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멋있게 나오는, 정말 멋진 곳이긴한데 나랑은 잘 맞지 않는다. 너무 정갈해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긴장감 때문에 편하게 있을 수 없는 그런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마치 이 공간은 방문객을 위해 존재하기보다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고결한 장소이기에 나 같은 부류의 사람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메시지를 내게 던지는 것 같다.
말하자면 마침 그 작품의 제목이 “라이브러리”인 하나의 오브제로서의 시설인 셈. 그래서 ‘예술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거리감을 은연 중에 뿜어내는 듯. 게다가 내가 보고 싶은 디자인 잡지들 대부분 최신호가 구비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서가 진열 방식도 책등을 보이면서 빽빽하게 꼽혀있어 마치 ‘우리는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멋있으라고 서가에 꼽혀 있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대부분의 정기간행물 최신호가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되어 있는 NHN Library와 대조적이다.
나랑 잘 맞지 않는 것은 현대카드와 관련된 대부분의 브랜드 경험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뭔가 편하지 않다. 그런대 만약 현대카드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원래 ‘인생 대충 살지 말고 바짝 긴장하면서 좀 제대로 해봅시다’라고 하는 것이라면 소비자를 긴장시키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브랜드 가치를 충실하게 구현한 셈이다. 그런데 긴장감이 지나치면 불편하다. 세련된 디자인도 발효가 필요하다.
Lee Cockerell)이 지은 “타임매직”(원제 Time Management Magic, 배윤선 옮김, 다산북스, 2014).
약 4만명의 직원–디즈니에서는 이들을 ‘캐스트멤버’라고 부른다–을 둔 거대한 운영조직을 맡은 그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일정을 관리했는지를 적은 책이다. 단순한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실무자로서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했는지 실제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더욱 유익하다.
미국에서 이 책의 원서가 2015년 1월 2일에 발간되었는데 번역서 출간이 1월 23일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미국 출판사 측에서 책 편집 과정에서 이런 자기계발서적의 한국 흥행을 기대하고 한국어판 출간을 동시에 추진한 것일까? 혹은 원서가 나오자마자 한국 출판사에서 전광석화처럼 번역, 편집을 마치고 불과 3주 만에 번역판을 출간한 것일지도?
이런 류의 책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또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를 다시 환기시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내용이 새롭지는 않더라도 “아 맞다, 그래야 되는 거였지”라고 기억과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나는 회사에서 꼭 가장 우선으로 지키는 일이 있다. 팀원들의 자리에 들러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하는 일이다. 이는 내가 일찍부터 체득한 습관이자 노하우이기도 하다.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절대 그렇지 않다.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면 나도, 직원들도 업무를 대하고 서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우리가 지금 함께 이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동료의식은 그 작은 한 순간 한 순간이 쌓여서 커진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거대한 기업에서 연륜을 쌓은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들어보는 것이 더 와닿는 것이다. 디즈니월드 운영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업계 베테랑과 식사라도 한 번 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의 책을 통해 그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다만 이 책을 읽은 동기부여 효과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임이 예상 가능하다. 아마도 몇 개월 후에 다시 이런 류의 책을 읽어야 하겠지만 그렇게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서라도 좋은 습관이 다져진다면 기쁘겠다.
“부모들은 종종 교육자인 나에게 어떻게 하면 자식을 잘 키울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한다. ‘부모님들 자신이 잘 살아가야 합니다.’ 삶은 어떻게 자식을 잘 키우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자신의 삶은 자기가 살아내야 하는 자신의 몫이다. 자식의 삶은 자식의 몫이다. 내가 내 삶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면서 자식의 삶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모르는 데서 나오는 오만이다.”
“일할 만큼 하고 벌 만큼 벌었으면 돌아가라고 공항에서 포옹하고 ‘바이 바이’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
— 유해근 지음, “가출해야 성공한다: 최고가 아닌 최초가 되려는 이들을 위하여”, 나그네, p196
몽골인을 비롯해 이란,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해온 나섬공동체 대표 유해근 목사의 책. 외국인 근로자를 섬기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오는 과정에서 얻어진 전문가적인 식견과 함께 신앙인으로서의 통찰이 인상적인 책이다.
특히 위의 인용구에서는 우리가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다. 즉, 남의 나라에 와서 힘겹게 일하는 그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해 불쌍하게 여기는 동정심도 좋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일할만큼 했으면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라는 이야기가 정신을 바짝 들게 만든다. 도움과 동정을 받기만 하는 형편에 있는 걸인이나 피난민이 아니라 본국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스스로의 선택으로 한국에 일하러 온 근로자로서의 존엄(dignity)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짐 로저스의 책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위의 내용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었다.
