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윤종석 옮김, 『한나의 아이』(IVP 2017)를 읽기 시작했는데 책 앞부분부터 좀 난해한 인용문이 독자를 맞이한다.
개인의 이야기는 세계의 역사 안에 들어 있으며, 그 전체 이야기 안에서 다른 모든 이야기들이 제자리를 찾는다. 그 역사는 진리가 명백해지는 움직임, 이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이다.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각 단계마다 이해 가능성의 정도가 달라지는 이유도 알게 된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도덕적 탐구의 세 가지 경쟁 이론』)
—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윤종석 옮김, 『한나의 아이』(IVP 2017) p13
헉,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원문을 찾아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원서를 참조해 보았다.
The story of oneself is embedded in the history of the world, an overall narrative within which all other narratives find their place. That history is a movement toward the truth becoming manifest, a movement toward intelligibility. But in the course of discovering the intelligibility of the order of things, we also discover why at different stages greater of lesser degrees of intelligibility remain. (Aladair MacIntyre, Three Rival Versions of Moral Enquiry)
원문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의역을 시도해 보았다:
세계의 역사는 개개인의 사연의 작은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 세계의 역사라는 것은 다른 모든 제각각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인 셈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마침내 진리가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을 향해 움직여 간다. 다시 말해, “아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간다는 말이다. 한편,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파악해가는 동시에, 살아가면서 도무지 이해 안 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역시나 쉽지 않다.
뒤에 이어지는 본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원문 자체도 난해하다. 내가 이 책의 번역을 맡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런 배경으로 볼 때, 번역자 윤종석님이 상당히 잘 해내셨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문을 읽고 이해가 어렵다면 원문 자체가 난해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는 어떻게 번역해도 뜻이 통하는 그런 성격의 글이 있다. 문장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뜻이 비교적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고 느낄만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반면, 이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글의 경우, 보통 사람들이 누구나 평소에 생각할 수 있는 방식과는 달리 저자 고유의 독특한 사상을 표현하는 정교한 글이기 때문에 본래의 뜻을 우리말로 옮겨 표현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번역에 상당한 정밀도가 요구된다.
그래서 이 책의 원문과 번역문을 같이 읽으면 번역 훈련에 꽤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일단 다른 책부터 읽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