기에 원서로 읽었을 때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책을 40대 후반에 이르러 잘 번역된 우리말로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알쏭달쏭한 부분이 많다. 저자가 자신의 인생 황혼기에 쓴 글을 오십도 채 되지 않은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마도 20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저자의 생각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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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out fitbit

    Fitbit Charge since January 1st, 2015. After two weeks of using the activity tracker, here are some thoughts: 1. Does it work? It does work as advertised. The first unit I bought, however, was malfunctioning from the beginning and I had to visit the distributor’s office in order to get it replaced. The inconspicuous, black band is soft to the skin and it is very light. The fastening mechanism is a bit awkward but it works. The digital clock on the band responds to double-tap and the animated effect of the clock’s appearance is cool. The fitbit app for iOS is not that impressive. It’s data not being synced to Apples Health app is also disappointing. 2. Is it helpful? The question is whether it changes my habits to promote a healthier lifestyle. I am not so sure about that. Knowing how many steps I have taken in a day does not necessarily encourage me to walk more because my activity is mostly defined by given condition. The sleep monitoring function is interesting but knowing how many hours I have slept the previous night does not necessarily make me go to bed early. Monitoring your activity is akin to measuring your weight every day. The information is mostly backward-looking and it does not necessarily drive you work harder to reach your goal. 3. Would I recommend this? I would say you wait until Apple Watch or other more comprehensive wearable device to become available. Perhaps an activity tracker could be a useful tool for certain type of people, say, perhaps an athletic type who gets encouraged by knowing how much one has performed. I am not that kind of person. For someone like me who spends most time sitting still, a “non-activity tracker” that would tell how many hours were spent *not moving* could be more useful. Also knowing which part of your body were most inactive during the day might encourage the person to use that part to reach balance. 4. Conclusion Wearing Fitbit Charge is not making me move more. It does not make me get up in the morning in more refreshed condition. I am not blaming the device. It is just that it does not work well with my mentality in promoting healthier lifestyle. However, I do not regret buying this device. In fact, I do not hate it. But it has not won my fond affection either, at least yet. Meanwhile, As Jeff Goldblum mentioned during his appearance on David Letterman Show, a clip-on type, instead of wristband type, might be a better choice for more accurate measurement of one’s ac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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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terlogue app

    namunjae

    Start Something New에서 발견한 앱 Waterlogue. 기존의 사진에 수채화 효과를 주어 새롭게 보여주는 도구다.

    이 앱의 흥미로운 점 두 가지는 (1) 실제 수채화로 그려내는 것처럼 옅은 색부터 차례대로 그려지는 과정을 보여주어 ‘아, 수채화란 이런 식으로 그리면 되는 거구나’라는 가르침을 준다는 것과 (2) 결과물에서 보여주는 색채의 느낌이나 종이의 질감 표현이 상당히 실감나게 느껴진다는 것.

    우선 기존 사진을 하나 골라보았다. Waterlogue에 포함된 다양한 효과 중 하나를 적용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waterlogue_0

    질감 표현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 부분을 확대해 보면 아래와 같다.

    waterlogue_1

    아아, 이런 디테일의 표현을 생각하고 구현해 내다니 놀랍다. 내가 시각형(visual-type)이어서 그런지 이 앱으로 이런 저런 사진에 수채화 효과를 주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앱은 data visualization 분야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John Balestrieri와 물리학 박사인 Robert Clair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기종에 따라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iPad/iPhone에서 잘 작동한다. 개발자 홈페이지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용 개발 계획은 없다고. www.waterlogueapp.com/madewith 에서 Waterlogue를 이용한 여러 작품을 구경해 보시길.

    이 앱을 사용해보면서 이러다가 화가들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한편, 개발자의 요청으로 이 앱의 베타테스터로 참여한 수채화가인 Jeff Suntala의 블로그에 따르면 이 앱을 쓰다보면 오히려 붓을 들고 수채화를 더 그리고 싶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한다. 그리고 진정한 예술품에 대한 수요는 있기 마련이라는 언급도 덧붙이고 있다.

    “You’ve got to wonder if the artist is one of those jobs that will be automated someday, but I’m pretty sure you’ll still need someone with a discerning eye to control the process. And hey, the 85 people who have the wealth of half the world’s population will still want to by some original art!”

    — Jeff Suntala’s blog entry, “Waterlog App for iOS” on Blog of the Back Run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는 멋진 수채화 그림을 컴퓨터 화면으로 볼 때마다 이것이 사람이 그린 것인지 컴퓨터가 만들어 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iTunes Store 미국 계정이 있으면 이 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우회 방법도 있다고 한다. 애플사에서 수여하는 App Store Best of 2014 수상작이기도 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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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의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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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bligation to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