“산불이 죽은 나무와 덤불을 태워 숲이 스스로 새 단장하는데 기여하듯이 경기 후퇴도 미래의 성장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좀비 기업’으로 살아남았다. 수술이 시급한데 임시방편으로 일회용 밴드를 붙이는 격이었다. 그 결과 경기 하강이 지연됐고 그만큼 경기 회복 시기도 늦어졌다. 억지로 경기 침체를 막으려고 하다 보면 침체에 따른 비용보다 되레 더 많은 돈을 투입하게 될 수도 있다.” — 짐 로저스 지음, 최성환, 김치완 옮김,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한국경제매거진, pp122-123)
유해근과 짐 로저스의 글은 서로 그 맥락은 다르지만 어떤 일이든 때가 되면 과감하게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는 마무리(closing)의 중요성과 불가피성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책으로 펴낸 “암의 종말”이라는 책에서도 삶의 마무리와 연관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암환자의 사망 직전 1개월간 진료비는 1년간 전체 진료비의 31%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체 치료 과정 중 사망 직전에 진료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서도 암환자의 사망 직전1년간 진료비는 평균 2,800만원으로 일반 환자의 입원 진료비보다 14배나 많다.”
이 책의 저자는 환자의 죽음을 지연시키려는 의사와 가족들의 “최선을 다한 노력”에 대한 다른 가능성으로 호스피스를 거론하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조명한다.
“실제로 임종 직전의 말기 암환자들은 자신의 정확한 질병 상태조차 모른 채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 이후의 의학적 결정은 의사의 판단과 보호자의 동의로만 이루어진다.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선택의 기회도 없이 고통 속에서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호스피스는 그러한 삶과 죽음의 양 극단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완충지대가 되고 있다.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완전히 다른 삶의 마무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동정과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중요하지만 존엄에 대한 인식이 균형을 이룰 때 더 성숙하고 온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혹시 자기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다면 언제까지나 자신의 2인자로, 또는 수족처럼 일하는 부하로서가 아니라 언젠가는 독립해서 자신의 일을 할 사람으로 여기고 자기와 함께 일하는 동안 미래의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그리고 적당한 때에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혹시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다면 언제까지나 자기가 먹여주고 입혀줘야만 한다는 동반의존적 책임의식이 형성되도록 하지 말고 언젠가는 스스로 독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상대방의 정신적, 기능적 역량이 자라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혹시 자녀를 기른다면 ‘엄마 아빠가 영원히 지켜줄께’라고 하면서 감싸고 도는 헬리콥터 부모가 되려 해서는 안 된다. 적당한 시기에 정신적으로,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자녀와의 거리를 넓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끝이 없지만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단호하게 말해야만 하는 상황을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개인도 기업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 끝내야 할 때, 그리고 정리할 수 있을 때 명예롭게 마무리 짓는 편이 준비되지 않은 채로 파국을 맞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Hummus Kitchen에서 맛본 tabbouleh 샐러드가 무척 인상 깊었다. 중동식 샐러드를 파는 곳을 쉽게 찾을 수가 없으니 집에서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각종 재료(상추, 어린잎채소, 오이, 토마토, 파슬리, 견과류 등)를 다져 넣고 Chia seed도 뿌리고 올리브유, 레몬즙, 허브소금으로 드레싱을 했더니 tabbouleh와 대충 비슷한 맛이 나서 대만족. 샐러드 재료를 개별적으로 구해 놓으면 좋지만 내용물이 한꺼번에 갖춰진 샐러드를 테이크아웃으로 구입하는 것도 방법인 듯.
예컨대 지난 주에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교 캠퍼스라서 그런지 식당이나 카페에서 판매하는 식음료의 가격대비 품질이 훌륭했다. 마침 종합관 지하 식당에서 파는 닭가슴살 샐러드를 포장주문해 집에서 내용물을 잘게 다진 후 위의 경우처럼 만들어 먹었다.(아래 사진)
특히 사과와 귤을 다진 것이 들어있어서 더 좋았다. 생 파슬리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말린 파슬리잎이라도. 고수 잎도 시도해 봤는데 양을 너무 많이 넣지 않으면 좋은 듯. 모짜렐라 치즈 잘게 다진 것을 조금 뿌리는 것도 괜찮았다. 쿠스쿠스를 구할 수 있으면 시도해 봐야지. 병아리콩을 구해 허머스를 직접 만들어보고도 싶다. 이 샐러드의 핵심은 레몬 한 개를 통째로 짜넣는 것이라 생각된다. 추천.
