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thoughts

Action-Oriented Figure

에니어그램 9번 “평화주의자” 유형에 가까운 나는 갈등과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해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함부로 위험스런 일에 도전하지 않는 것을 삶의 지침으로 하고 있다. 그럭저럭, 무난한, 별일 없는 일상을 선호하는 것이다.

2-3년 전, Love Does라는 책을 통해 Bob Goff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에니어그램 7번 “열정가” 유형으로서, 나와는 정반대 성격의 소유자다. 뭔가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래서 “목록을 만들 시간이 있으면 전화부터 돌려라”라고 말한다.

“Don’t make a list, make a call.”

Bob Goff

그런 도전에 따르는 실패와 역경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태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보통 사람 같으면 무서워 긴장할만한 일에 대해서도 “신난다(Terrific)”고 하면서 껄껄 웃는, 그런 사람이다. 동영상을 보면 표정과 제스처에서 그의 개방성이 느껴진다.

Bob Goff가 최근 Dream Big 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그의 지인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팟캐스트인데,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이 매우 행동지향적이라는 것.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내가 꼭 들어야 할 것 같아서 구독을 시작했다.

Categories
thoughts

[updated] Books in 2019

2019년에 읽은 책을 기록해둡니다. 단, 읽다가 중단한 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읽은 책을 기록하면서 느끼는 점은 매달 깊은 인상을 받은 책은 그 전 달만 해도 생각도 못했던 책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1월

  1. 마이크 미칼로위츠 지음, 윤동준 옮김, 수익 먼저 생각하라
  2. Greg Crabtree, Simple Numbers, Straight Talk, Big Profits (Kindle)
  3. David Green, Giving It All Away and Getting It All Back Again (audiobook)
  4. 다이 시지에,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5. Nicholas Nassim Taleb, Skin in the Game (audiobook)
  6. Albert-Laszlo Barabasi, The Formula (audiobook)
  7.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지수 옮김, 거리의 현대사상
  8. 우치다 타츠루, 이지수 옮김,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2월

  1. 한기정, 셰익스피어를 읽자
  2. 곤도 마리에, 곤마리 씨, 우리 집 좀 정리해 주세요
  3. Eric Barker, Barking Up the Wrong Tree (audible)
  4. 岩井克人(이와이 카츠히토) 지음, ヴェニスの商人の資本論
  5. Jack Stack, The Great Game of Business
  6. 테라오 겐,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7.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박용민 옮김, 공기의 연구
  8.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이서현 옮김, 지혜의 발견
  9. 후지노 요시코(藤野嘉子), 60歲からは「小さくする」暮らし
  10. 이와쿠라 신야, 이와타니 마사키, 나가사와 신야 지음, 박미옥 옮김, 혼다 디자인 경영

3월

  1. 윤광준, 심미안 수업
  2.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3. Michael Bond, A Bear Called Paddington
  4. Neil Hayes, Chasing Perfection
  5. Neil Hayes, When the Games Stand Tall
  6.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7. 일본하우스클리닝협회, 청소해부도감
  8. Cal Newport, Digital Minimalism
  9. 김홍섭, 무상을 넘어서
  10. Mike Michalowicz, Clockwork: Design Your Business to Run Itself
  11. 다나카 나오키,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12. 오카 기요시, 수학자의 공부
  13. 블레이크 스나이더 지음, 이태선 옮김, “Save the Cat! 모든 영화 시나리오에 숨겨진 비밀” 
  14.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

