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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fully Quiet

Quiet 본문 중에 나오는 “painfully quiet”이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도 말 수가 적은 편이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나 심하면 그렇게 표현했을까 싶어서다. 몇 년 전, 아이들 학교 숙제의 일환으로 몇 가정이 어울려 여행을 갔다. 그 중 한 집의 아버지가 말 수가 매우 적었다. 그 이후에도 뵌 적이 있는데 일관되게 조용하셨다. 질문을 드리면 질문에 대한 답변만 말씀하시고는 그 다음에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 뭔가 주고 받는 맛이 있어야 할텐데 대화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아쉬웠다. 그분을 보면서, 너무 말이 없으면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 괴로울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오면서 수전 케인이 말한 painfully quiet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동시에 나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기왕에 조용할 거라면 주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조용함이면 좋을텐데, 침묵이 적막으로 느껴지면 곤란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성적인데다가 자의식이 많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중학생 때 우리 집으로 심방을 오신 여자 전도사님께서 기도 제목이 뭔지, 혹시 고민거리가 있는지 물어보셨을 때 말을 잘 못해서 고민이라고 말씀드린 기억이 있다. 이에 대해 말을 잘 하려고 하기 보다 꼭 필요한 말을 하면 된다고 일러주셨던 것 같다. 타고난 기질은 잘 변하지 않는다더니 나이 들어서도 대화력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말을 요령있게 잘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남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쪽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한편, 경청하는 자세는 좋았으나 기억력이 나빠 들은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큰 아쉬움이었다. 다른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한 부류는 이야기할 거리가 풍부한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상대방에 대해 적절한 추임새를 언제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전자는 명사와 동사에 집중하고, 후자는 감탄사와 형용사와 부사에 집중하는 유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두 부류 A, B가 대화를 시작하면 아주 활기있어 진다. A: 이번 휴가 때 친구들과 오사카에 다녀왔어요. B: 와 대단하네요! 오사카 멋진데요! 좋았겠어요! A: 네. 료칸에 묵으면서 온천에도 가고 장어덮밥도 먹고… B: 와. 죽이네요! 온천 진짜 좋았겠다. 역시… 내성적인 사람은 마음 속에 의문사가 많은 편이다. 왜 그런 걸까? 인과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등의 의혹과 질문이 속에서 뱅뱅 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성적인 C가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상황: A: 이번 휴가 때 친구들과 오사카에 다녀왔어요. C: 아, 그래요? (왜 하필 일본에?) A: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C: 저는 가족들이랑 속초에… (뭘 했더라?) B: 속초 좋죠! 회도 드시고 그랬겠네요? C: 네… (난 회 별로였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조용한 자신의 상황을 타개해 보고 싶다면 적절한 추임새의 기술을 대화의 도구로 생각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일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내성적인 사람은 패턴 인식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경우가 있으므로 대화를 잘 하는 이들의 추임새 패턴을 보고 그걸 흉내내는 전략을 취하면 될 것이다. 즉, 굳이 할 말이 없더라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간헐적인 피드백을 던지는 거다. 예컨대 다음과 같이.

오 그래요? 대단하네요. 정말요? 와. 그래서요? 진짜요? 대박. 역시. 그거 아무나 못하는 건데. 멋져요. 저도 해보고 싶네요. 저런. 안타깝네요. 그럴 수도 있죠. 맞아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알아요. 저도 공감해요. 계속 듣고 싶어지네요. 더 듣지 못해서 아쉽네요. 다음에 또 들려주세요. 정말 기대되요.
보다시피 아무런 내용이 없다. 하지만 추임새의 역할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다. 물론 가식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 내가 너무 말이 없으면 상대방이 답답해서 고통을 느낄 수 있으니 그걸 방지하려는 최선의 의도를 가지고 이런 추임새를 활용하면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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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와 시간에 대한 감각

위플래쉬(Whiplash)는 시간, 특히 타이밍의 문제를 다룬 영화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 줄거리의 단서를 제공함)

