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thoughts

  • eyes on fonts

    나는 글자의 생김새에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위 사진과 같은 간판을 보며 영문 서체를 뭘 썼을까 궁금해 한다. 아마도 Gotham Bold.]]>

  • coming soon: Annual Award 2015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저의 개인적인 의식(ritual) 중 하나인 Annual Award 2015는 12월 10일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 quote: 도야마 시게히코, 나는 나이 들었다고 참아가며 살기 싫다

    “독서는 물론 훌륭한 일이다. 그렇다고 책만 읽는다면 인간은 이상해진다. 바보가 될 위험도 크다. 나이가 들어서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책을 읽으려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할 일이 없으면 할 일, 즉 일을 만들어야 한다. 책은 아무리 읽어도 일은 아니다. 일이 없이는 인간다워질 수 없다.”

    —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나는 나이 들었다고 참아가며 살기 싫다“, 21세기북스, pp116-117
     
  • 목조 주택에 대한 우치다 타츠루의 관점

    최근 어떤 글에서 우리 나라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많은 반면 주거학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 적다는 비평을 읽고 정말 그런 것 같다고 공감이 되었다. 다만 어디서 읽었는지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 안타깝다.

    마침 서점에서 내가 평소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 Brutus라는 일본 잡지에서 “주거공간학(居住空間学 )“이라는 특집을 다루고 있어서 혹시나 해서 구입했다. 역시나 왠지 광고성으로 보이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듯한 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반갑게도 내가 무척 즐겨읽는 작가인 우치다 타츠루(内田樹) 선생의 합기도장 건물을 다룬 기사가 있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책값을 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

    우치다 타츠루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의 합기도장을 목조로 지었는데 집을 나무로 짓는 것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콘크리트는 바깥 세상으로부터 집의 내부를 확실하게 차폐하는 반면 목조 건물은 외부의 더위와 추위, 태풍의 세찬 바람에 대해 나무가 완충재역할을 하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전달해줍니다. 원래부터 개방적인 재료인 거죠. 게다가 전달해 오는 촉감도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편안합니다. 이 “촉감”이란 것도 꽤 중요합니다. 보통 우리는 길거리를 다니며 소음이나 악취 등 주변에 넘쳐나는 불쾌한 자극을 느끼지 않도록 감각을 닫고 신체를 움추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도에서 수련을 하려면 촉감이나 후각 등의 신체 감각을 최고조로 해야만 하거든요. 따라서 도장은 불쾌한 자극은 없이, 감각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눈에 보이는 느낌은 부차적인 요소이고, 손에 닿는 느낌, 그 속에서 둘러싸이는 느낌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 우치다 타츠루, “불쾌한 자극이 없는, 감각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장소”, Brutus 特別編集 合本・居住空間学 SPECIAL, 2014.12.15, p113 (번역)
    uchida_brutus2

    우치다 타츠루는 이 글에서, 자신이 합기도장을 지으면서 극예술 공연도 가능한,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려는 의도와 나무라는 재료가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Stewart Brand의 저서 “How Buildings Learn“에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생활 양식이 변해가듯 건물도 그 변화에 맞추어 수정이 가능해야 하는데 콘크리트 건물은 그게 어려운 반면, 목조 건물은 좀 더 유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걸 읽고 항상 마음 속에 목조 건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우치다 타츠루의 글을 읽고 더욱 목조 건물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C.S. 루이스, 고통의 문제

    어떤 이의 글은 문장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꼭 사상이 심오하다거나 통찰력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일상적인 느낌이지만 그걸 깔끔하고도 정교하게 글로 표현해냈다는 점이 대단하다 싶을 때가 있다.

    글쓴이에 대한 긍정적인 선입견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모든 존경하는 작가에 대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 걸로 보아 문장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별로로 존재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내게는 C.S. Lewis가 그런 인물이다.

    아침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The Problem of Pain를 우리말로 옮긴 “고통의 문제“(이종태 옮김, 홍성사)를 읽는데 첫 문단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애슐리 샘슨 씨가 처음 이 책을 쓰라고 했을 때, 저는 익명으로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정말 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밝히려면 꽤나 꿋꿋한 인간인 것처럼 보일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코웃음 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제 부탁은 이 시리즈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되었습니다. 그런데 샘슨 씨가 머리말을 통해 나 또한 내 원칙대로 살지 못한다는 점을 밝히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것입니다!”

    — C.S.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고통의 문제“, 홍성사, p11, 머리말 중에서

    원문을 읽어보면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그의 문장력에 더더욱 감탄하게 된다.

    problem_of_pain_preface

    — C.S. Lewis, The Problem of Pain

    사실 이런 문장을 번역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것은 마치 투명한 유리창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종태 님의 번역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추천.

  • the best season of the year

    DSC_4861 나는 9-10월이 일 년 중 가장 좋다.]]>

  • design for ease of maintenance

    Tesla Model X에는 고성능 환기 필터가 장착되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꽃가루,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각종 공해물질을 걸러준다고 한다.

