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뇌과학자와 상담치료 전문가가 함께 지은 책 “노력중독“. 독일어 원서 제목은 Dummheit인데 영어로 하면 Stupidity. 2014년 8월 30일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결국 어리석은 노력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를 반성하는 내용인데 목차부터가 흥미진진하다. “제 1 장. 지식 중독: 넘쳐나는 지식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든다”에서는 학문과 지능에 대한 엇나간 추구의 맹점을 꼬집는다. 특히 저자의 박사과정 제자 중 국제학업성취도 프로그램 PISA 순위가 독일보다 훨씬 더 높은 나라인 한국에서 온 “김 군”에 대한 신랄한 지적은 오싹할 정도다.
“김 군은 실로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두뇌 기능뿐 아니라 신경의 작동방식, 그리고 두뇌의 세세한 부분과 그 속에 담긴 비밀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복제 가능한 지식에 지나지 않았으며, 독창적인 지성 면에서는 처참한 낙오자였다. 비정상적인 조합이나 연관성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전무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나 학문 방식을 고안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은 형편없었다. 엄청난 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과학자가 실제로는 바보와 다름 없는 게 아닌가!” — 에른스트 푀펠, 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 이덕임 옮김, 노력중독: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에 관한 고찰, 율리시즈, p33“의사의 자격: 무서운 각성의 시간이 뒤늦게 찾아온다”라는 제목의 부분에서는 오늘날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체계적 비극을 지적한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입학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종종 내면의 부름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특권층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자신이 의사라는 직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공부를 시작하기엔 늦어버리는 것이다.” — 같은 책, p42그외에도 다양한 현실 속의 문제점들을 언급하는데 무척 흥미롭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 내용이 기대가 된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인간의 진정한 능력을 깨닫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더 빠르고, 더 높이, 더 멀리’라는 성취 지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가치에 눈뜨게 되었으면 좋겠다.” — 같은 책,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