  1. 교수가 아침 6시에 연습실에서 보자고 했는데 주인공이 늦잠을 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2. 영화에서, 드럼이라는 악기를 논함에 있어서 표현이나 예술성 보다 박자(beat)에 촛점을 맞춘다.
  3. 드럼 주자인 주인공이 빠른 템포의 곡의 박자를 제대로 못 맞춘다고 지휘자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 것이 영화 전반부에서 강조되는 모티프다.
  4. 피나는 연습을 통해 주인공은 결국 빠른 템포의 박자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게 된다.
  5. 나름 시간을 맞춰가고 있었지만 버스가 펑크가 나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주인공은 중요한 연주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친다.
  6. 드럼 연습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를 차벼렸지만 나중에 다시 그녀를 찾았을 때는 그녀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긴 상태여서 때늦은 후회를 한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7.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지휘자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타이밍으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동료 연주자와 지휘자에게 자기 신호에 따라오라고 지시하기까지 한다. 남의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을 자기 시간에 맞추도록 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과 지휘자가 서로 무언의 타협을 이루고 함께 타이밍을 맞추어 연주를 끝낸다.
과연 시간에 대한 감각은 타고 나는 것일까? 내가 어려서부터 우리 가족은 각종 모임에 대부분 늦게 도착하곤 했다. 단순히 식구가 많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슷한 숫자의 식구를 둔 가족들 중에서도 일관되게 먼저 와 있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늦는 사람은 일관되게 늦고, 일찍 오는 사람은 일관되게 일찍 도착하곤 했다. 직장에서도 지각하는 직원들은 대체로 고정적이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벌점을 부과해도 단골 지각자들의 행동 패턴은 쉽게 교정되지 않았고 단지 본인들의 택시비 지출이 증가할 뿐이었다. 나도 학창 시절 내내 모든 타이밍에 한 템포씩 늦는 생활을 해왔다. 심지어 학교 바로 앞에서 자취를 해서, 교실까지 불과 5분 만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거나 종종 지각을 하곤 했다. 이런 안타까운 습관은 35세 이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겨우 교정되었지만 그나마 개선된 습관마저도 약속 시간에 1-2분 정도 앞서 도착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마흔이 넘어 컨설턴트 한근태 님의 강연 CD를 듣던 중 “모임에는 연봉 순서대로 일찍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제가 쭉 봤더니 연봉 순서대로 나타나더라고요. 10억짜리가 제일 먼저 나타나고 나중에 보니까 연봉 2천만원 짜리가 제일 나중에 나타나더라고요. 제가 그걸 보면서 “아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다르구나. 약속시간은 칼같이 지키는구나. 다른 사람의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하는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한근태, “약속을 지키는 습관” 중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관찰해보니 나름 책임감 있는 사회 생활을 하는 선배들은 대체로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기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 규칙인 “15분 룰”이 존재하고 있었던 거였다. 부모를 닮아서인지 우리집 아이들도 등교 시간이 항상 촉박하다. 5-10분만 더 앞당겨 일어나고 서둘러 준비하면 되는데 수 년 간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의 감각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영화 위플래쉬의 주인공 앤드류처럼 모멸감을 수없이 느껴보고 피나는 훈련을 통해 체득해야 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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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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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Mission: Impossible… No, not Tom Cruise, but the villain in the movie.” I think to myself, “Oh, Thank you. Of course not Tom Cruise.” I was yet to see the movie, so I had no idea who she was talking about. It turns out that she meant Sean Harris (check this link for th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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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시절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도다.” — 출애굽기 16장 3절 모든 새로운 도전은 반드시 변화를 수반한다. 때로는 마치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 받을 때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느낄 만큼의 기분 좋은 변화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다져놓은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떠나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해 상당한 불편과 어려움을 겪으며 후회하기도 한다. 불평하다 보면 버릇이 된다. 반면, 불편해도 원래 그런 거라고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을 거듭하다보면 인내심이 생긴다. 꼭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를 가지지 않아도 고생스러움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수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 중 조만간 전쟁이 끝나고 풀려나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낙관을 품은 이들이 오히려 오래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리거나 일찍 죽었다고 술회한다. 지나간 과거는 적어도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은 안도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주어진 현실 속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편하다. 원래 그런 거다.