“2015년 한국, 잔치는 끝났다”에서, 기업체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구조조정으로 그동안 하던 일을 내려놓게 된 40-50대의 고스펙 인력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은 눈부시지만 새롭게 일할만한 자리를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 이런 이들에 대해 한 헤드헌터는 ‘최소한 6개월~1년은 각오하시라’는 말도 한다고. 모세가 40년을 인생의 대기발령 상태로 조용히 지냈던 것을 생각하면 6개월 내지 1년은 잠시 쉬어가는 휴식 시간에 불과할지도. 길게 보고 마음을 차분하게 추스려야지 조급하게 생각하면 실수하기 쉽다. 또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인생의 “다음 단계”는 자신의 역량에 기준을 두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외부로부터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임무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자신의 역량을 월등히 압도하는 커다란 일일수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로 기존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의외의, 또는 하찮게 생각했던 일일수도 있다.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하냐고, 내가 생각하던 건 이런 게 아닌데라고 항변할 수도 있고 자기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대해 “당신의 뜻대로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군가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할 때 그 목소리를 명확하게 듣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일상에 조용히 충실하는 수 밖에 없을지도.
아이들 어렸을 때의 육아일기를 보면서는 당시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두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웃기는 대화들은 다시 봐도 훈훈하다.
한편 개인 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을 읽으면서는 당시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적어놓은 모양인데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보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던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는 생각이 들어 적잖이 반성이 되었다. 이런 사정에 비춰보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사소한 일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며 기회와 재능을 낭비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후에 내가 생각해 본즉 내 손으로 한 모든 일과 내가 수고한 모든 것이 다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이며 해 아래에서 무익한 것이로다”
— 전도서 2:11
나는 독서를 좋아하지만 기억력이 너무 나빠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블로그나 트위터에 기록을 해놓아 언제 어느 책을 읽었는지 확인할 수는 있어서 다행이지만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기록에 의하면 나는 작년 4월에 그렉 텐 엘쇼프 지음, “자기기만, 은혜의 옷을 입다(원제: I Told Me So)”라는 책을 읽은 걸로 되어 있다. 책꽂이에서 이 책을 다시 꺼내어 확인해 보니 밑줄도 그어가면서 읽은 흔적은 분명히 있는데 어떤 연유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이 책에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모든 독서가 이렇게 무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은 실제로 삶의 패턴을 크게 바꿔놓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어떤 종류의 분별력과 지혜가 있어야 할까? 몇 가지 실천적 대안을 적어보려 한다.
실패도 일단 기록하자 –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똥을 밟았으면 일단 사진이라도 찍어두자’. 아무리 기억에 남지 않을 책이라도 기록이라도 해두자. 괜히 만났다 싶은 사람과의 만남도 어딘가에 적어두자. 하루를 낭비했다는 후회가 든다면 그 내용을 일기장에 적어두자. 실패를 통해 배우려면 실패가 실체로 존재해야 한다.
가격보다 가치에 집중하자 – 일상 속에서 시간 낭비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가격’이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의 저자 김선미가 지적한 대로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 비교한다고 돌아다니느라, ‘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배송비 무료’의 덫에 걸려 추가로 구입할 물건 찾느라 낭비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차라리 배송비를 내고 딱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편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내가 지금 가진 금액으로 무얼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보다 지금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cut to the chase라는 영어 표현(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라는 뜻)을 기억하자.
물건보다 경험에, 자기보다 남을 위한 수고에 투자하자 – 일반화하기는 약간 어려운 점이 있지만 대체로 물건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는 시간보다는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들인 시간이, 그리고 자기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한 시간보다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낸 시간이 더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컴퓨터는 창조 활동에 사용하라 – 컴퓨터에 앉아 페이스북, 트위터, 뉴스, 블로그, 온라인 쇼핑몰 등에 남이 올려놓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시간이 흘러가기 마련.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기왕이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을 하는 편이 낫다.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프로그래밍을 한다거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어 본다거나… 꼭 수동적으로 정보 검색을 해야만 한다면 서서 하든지 운동기구 위에 앉아서 하도록.