4월

  1.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김승일, 이근원 옮김, 일본 자본주의의 정신 (범우사)
  2. 신동흔 지음, 모스에서 잡스까지
  3. 우치다 타츠루, 소통하는 신체
  4. 로잔 토머스 지음, 서메리 옮김, 태도의 품격
  5.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고경문 옮김,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6. Amy Cuddy, Presence
  7.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나만의 기본
  8.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나는 길들지 않는다 (바다출판사 2014)
  9. 봉달호 지음, 매일 갑니다, 편의점 (시공사 2018)
  10. 정경오 지음,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양철북 2018)
  11. 요시타카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있으려나 서점 (온다 2018)
  12.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이서현 옮김, 지혜의 발견 (모시는사람들 2018)
  13. 이용찬 지음, 이 공식을 모르면 PT하지 마라 (마일스톤 2018)
  14. 신성대 지음, 자기 가치를 높이는 고품격 매너 (동문선 2016)

5월

  1. Priya Parker, The Art of Gathering
  2. 스가쓰케 마사노부 편저, 현선 옮김, 앞으로의 교양
  3.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지음, 최완규 옮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시공사)
  4. 마쓰우라 야타로, 최저 최고의 서점
  5.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성환 옮김, 말센스
  6. 신성대 지음, 나는 대한민국이 아프다, 동문선
  7. Emily P. Freeman, The Next Right Thing

6월

  1. David Brooks, The Second Mountain
  2. Simon Sinek, Start with Why
  3. Brené Brown, The Gifts of Imperfection
  4.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스케일 (김영사 2018)
  5. 리처드 윈터 지음, 김동규 옮김, 지친 완벽주의자를 위하여 (IVP 2007)
  6. 이소벨 쿤 지음, 정병은 옮김, 가무는 해에도 청청한 잎 (전도출판사 2004)
  7. 김정선 지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유유 2016)

7월 (예정)

  1.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다산초당 2019)
  2. Alden Mills, Unstoppable Teams
  3. Steven D. Levitt & Stephen J. Dubner, Think Like a Freak
Categories
thoughts

금기와 비밀

일본 작가 우치다 타츠루의 2019년 3월 31일자 블로그 포스팅 “헌법에 대하여“에서, 일본인 중 태평양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세대의 사람들 대부분은 패전 후 그 전쟁 중의 경험이 실제적으로 어떠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일절 삼가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들의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기적인 동기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강한 동기로서 전후에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과거의 일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순진무구함을 간직하며 자라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윗 세대에서 시작하고 국민 전체가 집단으로 참여한 태평양 전쟁에 대해, 이를 역사적 현실로서 인지는 하되 차마 언급하기는 곤란한 문화적 금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즉, “우리 모두 전쟁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물고 있기로 합시다”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그런 방향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일사천리로 진행한 셈이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국가적 차원의 암묵적인 합의가 자리잡은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태평양 전쟁 중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일본인들은 강력한 자기부정(self-denial)의 인지적 속박에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집을 피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심리적 교착 상태에 빠진 집단을 상대하는 경우에는 “너희 조상들의 과오를 순순히 인정해라”라고 정면으로 도전하기 보다 “불행한 과거에 대해 차마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을 전제로 교묘하게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 결과를 얻기에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같은 포스팅 글에서 우치다 타츠루는 1946년에 제정된 일본 평화 헌법이 생겨난 과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그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 대체로 함구하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헌법은 일본인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미군정 하에서 부여된 것이기에 그 탄생의 과정에 대해 부끄럽게 느낀 나머지 차라리 침묵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해당 부분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것인데, 대체로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부모로부터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실제로 부모가 아이로부터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혹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무척 당혹스러워 하고, 대체로 각색되거나 순화된 형태의 모호한 답변을 내놓는다. 아이의 탄생으로 이어진 부모 사이의 접촉이 일어난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그리고 당시의 분위기, 느낌, 과정에 대해서 부모가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런 사실적인 정보를 있는 그대로 자녀에게 전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너무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것이 낫다고 많은 사람들이 은연 중에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하나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생명의 탄생은 본질적으로 신비에 속한다. 어떤 입력 신호가 있고 그 당연한 결과로 산출물이 나오는 제조 프로세스와 같은 것이 아니다. 낳고 싶다고 반드시 아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아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과정이 있더라도 그 과정은 필요 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 조건은 아닌 것이다. 생명의 탄생의 과정을 어렴풋하고 비밀스럽게 감춰둠으로서 그 신비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은연 중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일본이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의 부끄러운 역사를 가급적 덮어두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전쟁이나 학살 현장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은 당시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의 무거운 침묵 속에는 당시의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들의 희생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이 담겨 있는 듯 하다. 금기와 비밀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가 보다.

