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thoughts

  • 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그냥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읽기 시작한 책, 이나가키 에미코(稲垣えみ子) 지음, 김미형 옮김, “퇴사하겠습니다” (엘리, 2017). 알아주는 신문사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커리어 우먼이고, 상당한 수준의 자기 절제 능력도 갖춘 기자 출신의 저자가 본인 스스로의 결정으로 회사를 그만 두는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입니다.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재운 옮김, 바다출판사 2014)라는 책에서 귀농이란 멀리서는 낭만적으로 보여도 실상은 치열하고 고생스런 삶임을 일깨워 준 것처럼, 이 책에서는 회사로부터의 해방이 자유롭고 편한 것만은 아님을 알려줍니다. 조직으로부터 벗어나면 구체적으로 이런 어려움이 따르는구나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회사에 의존하는 인생이 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저자는 미니멀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집안에서 전기 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월 전기료가 200엔(2천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저자가 신문사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남에게 원고를 부탁하는 입장이었는데 퇴사를 하고 나니 이제는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는 입장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원고료가 쥐꼬리만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하네요. 이제는 월급 대신 이런 원고료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원고료에 인색한 신문사가 무척 야속하게 느껴지더라고 합니다. 위의 내용을 읽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마침 오늘 우연히 읽게 된 최영미 시인의 기고문에서, 자신이 작년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했더니 “원고 청탁과 강의 의뢰가 많아져 요즘은 살 만하다.”라고 쓴 문장의 의미가 와닿았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 같습니다. 한편, 번역은 중간중간에 나오는 문화적 키워드 상당 부분에 대해 별다른 주석을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좀 더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 번역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 한편, 친절한 해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대 수준을 낮춘 상태에서 읽다 보니 궁금한 게 나오면 알아서 찾아보게 되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공간에도 감춰진 구석(hidden corner)이 있는 편이 흥미를 키우듯, 모든 것을 떠먹여 주기보다 적당한 불친절이 독자의 지성을 키운다고 봐야 할까요? ]]>

  • 데이비드 브룩스, 인간의 품격

    1961년생인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김희정 옮김, 부키, 2015)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원제는 The Road to Character. 우리말 제목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잘 정한 것 같습니다. 책 서문에서 저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su_quote]나는 얄팍한 성향을 타고났다. 현재 일종의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자기애에 빠진 떠버리가 되어 내 생각들을 마구 쏟아 내는 일로 돈을 번다. 그 생각들에 대해 내가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자신감 있는 척하고, 실제보다 더 영리한 척하고, 실제보다 권위 있는 척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으스대기 좋아하는 얄팍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인간의 품격“(부키, 2015), pp9-10[/su_quote] 이 부분이 영어로는 어떻게 쓰였을지 궁금해서 Amazon Kindle Store에서 샘플을 구해 보았습니다. 전자도서 샘플에 첫 챕터 정도가 실려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su_quote]I was born with a natural disposition toward shallowness. I now work as a pundit and columnist. I’m paid to be a narcissistic blow-hard, to volley my opinions, to appear more confident about them than I really am, to appear better and more authoritative than I really am. I have to work harder than most people to avoid a life of smug superficiality. — David Brooks, The Road to Character, loc 110[/su_quote] 이렇게 비교해 보니 번역하기 어려운 문장을 역자 김희정님께서 깔끔하게 잘 옮기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500 페이지 가까운 어려운 책을 번역하고서도 역자 후기를 책에 남기지 않은 것이 눈에 띕니다. 역자 후기는 과연 어떤 경우에 남기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집니다. 번역 과정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렸고, 어떤 참고 자료의 도움을 받았으며, 번역 시 사용한 도구는 무엇이며,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단어나 표현이 특별히 어려웠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면 의미 있는 정보 공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朝聞道夕死可矣

    논어에서 말한 본문의 문맥과는 다르겠지만, “아침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다해도 그날 저녁에 죽을 수도 있다”라고 풀이하여 인간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지요. “아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어떤 중요한 원리를 이해했는데 그것을 실생활에 제대로 응용해 볼 틈도 없이 당일에 죽어버린다면 안타까운 일일 듯 합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면 너무 늦기 전에 기록으로라도 잘 남겨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 번역 후기

    The Fourth Transformation, 2016–인데 여러 가지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해 두려 합니다.

