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6년 08월

  •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매력적인 심장여행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매력적인 심장여행” (와이즈베리 2016) 말솜씨 좋은 젊은 의학도가 풀어나가는 인체 과학 이야기인데 작년엔가 읽은 기울리아 엔더스의 “매력적인 장여행“에 이어 이번에는 심장 이야기.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재미있다. [caption id="attachment_6328" align="aligncenter" width="700"](사진: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매력적인 심장여행“, 와이즈베리, 2016, p63) (사진: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매력적인 심장여행“, 와이즈베리, 2016, p63)[/caption] 1988년생(!)인 저자는 한 살 때 할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배경에서 어린 시절부터 심장에 관한 책을 탐독해 왔고, 십대에 응급활동을 시작해 현재 의학 공부를 하면서도 응급구조사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비록 술담배는 안 하지만 운동도 안 하기 때문에 동맥경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날씨는 너무나 상쾌한데 이런 날 나가서 한참을 걸어다니는 것이 심장 건강에는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일단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 책을 읽고 있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그늘에 대하여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고운기 옮김, “그늘에 대하여“(눌와 2012) — 일본의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 1886-1965)가 1933년에 펴낸 수필집. 원래 제목은 “음예예찬(陰翳禮讚)”

    특히 이 책 가장 처음에 실린 “그늘에 대하여”는 1933년에 쓰인 글인데 일본 고유의 미의식에 관한 성찰이 무척 섬세하다. 일상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무의식 중에 스쳐 지나가는 감각의 패턴을 인식하고 음미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준다.

    요약하자면 서양의 미는 대체로 밝고 번쩍번쩍 빛나는 걸 선호하는데 비해 일본의 미감은 어스름한 그늘을 기조로 형성되어 있다는 이야기인데 읽다보면 묘한 설득력이 있다. 말하자면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은 약간 어두운데서 음미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밝은 쪽을 선호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늘 속에도 그 고유의 미감이 있음을 인식할 수 있게 되어 유익했다. 최근에 읽은 몇몇 일본책에서 이 책을 언급하는 걸로 보아 일본에서는 꽤 알아주는 책인 듯. 이 오래된 글이 매끄럽게 읽히도록 우리말로 적절하게 옮긴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고운기 교수님의 역할 또한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추천

  • 사토 가츠아키 지음, 내가 미래를 앞서가는 이유

    사토 가츠아키 지음, 양필성 옮김, 내가 미래를 앞서가는 이유 (스몰빅인사이트 2016). 원제는 “未來に先回りする思考法 (대략 옮기자면 ‘미래에 먼저 도착하는 사고법’)”. 제목만 보면 자기 잘났다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고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의 변화를 조망하는 저자 나름대로의 폭넓은 관점을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피터 디아만디스의 “볼드(Bold)” 다음에 읽은 덕분에 내용이 묘하게 연결되어 더 재미있는 듯 싶다. #추천 저자 사토 가츠아키(佐藤航陽)는 1986년생이니 올해 만 30살. 20살 즈음에 와세다대 법학부에 입학 직후 벤쳐 회사를 시작하고 곧이어 학교를 자퇴하고 벤쳐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무엇보다 이제 30세에 불과한 젊은이가 이 책 내용과 같은 폭넓은 사고를 한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는 쓸데없는 노력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보람이 없는 노력’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무리 잘 되는 것 같아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모든 일은 타성에 의해 흘러갑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방법을 효율화시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지금도 정말로 이것을 위해 힘쓸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 사토 가츠아키 지음, 양필성 옮김, 내가 미래를 앞서가는 이유 (스몰빅인사이트 2016), pp198-199
    일본의 창업 지원 관련 사이트인 Dreamgate.gr.jp저자 인터뷰가 실렸는데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싱글맘 아래 삼남매 중 막내로 자람. 집안의 규칙은 “각자 뭘 하든 자유.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진다”
    •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라면서 15세 무렵부터 소규모로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음.
    • 사회에 대한 불만과 회의가 많았던 저자는 세상을 바로잡고 싶다는 마음에 변호사나 정치가가 되기 위해 와세다대 법학부에 진학.
    • 막상 대학에 들어가 보니 의외로 학생들은 사회 변혁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음에 실망하고, 자신이 세상을 바꾸려먼 “내부로부터의 변혁”은 어렵겠다고 판단, 기업경영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를 바꿔야겠다고 결심. 한 학기 마치고 곧바로 휴학.
    • 그동안 모아놓은 돈은 150만엔 (약 1500만원).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으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IT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3개월동안 독학으로 웹 사이트 구축 방법 및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배워 회사를 설립한 것이 2007년 9월.
    • 이후 2년간 악전고투하며 웹 마케팅 등으로 매출을 수십억원 규모로 키웠으나 이 정도로는 세계를 바꾸기는 커녕 일본 사회도 바꿀 수 없다고 판단, 2010년 즈음에 웹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과감하게 전환하게 된다. 싱가폴에 회사를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8개국에 진출. 꾸준히 신규 투자 획득에 성공하여 오늘날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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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vi Zacharias, Walking from East to West

