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thoughts

  • your days are numbered: 인공지능의 미래

    구글 번역 서비스를 사용해 보았는데 과거에 비해 상당한 발전이 이뤄진 것을 보고 놀랐다. 그 놀람이란 “어, 제법인데?”하면서 기특하게 여기는 정도를 넘어 “어, 나보다 낫잖아? 앞으로 어쩌면 좋지?”하는 약간의 불안감과 열등감을 내포한 충격이었다. 지난 5월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벌어진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시합에서 인공지능에게 패한 커제가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오늘 내가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낀 불안감과 충격도 왠지 그가 느낀 감정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물론 인공지능 번역은 완벽하지 않다. 예컨대 “uphold and support” 처럼 미묘하게 다른 단어가 반복될 경우, 이를 “지지하고 지지하다”라고 같은 단어로 번역한다. 하지만 복잡한 문장 구조에서 이야기의 핵심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문맥에 어울리는 어휘 선택이나 평어와 경어체의 구분 등을 해내는 것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나는 그동안 인공지능 때문에 여러 직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는데 오늘은 그 예언적 경고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 예감을 확장해 보면 다음과 같은 미래가 그려진다.

    1. 평균적인 번역가의 결과물보다 인공지능 번역물의 품질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2. 전문 번역가의 역할은 기존의 문장 번역에서 인공지능이 번역한 문장에 대한 감수와 윤문 정도로 바뀔 것이다.
    3. 서적 전체를 인공지능에게 번역을 맡겨 출간하는 추세가 증가할 것이다.
    4. 번역료 단가가 급감하여 전문 번역사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다른 직업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5. 인공지능 번역기에 의존할수록 번역가의 번역 능력은 퇴화한다. (벌써 실감하고 있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아주대 앞 디저트 카페 "완벽한 순간"

    완벽한 순간(Perfect Moment)”.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pm201612인 걸로 보아 2016년 12월에 문을 연 것 같다. 가게 명함 뒷면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당신의 완벽한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만들겠습니다.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일 한번씩 구워낸다고. 그럼 당일 팔리지 않고 남은 케익들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다양한 디저트류 중에서도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는 레몬 머랭 타르트: 바로 위에서 본 모습: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져서 “어, 내가 방금 뭘 먹었지?” 하는 허무함을 체험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의 가장 완벽한 순간도 지나고 나면 붙잡지 못하고 사라지고 마는 이런 모습일지도.

    주님께서 생명을 거두어 가시면, 인생은 한 순간의 꿈일 뿐, 아침에 돋아난 한 포기 풀과 같이 사라져 갑니다.

    시편 90:5 (새번역)
  • Recommended Reading for Myself

    나에게 변화가 찾아올 때(원제: Transitions, 김선희 옮김, 물푸레 2006)”와 “변환 관리(원제: Managing Transitions, 이태복 옮김, 물푸레 2004)”를 일단 자신을 위한 추천 목록에 올려놓고 싶습니다. 아,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타자의 추방“(문학과 지성사 2017)도 끼워 넣어야겠습니다. 세 권 모두 읽기 시작은 했는데 다른 업무에 밀려 진도가 매우 느립니다. 하지만 저에게 꽤 유용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기록해 둡니다. ]]>

  • [Music of the Week] Chris Botti and Andrea Bocelli, Per Te

    Impressions” (2012) 미국의 트럼펫 연주가 크리스 보티는 1962년생, 이탈리아의 크로스오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는 1958년 생입니다. 끝도 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이상하게 질리지 않네요. 아래 곡들도 추천합니다:

    1. Chris Botti and Andrea Bocelli, Italia (live)
    2. Chris Botti and Caroline Campbell (violin), Obliv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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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ver Split the Difference