**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함구하는 현상은 일본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도 있었다고 우치다 타츠루는 쓰고 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비시(Vichy) 정부는 나치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전력이 있는데 이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Categories
thoughts

a good game

최근에 리더십을 주제로 다룬 두 영화를 인상깊게 봐서 그 이야기를 적으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151경기>(원제: When the Game Stands Tall)에서 De La Salle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의 코치 밥 라두서(Bob Ladouceur)는 151 경기 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팀을 이끌면서도 자기들은 이기기 위해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연신 강조한다. 이런 아이러니를 보면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면 무엇을 위해 경기에 임하는가?

1976년 영화 <꼴찌 야구단>(원제: Bad News Bears)에서 리틀리그 어린이 야구단의 코치 모리스 버터메이커는 형편 없는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월등한 실력을 가진 스타 플레이어를 기용한다. 그 과정에서 팀의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스타 플레이어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결국 구성원의 의욕과 결집력을 망가뜨린다.

결국 이기기 위해 경기하는 것이 맞다면 버터메이커 코치의 선택은 합당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버터메이커 코치가 원한 팀의 승리는 결국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자 하는 자존감 욕구와 긴밀하게 맞물려 서로 구분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엄마가 다 너 잘 되라고 공부하라는 거야”라는 전형적인 멘트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또한 경기에서의 승리라는 결과에 집착한나머지 선수들의 감성적인 필요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버려 팀의 위기를 자초한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지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상실한다.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네 온 몸이 어두울 것이다. 그러므로 네 속에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둠이 얼마나 심하겠느냐?”

마태복음 6:23 (새번역)

<151경기>에서 밥 라두서 코치는 선수들의 인격적 성숙을 도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자신이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을 지도하는 목적이라고 하면서 경기에서의 승리는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밥 라두서 코치가 지도하는 선수 중 한 명이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팀원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경기장에서 죽을 각오로 뛰겠다”라고 결의에 찬 다짐을 말하자, 라두서 코치가 말한다. “죽을 필요는 없어. 지쳐 쓰러지는 정도면 돼. 고작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일 뿐이야.” (이와는 대조적으로 <꼴찌 야구단>에서 주인공 팀의 상대편 팀 코치는 결승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만약 이 시합에서 진다면 너희들 모두 평생 후회하게 될꺼야”라고 으름짱을 놓는다. )

스포츠 시합에서는 이기는 팀이 있으면 반드시 지는 팀도 있기 때문에 승리만이 절대적이고 패배는 끝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 그 자체보다 좋은 경기(a good game)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경기란 최선을 다해 준비해 힘껏 싸웠지만 혹시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경기에 참가해 자신이 성장하고 변화해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경기다.

이 두 영화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경기에 임하고, 무엇을 위해 경쟁하는 것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돈 벌려고 장사하는 것”이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단기적 표적 이상의 목적과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맥락은 약간 다르지만 The Great Game of Business 라는 경영서의 저자 Jack Stack은 비즈니스를 일종의 스포츠 경기처럼 바라보면서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비즈니스 조직이 성과를 내려면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게임의 규칙을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하며 서로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회계 자료를 정확하게 집계하여 구성원 모두에게 공개하여 비즈니스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보람이 있는 그런 비즈니스를 만들려고 했고 동시에 좋은 성과를 거뒀다. (참고: GreatGame.com)

경기에 나서는 사람은 모든 일에 절제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썩어 없어질 월계관을 얻으려고 절제를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썩지 않을 월계관을 얻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9:25 (새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