    “A medical grade HEPA filter strips outside air of pollen, bacteria, viruses and pollution before circulating it into the cabin. There are three modes: circulate with outside air, re-circulate inside air and a bioweapon defense mode that creates positive pressure inside the cabin to protect occupants.” — from Tesla Model X homepage
    한가지 기억할 것은 차량 실내 공기를 더럽히는 원인은 내부에도 있다는 사실. 차량 바닥에 깔아놓은 바닥 매트를 자주 씻어주지 않으면 그 안에는 흙먼지가 쌓인다. 차량 외부에 묻은 먼지는 주유소에서 자동 세차 서비스를 이용해 비교적 쉽고 빠르게 씻어낼 수 있는 반면 차량 내부 청소는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매트를 걷어낼 때 엄청난 먼지가 휘날릴 뿐 아니라 어디서 털어내기도 어렵다. 진공청소기로는 과자 부스러기 정도는 빨아들일 수 있어도 섬유 사이에 낀 작은 먼지를 청소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제대로 씻으려면 셀프 세차장에 가서 매트 청소기를 통과시켜야 한다. 국내 통계 서비스인 나라지표의 통계에 의하면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14년 기준으로 2000만이 넘어 인구 2.7명당 자동차 한 대 꼴이라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만큼 실내를 보다 손쉽게 청결하게 유지할 방안이 필요하다. 천하의 Tesla도 이번 신차에서 이런 부분은 딱히 손보지 않았는지도. 이에 대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1. 구독형 자동차 매트 렌탈 서비스 : 정기적으로 매트를 교체해 주는 구독형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수된 매트는 전문 세척기로 씻어 재사용한다.
    2. 매트의 소형 모듈화 : 현재 일체형인 매트를 작은 조각으로 모듈화해서 가정에서도 씻을 수 있도록 한다. 다른 옷을 빠는 세탁기에 흙먼지 묻은 매트를 돌리고 싶지 않을 수 있으니 매트 전용 소형 세탁기도 판매한다.
    3. 일회용 간이 매트 개발 : 부직포 형태의 간이 매트를 쓰고 버릴 수 있게 한다. 100% 재활용 재질이라면 부담감도 적을 듯.
    4. 경질 표면 매트 사용 : 섬유 조직 안에 흙먼지가 쌓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표면이 딱딱한 매트를 사용하면 청소하기도 용이하다.
    5. 차량용 신발포켓 장착 : 차를 탈 때는 신발을 벗고 타도록 유도한다. 차량 탑승시 신발을 벗어 넣어둘 수 있는 신발용 포켓을 문 안쪽에 장착한다.
    이런 방안들이 대중화되려면 한참 걸릴 듯. 당장 차 안을 깨끗이 하려면 세차장을 찾을 수 밖에.
    “눈 먼 바리새파 사람들아! 먼저 잔 안을 깨끗이 하여라. 그리하면 그 겉도 깨끗하게 될 것이다.” — 마태복음 23:26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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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nch toast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빵을 우유에 적셔 구워먹는 방식은 4세기 로마 시대의 문헌에도 등장하고, French toast를 German toast, gypsy toast, Spanish toast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즉, 이 조리법을 꼭 프랑스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프렌치 토스트를 프랑스 언어권에서는 “pain perdu” (못 쓰게 된 빵)이라고도 칭한다고 한다. 건조해져서 딱딱해져 버린 빵에 계란이나 우유를 적셔 구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중요한 건, 사진으로 아무리 봐도 배는 부르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 독서 생활

    1. 오에 겐자부로(大江 健三郎) 지음,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위즈덤하우스, 2015

    • 저자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본 인물.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여서 읽게 되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읽게 되는 책 중에 깊은 감명을 남기는 것들이 종종 있다. 기존의 독서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독서 모임에 가입하거나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과연 글쓰기의 깊이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본어 표현을 우리말로 적절하게 옮긴 번역자 정수윤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 뇌 헤르니아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 반응, 그리고 이를 소설 속에 그려낸 사연 등이 무척 인상적이다. 저자와 이름이 비슷한 정윤수님의 글 “아빠 어디 가? 고속도로 간단다 역주행하러 – 오에 겐자부로“도 참고해 볼만 하다.
    2. Brené Brown, The Power of Vulnerability (audiobook)
    • 저자의 강연을 그대로 녹음한, 특이한 오디오북. 저자 특유의 어투가 생생하게 전달되어 듣기가 좋다. 말이 빠르다는 건 극복해야 하는 과제.
    • 사회 복지 연구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수치심(shame)과 취약성(vulnerability)의 주제를 다룬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시 들어볼 생각이다.
    • Vulnerability라는 단어는 흔히 ‘취약성’이라고 번역되지만 사실 그 뜻을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단어다. 길게 풀어 설명하자면 “방어막을 내려놓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 상태” 정도가 된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자신의 맨살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다.
    3. Andy Weir, The Martian (audiobook)
    •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가 10월에 개봉된다고 해서 알게 된 책. R. C. Bray라는 전문 성우가 낭독하는데 몰입감이 좋다.
    •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맥가이버적인 기지를 발휘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등장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보다는 숫자의 계산과 공학적 분석이 더 많이 나와서 왠지 이공계를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1980년대의 게임 오타구 문화를 소재로 한 Ernest Cline의 SF 역사 소설 Ready Player One와 마찬가지로 geek 문학에 속하는 건 아닌지–아직 읽는 중이라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어쨌든 흥미진진.
    • 오디오북으로 10시간 짜리 내용을 두 시간짜리 영화로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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