    어스틴한인장로교회로 운전해서 가야하는데 마침 그 시간에 차 안에서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특이한 인도 억양의 설교자가 엄청 빠른 속도로, 그것도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기 어려운 온갖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구사하며 설교를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별 희한한 설교도 있구나”하며 계속 듣다보니 묘한 끌림과 신선함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인도 출신이면서 캐나다 국적을 가진 변증가 Ravi Zacharias의 방송 설교는 매주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고 약 19년이 지난 요즘도 매주 한 차례, 일요일 새벽녘에 업데이트되는 그의 강연/설교를 팟캐스트로 듣는 것이 한 주간의 낙이다. 최근 한 책방에서 그의 자서전을 발견하여 읽는 중인데 그가 자라온 배경과 그가 설교에서 종종 이야기했던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일화들의 전후 사정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 매우 유익하다. (표지는 살짝 아쉽지만.) 래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이지혜 옮김, “인도하심“(코리아닷컴 2008) 원제: Walking from East to West) #추천]]>

  • Fountain Pens

    아버지는 몽블랑 만년필을 좋아하셨다. 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2000년 당시 $200 정도 하는 몽블랑 만년필을 구입해서 사용해 봤지만 그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 “만년필을 써서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5년 경 라미 만년필을 사용하면서부터다. 싱가폴에서 온 디자이너 Ken Sain Keat Chuang 으로부터 자기는 라미 만년필만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라미 AL-Star 와 파버카스텔의 기본 모델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모두 마음에 든다. 가격은 각각 4-5만원 내외로 몽블랑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하다. 잉크는 펠리칸 4001 시리즈의 로얄블루와 보라색을 주로 사용한다. My father had always said highly of Montblanc fountain pens. So I bought myself one at around $200 after I got a job at Chemcross in the year 2000. But not much affinity was formed between me and the pen. It was only after I started using a Lamy around 2005 that I began to really enjoy using a fountain pen. Ken Sain Keat Chuang, a designer from Singapore, said he was using Lamy all the time, which piqued my interest in the brand. I am now using three pens on a daily basis, one Lamy Al-Star and two Faber Castells (Basic Metal and Loom Metallic). At around $40-50 each, these pens are quite affordable, that is, compared to Montblanc. My favorite ink is Pelikan 4001 (Royal Blue and Violet). ]]>

  • breaking the status quo

    Anatomy of an Illness라는 책을 읽었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과로 후에 면역력이 떨어져 꽤 심각한 난치병에 걸렸는데 답답한 병실에 누워 이유도 알 수 없는 빈번한 채혈 등에 지친 나머지 병원을 나와 호텔에 묵기로 했다. 그랬더니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훨씬 더 쾌적했다고 썼다. 난 그런 아이러니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또 다른 어떤 글에서 캐나다의 어느 치질 전문 병원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 병원은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 비결 중 하나는 입원 환자가 식사를 하려면 다른 층에 있는 식당까지 걸어가야만 먹을 수 있게 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Alberta에 위치한 Shouldice 병원 이야기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 병원 사례를 다루어서 유명해졌음.) 쾌적함과 건강을 디자인 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때로는 불편함을 참고 견디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가만히 누워만 있는 편안함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이 더운 날씨에. 바람직한 시원함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10년 째 에어컨 없이 지내신다는 분도 계시는 한편, 밤새 에어컨을 틀고 자도 잠을 설치는 사람도 있다. 실내 적정 온도란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온도인가, 건강을 최적화하는 온도인가? 그저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으니 틀어놓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과 사용 방법을 찾아내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