    1. 묘하게도 자신의 오타는 자기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2.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면 된 게 아니다. 다 고쳤다고 생각해도 다시 보면 또 고칠 문장과 오타가 발견된다.
    3. 마감일이 없다면 끝도 없이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 우리말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MS 워드의 맞춤법 오류 확인 기능도 신뢰하기 어렵다.
    5. 번역은 에니어그램 9번인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일인 것 같다(라고 생각하자).
    6. 컴퓨터 화면이 큰 편이 작업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Scrivener 라는 프로그램이 번역 작업에 매우 편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7. 몇몇 영어 단어는 우리말로 옮기기가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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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구파 블로거"

    스스로를 “학구파 블로거”라고 칭하는 칼슘두유 윤소연 님의 책 “Interior One Book“(디자인하우스, 2015). 사진 위주의 인테리어 화보집 같은 표지 이미지와는 달리 꽤 공들여 쓴 설명서 같은 책입니다. 말하자면 “자신만의 공간에 정착하는 과정의 세세한 기록(chronicles of settling down)”의 느낌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읽기 전이지만 슬쩍 넘겨보며 받은 전체적인 인상을 표현하자면 “시시콜콜, 오밀조밀, 꼼꼼하고 철저하게 파헤쳐보는, 치열한 글쓰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통찰의 깊이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정보의 수집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내공이 엿보입니다. 과연 저자의 저널리스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 what is a home?

    Home App광고 “Welcome Home“편을 보면서 느낀 점: https://youtu.be/4nbhfrQfRRE

    1. 혼자 사는 사람이네. 광고에서 혼자 사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것을 보면 미국에도 일인 가구가 많은 것일까?
    2. 혼자 살아도 물건은 많구나. 물건이 적으면 복잡하게 컨트롤할 것도 줄어드는 것 아닐까?
    3. 말로 하면 될 것을 매번 손가락으로 조종해야 하다니. (물론 말로 할 수도 있지만 손가락으로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
    4. (드립 커피를 자동으로 내리는 장면에서) 전날 밤에 커피 원두를 필터에 올려놓으면 밤 사이에 향이 많이 날라가는 것 아닐까?
    5. 자동으로 이불을 정돈해 주는 기계는 아직 없는 모양이군.
    6. 불을 켜고, 커튼을 올리고, 커피를 준비하는 등의 일상의 사소한 과정들이 저렇게 자동화되면 과연 삶이 더 풍성해질까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기계의 도움으로 이미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사람이 직접 애쓰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화장실 변기, 온수가 나오는 샤워기, 전기 세탁기, 전자렌지, 식기세척기 등이 그렇다.
    7. 혼자 사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편, 음성 인터페이스를 실용화한 Amazon Echo의 광고를 보면서 느낀 생각:
    1. 아이 이름이 Alex, Alexa, Alexis, Alisa, Alexandra인 경우 상당히 혼란스럽겠다. (이름을 바꿀 수도 있나?)
    2. 집안에 Echo가 여러 대 있을 경우 혼란스럽겠다. (이름을 바꾸거나 음성을 바꿀 수도 있나?)
    3. Echo가 전화 자동응답기 역할을 하는 날도 오겠군.
    4. 아마존에서는 휴대용 Echo 기기와 iOS/Android Echo 앱 중 어느 쪽을 내놓으려나?
    5. 사용자들이 어떤 요청을 하는지에 대한 빅 데이타를 수집하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언젠가 구글과 맞짱 뜨는 입장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사물 인터넷은 먼 장래의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

  • 배식하는 여인

    뭔가 익숙한 느낌인 듯 싶은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우유를 따르는 여인’과 구도가 비슷했던 것이었습니다. ]]>

  • Art on the floor

    A pair of trousers, a pair of slippers, two avocados, two bananas, and a chain of paper clips. ]]>

  • at the museum

    Alphonse Mucha, 1860 – 1939) 전시회를 보러 갔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면, 무하는 널리 알려진 그의 포스터 그림의 스타일 말고도 아주 다양한 화풍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제가 알고 있있던 그의 포스터 그림 스타일은 그의 다양한 재능 중에서 빙산의 일각 같은 것이었던 거죠. 전시장 안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에서 내려다 본 카페의 모습 사진을 대신 올립니다. ]]>

  • envy

    envy when I see Andrew Kim‘s work at Minimally Minimal and ichelle im. A guy with outstanding creative talent and visual sensitivity, Andrew Kim used to work at Microsoft, and now he is at Tesla as Lead Desig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