    FBI 인질협상 전문가 출신의 저자 Chris Voss가 알려주는, 성공적인 협상의 기저에 자리잡은 심리조작(mind hacking)의 진수, “Never Split the Difference”.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스릴러 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남에게 추천해서 읽게 하기 보다 혼자서만 알고 싶은 책이다. ]]>

  • quote: 한병철, 윌리엄 브리지스, 요한계시록

    1. 갈등의 수용 저는 에니어그램 9번 “평화주의자” 유형으로서, 갈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타자의 추방”을 읽으면서 갈등의 존재는 유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온 힘을 다해 갈등을 회피하려고만 하기 보다 갈등의 존재 자체를 수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u_quote]”알랭 에랭베르(Alain Ehrenberg)에 따르면 우울증이 증가하는 것은 사람들이 갈등 관계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와 최적화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문화는 갈등을 처리하는 작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 갈등은 파괴적이지 않다. 갈등에는 건설적인 측면이 있다. 갈등을 통해서야 비로소 안정된 관계와 정체성이 성립된다. 사람은 갈등을 처리하는 작업을 하는 가운데 성장하고 성숙한다.” —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 2017, pp41-42)[/su_quote] 2. 끝냄이 시작이다 어떤 계기로 읽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윌리엄 브리지스의 “나에게 변화가 찾아올 때”와 “변환 관리”를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저자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조건인 “변화(change)”와, 이를 경험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심리적 상태인 “변환(transition)”을 구분합니다. 예컨대, 은퇴, 이사, 졸업 등의 외부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이를 경험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런 변화를 온전히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외부적 변화 뿐 아니라 내적 변환도 관리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합니다. 저자는 변환 관리에 있어 중요한 첫 단계가 “끝냄”이라고 강조합니다. 무슨 일이든 미련이 남아 과감하고 명확하게 마무리짓고, 버리고, 단절하지 못하는 저에게 요긴한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u_quote]”변환의 출발점은 결과가 아니라 과거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 즉 끝냄이다. 상황적인 변화는 새로운 것에 그 중요성이 부가된다. 하지만 심리적인 변환은 변화가 일어나기 전, 과거에 형성된 정체성을 버리는 것을 더 우선시한다. […] 변환은 끝냄으로 시작된다. 모순적인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 변환을 경험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끝냄과 상실에 대한 무지와 준비없음에서 비롯된다.” — 윌리엄 브리지스 지음, 이태복 옮김, “변환 관리“(물푸레 2004) [/su_quote] 3.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스러움 개인적 고난이나 사회적 재난은 자신과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어울리는 심리적 변환이 뒤따르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저도 자신의 생활 속에 뭔가 잘못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스스로 달라져야 함을 인식하면서도 좀처럼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요한계시록 9장을 읽으면서 “삶의 길을 바꾸지 않았습니다.”라는 구절이 저 자신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su_quote]”이런 무기에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은 계속 전처럼 멋대로 살아갔습니다. 삶의 길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귀신들에게 예배하던 것을 멈추지 않았고, 보거나 듣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금, 은, 놋쇠 덩어리, 돌, 나무 조각들을 삶의 중심으로 삼던 것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변화를 보여주는 어떤 기미도 없었습니다. 여전히 살인, 점치는 일, 음행, 도둑질에 빠져 지냈습니다.” — 요한계시록 9:20-21, 유진 피터슨, “메시지“(복있는 사람 2009)[/su_quote] ]]>

  • [music of the week] Astor Piazzolla, Oblivion

    Astor Piazzolla(1921-1992)가 1982년에 작곡한 곡 Oblivion. 이 곡은 이탈리아의 영화 감독 Mario Bellocchio의 영화 Enrico IV(1984)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Enrico는 Henry의 이탈리아어식 표기인데, Wikipedia에서 Henry를 국가별로 다양한 표기하는 방식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Henry V 라는 영화의 배경 음악 “Non Nobis, Domine“도 좋은데, 내가 영국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니 Enricho IV와 Henry V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https://youtu.be/L38pCPka5L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