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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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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떠나는 이유“(앨리스 2014)를 읽다가 흥미로운 인용구를 통해 알게 된 책,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필로소픽 2013).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이면서, 유명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경기 침체 여파로 직장을 잃고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게 된 저자는 동서양의 상류 문화를 가까이에서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소비 사회의 허점을 비꼬듯 파헤친다. 통찰력 깊으면서도 해학적인 조언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데 무척 흥미롭다. 밥장이 자신의 책에 인용할만하다. 이 책에서 저자 폰 쇤부르크는 어설픈 부는 오히려 빈곤을 가져온다고 역설한다. 명품 패션 브랜드, 해외 여행, 고급 승용차 등과 같이 흔히들 동경하는 넉넉하고 풍성한 소비 대상은 오히려 품격있고 우아한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므로 집에 들이는 돈이나 집이 위치한 동네가 아니라 손님들을 맞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을 통해서 집은 아름다워진다. 친구들이 모여드는 집을 가진 사람은 부유하다. 그리고 가슴 답답한 비 오는 날에 찾아갈 수 있는 친구를 가진 사람도 부유하다. 그러나 보스의 고성능 음향 기기, 능동 매트릭스 화면의 대형 텔레비전, 콘런의 디자이너 가구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필로소픽 2013), p87
읽다 보니 최근에 읽은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소비를 그만두다“(더숲 2015)와 같은 주제, 즉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활 양식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동일한 주제를 각각 독일인과 일본인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각각 독일어 원서(2005년 출간)와 일본어 원서(2014년 출간)가 우리 나라에는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지만 영어로는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판사와 옮긴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추천]]> -
꽃밭에서
소향이 MBC 나는 가수다 2에 출연,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불렀다.
그녀가 부른 “꽃밭에서”를 들으면서 “원래 이 곡은 이렇게 부르짖듯 목놓아 불러야 하는 곡이었나?”하는 의문이 생겼다. 소향은 무슨 노래를 불러도 자신의 표현력을 십분 발휘해 고음으로 힘있게 부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과연 이 노래에 그런 애절함이 본래부터 담겨 있던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해진 것. 정훈희가 1970년대 초에 발표한 노래 “꽃밭에서”(이봉조 작곡, 이종택 작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제목도 동요 “꽃밭에서”와 같은 제목인데다가 부드러운 멜로디도 부르는 이의 순수한 마음을 나타내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노래 주인공이 이런 탐구심을 가지고 자연을 관찰하는 태도가 분자생물학자이자 저술가인 후쿠오카 신이치를 떠올리게 해서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어지는 가사에서 의외의 상황이 전개된다.
이렇게 좋은날에 이렇게 좋은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왜 자연을 관찰하다가 갑자기 “그님”이 등장하는 것인가? 이건 마치 페니실린을 발견한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 곰팡이가 핀 배양접시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저녁 식사로 뭘 먹을까로 생각이 비약하는 것 같은–물론 가상의 이야기다–엉뚱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연애 감정이 있다면 꽃잎을 보다가도, 하늘을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뭘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그님”이 충분히 떠오를 수 있는 법.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노래는 현철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떠오르는 당신모습 피할길이 없어라”
연애 감정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이렇게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피할길 없이 떠오르기 마련인 거다. 그런데 이어지는 다음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가지말라고 애원했건만 못본체 떠나버린너 소리쳐 불러도 아무소용이 없어라
이 가사 내용으로 보건대 현철의 노래에서 말하는 바는 그저 일반적인 연애 감정에서 비롯된 애틋한 동경심이 아니라 이미 단절된 관계에 대한 애절하고도 한맺힌 그리움이었던 것. 즉, “피할길 없이 떠오르는 당신생각”은 희망과 가능성이 담긴 따뜻함이 아니라 패배감과 좌절감이 스며있는, 처절한 슬픔의 감정이다.
그러니 KDB대우증권에서 유머 넘치게 만든 광고에서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차용해 고객을 향한 관심과 배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은 원곡의 의미와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
그렇다면 다시 “꽃밭에서”가 노래하는 그리움의 감정은 이렇게 좋은 날 어쩌면 그님이 오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내포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그님이 오실 가능성은 전혀 없기에 꽃잎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까? 그것이 어느 쪽인지는 본래의 의도가 어떠하든 부르는 이의 마음에 달려있다라고 매듭지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조수미가 부른 “꽃밭에서”(2015 앨범 그.리.다. 수록)의 후렴구는 비교적 잔잔하게 불리워진다.
* 참고 : 노래 “꽃밭에서”의 가사는 조선시대 선비 언보(彦甫) 최한경(崔漢卿)의 책 반중일기(泮中日記)에 수록된 한시 화원(花園)을 번역한 것이라는 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나돌고 있고 최인호의 시집 “꽃밭”에도 그 이야기가 적혀 있다 한다. 그러나 그 출처가 되는 원전 반중일기(泮中日記)의 존재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정재철 님이 EBS 장학퀴즈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 여기 저기 실려 있는 해당 한시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이 노래에 맞추기 위해 고어적 표현을 동원한 한시를 지어내 그럴싸한 이야기를 각색해 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만약 최한경이란 조선 시대의 인물이 이 시를 지었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이를 입증해 줄 원전을 찾을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꽃밭에서”의 작사자로 알려진 이종택 님이 뭔가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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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
어지간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 의외의 주제를 사뭇 진지한 태도로 다루면서도 약간은 능청스러운 말투로 주절주절 풀어내는 재주를 가진 일본 작가 우치다 타츠루. 나는 그의 책을 좋아해서 번역되는 족족 읽고 있는데 최근에 읽은 책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 (김경원 옮김, 북뱅. 2016년 6월 20일 초판 발행)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매체에 가볍게 기고한 글을 모아 편집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한 가지 주제를 철저하게 파고 들어 뚜렷한 결론을 내기 보다는 특정 주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은 이러저러하다는 식으로 언급하고서는 끝내버리는 식이라서 살짝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의 독특한 통찰과 문제 제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한번 읽고 말기에는 아까운 책.
특히 pp289-296에서 친밀권이라는 개념과 가족이라는 것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친밀권이란 강자의 논리임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이 무척 인상 깊다. 인류의 존재 양식에서 대등함이란 예외적인 사회적 조건이기에 대등함을 전제로 한 ‘친밀권’이란 관계는 지속적이기 어렵다는 점을 환기시켜주었고 가족을 대하는 마음 자세를 반성하게 해 주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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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Evening in Seoul
©2016 Soonuk Jung[/ca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