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하며 읽고 있는 책,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비교적 오래 전인 1860년에 쓰여진 책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글쓴이의 통찰력이 놀랍다. 가장 최근에 쓰여진 책이라고 반드시 가장 발전된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지식은 선형적으로 진화하는 것은 아닐지도.
“따라서 어떤 물건이 쓸모가 있으려면 물건 자체가 지닌 유용한 기능성뿐 아니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를 좀 더 전문적으로 표현하자면, 유용성이란 역량있는 사람의 손에 들린 가치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까지 고찰해 왔듯이, ‘축적’의 관점에서 부를 학문적으로 다룰 때는 물질의 축적만이 아니라 인간 역량의 축적도 그 연구 대상에 포함된다. ‘분배’의 관점에서 부를 학문적으로 다룰 때는 절대적 분배가 아닌 차별적인 분배에 대해, 즉 아무 대상에게 아무 물건을 분배하는 것이 아닌 적합한 대상에게 적합한 물품을 분배하는 법칙에 대해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를 연구하는 학문은 단순한 산술 계산 그 이상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학문인 것이다.” — 존 러스킨 지음, 곽계일 옮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아인북스, p164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수요 중에 75%는 환상과 이상, 희망과 애착에서 비롯된 낭만적인 것들이다. 즉, 돈지갑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을 단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Three-fourths of the demands existing in the world are romantic; founded on visions, idealisms, hopes, and affections; and the regulation of the purse is, in its essence, regulation of the imagination and the heart.) — 같은 책, pp174-175
“생산물은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라 유용하게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을 뜻한다. 그렇기에 국가가 대답해야 할 질문은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잉태해 내는가’이다. 그 이유인즉, 소비야말로 생산의 목적이자 열매이고, 생명이야말로 소비의 목적이자 열매이기 때문이다.” (Production does not consist in things laboriously made, but in things serviceably consumable; and the question for the nation is not how much labour it employs, but how much life it produces. For as consumption is the end and aim of production, so life is the end and aim of consumption.) — 같은 책, p195
“”생명이 곧 부(富)다.” 이 생명은 사랑과 환희와 경외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인 힘디ㅏ. 가장 부유한 국가는 최대 다수의 고귀하고 행복한 국민을 길러 내는 국가이고, 가장 부유한 이는 그의 안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다하여 그가 소유한 내적, 외적 재산을 골고루 활용해서 이웃들의 생명에 유익한 영향을 최대한 널리 미치는 사람이다.” (THERE IS NO WEALTH BUT LIFE. Life, including all its powers of love, of joy, and of admiration. That country is the richest which nourishes the greatest number of noble and happy human beings; that man is richest who, having perfected the functions of his own life to the utmost, has also the widest helpful influence, both personal, and by means of his possessions, over the lives of others.) — 같은 책, pp195-19619세기에 쓰여진 난해한 영어 본문 문장과 비교해 보니 옮긴이인 곽계일 님의 공들인 번역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 깊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