“옛날이 지금보다 더 좋은 까닭이 무엇이냐고 묻지 말아라. 이런 질문은 지혜롭지 못하다. — 전도서 7:10 (새번역)
괜히 일을 벌여서 생고생한다고 후회하거나 불평하지 말자.
“그들 가운데 얼마가 불평한 것과 같이 불평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파멸시키는 자에게 멸망을 당하였습니다.” — 고린도전서 10:10 (새번역)
“여러분은 사람이 흔히 겪는 시련 밖에 다른 시련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십니다. 여러분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는 것을 하나님은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셔서, 여러분이 그 시련을 견디어 낼 수 있게 해주십니다.” — 고린도전서 10:13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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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조건: the condition for existence

자신의 사임을 알리는 편지를 공개한다.

August 24, 2011 Letter from Steve Jobs To the Apple Board of Directors and the Apple Community: I have always said if there ever came a day when I could no longer meet my duties and expectations as Apple’s CEO, I would be the first to let you know. Unfortunately, that day has come. I hereby resign as CEO of Apple. I would like to serve, if the Board sees fit, as Chairman of the Board, director and Apple employee. As far as my successor goes, I strongly recommend that we execute our succession plan and name Tim Cook as CEO of Apple. I believe Apple’s brightest and most innovative days are ahead of it. And I look forward to watching and contributing to its success in a new role. I have made some of the best friends of my life at Apple, and I thank you all for the many years of being able to work alongside you. Steve — from Apple Press Info
스티브 잡스가 한 말 대부분이 인상적이지만 나는 특히 이 편지의 첫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살짝 의역해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저는 제가 애플사의 CEO로서의 직무와 기대되는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날이 오게 된다면 다른 어떤 사람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 스스로 이를 여러분들께 밝히겠노라 말해왔습니다. 아쉽게도 그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 스티브 잡스의 2011년 8월 24일자 편지 중에서
개인이나 조직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과 기준이 있다. 그 조건과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바에야 (그 역할로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그런 하한선이라는 게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하한선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적어도 스티브 잡스는 나름대로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 자신과 내가 소속된 조직의 경우,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최소한의 기준과 한계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최근 어떤 계기가 있어, 우리 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그리고 그런 회사로 존재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지 않고 오랜 시간을 지내왔음을 새삼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간혹 당일의 식재료가 신선하지 않아서 메뉴를 제한하거나 일찍 문을 닫는 식당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일정 품질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팔지 않겠다는 기준을 지킴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인데 나 자신이나 내가 속한 조직에서도 그런 기준을 찾아내어 지키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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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sh Kapoor, The Tall Tree and the Eye, at Leeum

©2015 Soonuk Jung[/caption] The towering set of stainless steel bubbles seen in the image is Anish Kapoor’s installation “The Tall Tree and the Eye”. It seems there are multiple versions of this sculpture around the world. The one at the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has 76 balls. Another one in Guggenheim, Bilbao, Spain, has 73 spheres. This one, located at Leeum Samsung Museum of Art, Seoul, Korea, has 70. I wonder if there is any meaning to the number of sphe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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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헨리 나웬, 죽음, 가장 큰 선물

“행위는 성공을 낳지만, 존재는 열매를 맺습니다. 삶의 커다란 역설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신경을 쓰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느냐에 따라 우리를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 헨리 나웬 지음, 홍석현 옮김, 죽음, 가장 큰 선물, 홍성사, p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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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a Trang, Vietnam

vietnam_vertical vietnam_vertical2 이거 한 번 해보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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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끝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