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na Cherny의 피아노 연주 모음을 듣던 중 특별히 한 곡이 마음에 들어 찾아보았더니 바흐의 마태수난곡 중 “에르바르메 디히(Erbarme Dich) – 불쌍히 여기소서” 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김만인 교수님이라는 분의 글에 “오디오는 내 인생에서 희로애락의 반려자가 되어 주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고 통곡하는 베드로의 마음을 표현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희로애락 중에서도 애(哀)-슬픔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재독 프리랜서 이재인님의 글 “그날 이후 마태수난곡 아리아가 귓가에 맴돌아“에서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쯤은 거짓말쟁이였던 우리들 중에 베드로의 눈물 앞에 덤덤히 앉아 있을 자가 있을까? 가사는 몇 마디 되지 않는데, 노래가 끝날 무렵에는 손발이 저려온다.
이재인, “그날 이후 마태수난곡 아리아가 귓가에 맴돌아” 중에서
특히 헝가리 출신의 성악가 율리아 하마리(Julia Hamari)가 노래하는 “에르바르메 디히” 중에서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