망설이는 시간을 줄이고 wishlist를 목록을 만들어라 – 많은 경우 망설임은 시간낭비다. 무언가를 망설인다는 것은 선택지 사이에 격차가 크지 않은, 비슷한 것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것이라서 어느 편을 택하든지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혹 큰 차이가 나더라도 선택하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망설여봤자 소용없다. 망설이는 시간을 줄이려면 평소에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구체적인 기준을 적어놓고 그 기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적어놓는 wishlist를 만들어 놓으면 선택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장을 보러갈 때 구매할 물건의 목록을 미리 작성해서 그 목록대로 구입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충동구매를 피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Kakimori 라는 회사. 뭐하는 회사인고 하면 손님이 매장에서 직접 고른 종이로 노트를 만들어 주는 가게라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왠지 매력이 느껴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종이가 있는데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떤 종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출판관계인이 아닌 일반인이 소형 포장으로, 또는 작은 사이즈로 재단해서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 직접 다양한 종이를 만져보고 마음에 드는 종이를 골라 자기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필기형 인간’에게는 매우 가보고 싶은 곳이리라 생각되는데 다음 동영상을 보시라.
http://vimeo.com/77957591
이 회사가 2014년 8월부터 새롭게 시도한 또 하나의 매장은 ink stand 라는 곳. 손님이 직접 원하는 색상의 잉크를 조제할 수 있다고. 한 병(33ml)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가격은 1620엔(약 15000원). 잉크 제조에는 미국 Private Reserve Ink라는 회사에서 만드는 53색의 잉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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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아하는 저자가 생기면 그 사람의 저서를 줄기차게 읽어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 중 대표적 인물이 C.S. Lewis. 그의 책 대부분을 읽었고 특히 Mere Christianity와 The Screwtape Letters는 각각 일곱번 이상 반복해서 읽었다. 읽을 때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근래에는 우치다 타츠루의 저서를 계속 읽었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 국내에 번역된 10권 중 아홉 권을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고 새로운 책이 나온다면 계속 읽고 싶다.
줄기차게 저서를 읽어나가고 있는 저자를 또 한 명 덧붙이자면 일본의 의사로서 104살임에도 여전히 집필과 강연 활동을 계속 중인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선생. 최근에 읽은 “그래서 의학은 재미있다”(미번역, だから醫學は面白い)에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어 옮겨본다.
16살 여공의 죽음 (pp52-53)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가 의대 졸업 후 첫 근무지에서 가장 처음 담당한 환자의 이야기다. 아버지를 여의고 학교 진학을 포기한 후 어머니와 함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6세의 소녀는 결핵성복막염에 걸려 입원했다. 날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어 입원 후 약 2개월이 되었을 때 그녀는 “선생님, 저는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히노하라는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어머니께서 곧 병문안을 오실테니 힘을 내라”고 했지만 그녀는 “저는 어머니를 못 뵐 것 같네요. 그동안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 죄송해요. 선생님께서 대신 인사드려주세요.”라고 했다. 히노하라는 “죽지 않을 거니까 용기를 가져라”라고 한 후 간호사를 불러 강심제 주사를 놓게 했으나 주사를 맞는 동안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히노하라는 이 사건을 겪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의사로서 환자에게 임박한 죽음의 예후를 감지했다면 차라리 “어머니께는 잘 말씀드릴테니 걱정말고 좋은 곳으로 가거라”라고 말해주거나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서 위로해 주는 편이 나았을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하며 자신이 주치의로서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임상의로서의 자세를 평생 견지하게 된다.
Patient Profiling의 중요성 (pp2-3)
그의 환자 중에 류마티스성 심장병을 앓으면서 심부전증이 악화된 45세의 여성이 있었다. digitalis 등의 강심장제를 처방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투여량을 늘였더니 부작용이 생겼다. 사회복지 지도사에게 부탁해 그녀의 집을 방문해보도록 했더니 그녀는 엘레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의 3층에 살고 있었다. 가족으로 알콜중독자 남편과 아들 둘이 있었다. 집에 욕실이 없어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중목욕탕이나 장을 보러 다니느라 매일 몇 차례씩 계단을 오르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힘에 부치는 일상이 있는줄 모르고 그저 약만 처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복지 지도사를 통해 권유해서 1층집으로 이사하도록 했더니 심부전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임상의는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언제부터 그랬나요”? 수준의 질문에서 그치지 말고 환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 생활습관 등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기록하는 patient profiling 을 통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히노하라 시게아키는 더 바람직한 임상의학을 실현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lap desk(무릎 위에 올려놓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석 모양의 소형 테이블)을 들고 다니며 기차 안에서도 원고를 작성한다고.
그는 체중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는데 30세 때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300 kCal 정도로 맞춘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30세 때를 기준으로 체중을 맞추려먼 앞으로 5Kg을 줄여야 하는데 2015년 동안 달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