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thoughts

  • 오이 겐, 치매 노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오이 겐(大井 玄) 지음, 안상현 옮김, 치매 노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윤출판 최근에 읽은 오근재 지음, 퇴적공간, 그리고 John Grisham의 소설 Sycamore Row에 이어 노인 문제를 다룬 책을 연달아 읽고 있다. 1935년생의 원로의사인 저자 오이 겐은 이 책에서 완화의료 전문가로서의 관점과 함께 오랜 시간 노인을 상대해 오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적고 있다. 또한 자신이 미국에서 생활한 8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일본 문화의 특징을 대조하면서 치매노인이 겪는 문화적, 심리적, 감정적 갈등을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단순한 사례의 열거가 아닌, 노인을 포함한 사회와 문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위에 언급한 오근재 지음, 퇴적공간과 함께 노인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책으로서 추천할만하다. *원서: 大井 玄, 「痴呆老人」は何を見ているか (新潮新書), 2008 ]]>

  • 환영의 문법

    I Smile 중에 나오는 가사 “You look so much better when you smile.”(당신은 웃을 때 훨씬 보기 좋아요)이라는 표현처럼 서로 미소지을 수 있는 관계가 되면 좋겠는데 말이다. 봉사의 성격이 음향 빛 방송 시설을 다루는 기술적인 분야인만큼 구성원이 모두 이공과 출신이라 말수가 적고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원래 한국 사람의 기본 성향이 “아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나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해서 그런 것일까? 대학의 아카펠라 그룹 중창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 Pitch Perfect (2012년작)에서 여주인공 Beca의 룸메이트로 한국인 여학생 Kimmy Jin이 등장한다. 그 한국인 여학생은 무뚝뚝하고, 차갑고, 웃지 않고 룸메이트에게 불친절할 정도로 무심하면서도 같은 한국인 친구들과는 웃으며 재미있게 노는 배타적인 성향의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의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여학생을 굳이 등장시켜 이런 밉상스런 모습으로 그린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과연 Kimmy Jin은 영화의 원작 소설인 Mickey Rapkin 지음 Pitch Perfect에서 등장한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영화 대본작가인 Kay Cannon이 끼워넣은 것일까? 어쨌거나 미국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잘 짓지 않고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전형적인 한국인 유학생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나보다. (영화 후반부, 방학을 맞아 기숙사를 떠나는 장면에서 Kimmy Jin이 Beca에게 방학 잘 보내라고 인사하는 장면을 통해 아주 살짝 개선된 모습을 비춰주기는 한다.)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무엇보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현지인과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하여 눈길을 피하거나 소극적이 되는 상황도 이해되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대하는 한국인의 기본 성향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나 자신 또한 다른 이들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워낙 소심하고 말수가 적어 환영과 관심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의도와 달리 차갑고 무심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심지어 소그룹 모임에서 내가 말이 너무 없어 화가 나있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나도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다른 이들에 대해 환영과 관심을 표현하는 “문법”을 배울 필요성을 느낀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화용론(話用論, pragmatics)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화용론이란 언어학의 한 부분으로서,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언어의 표현과 해석을 다루는 연구 분야다. 문법적으로 맞는 말이 되느냐가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해도 되는 말, 해서는 안 되는 말, 해야 하는 말을 구분하는 것 등을 다루는데 무척 흥미로워 보인다. 당분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 Petals

    졸업, 입학 행사용 꽃다발의 꽃들이 의외로 오래동안 싱싱하게 피어있음에 놀라고 있다. 화병에 꽃아두었더니 1-2주까지도 버티는 듯.]]>

  • John Grisham, Sycamore Row

    Sycamore Row를 듣고 있다. 미국 남부지역의 흑백갈등의 역사를 바탕으로, 거액의 상속 분쟁 과정을 다룬 법정 소설이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은 듯. 이 오디오북의 낭독자는 Michael Beck이라는 남부 출신의 배우인데 John Grisham의 오디오북 낭독을 거의 전담하는 듯 싶다.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니만큼 등장인물의 대사를 남부식 억양으로 읽어서 실감은 나지만 약간은 알아듣기 어렵다. 버스 안에서 30-40분동안 눈을 감고 이 오디오북을 듣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어서 좋다.]]>

  • 오근재, 퇴적공간

    오근재 지음, 퇴적공간 –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 민음인 (2014) 교양넘치는 글솜씨로 노인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오근재 지음, 퇴적공간 (민음인). 속이 불편해 새벽 두 시 반에 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매우 흥미로와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디자인 전공 교수직을 은퇴한 학자로서의 식견과 깊이 있는 관찰이 노인사회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추천.

    “그들은 천국에는 10원짜리 동전 한 닢조차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이승을 떠날 때 물성적인 모든 것은 버릴 수밖에 없지만 넉넉한 마음, 남을 배려하는 따스함, 우정과 사랑 등 영적인 결실만은 내세까지 유효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제 몸에 익힌다.” — 오근재 지음, 퇴적공간 –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 민음인 (2014), p211
    – – – 한편, 책의 주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책 속에서 아래 글을 읽고 든 생각:
    “영국의 문화연구가인 레이먼드 윌리엄스는 문화란 ‘삶의 방식(a particular way of life)’이라 간단하게 정의한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는 허구한 날 똑같은 사료만 주지 말고 자기들이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뷔페나 코스 요리로 달라고 주인을 조르는 법이 없다. 동물의 입과 먹이 사이에는 ‘먹는 방식’이 끼어들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 같은 책, p128
    인간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를 제공한다. 커트, 염색, 옷, 장식품, 청결한 생활환경, 영양식 그리고 의료혜택 등으로 말이다. 이성은 없지만 행동학습능력을 가진 존재인 개나 고양이에게 부여된 문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편, 유행과 광고에 휩쓸린 “맹목적 소비습관”의 경우처럼 인간이 자신의 이성적 판단을 배제한 채 행동학습만을 필요로 하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것은 반려동물이 누리는 문화혜택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 commencement

    commencement_02 commencement_03 commencement_05 commencement_04 2월 중 대학의 학위수여식에 두 차례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한번은 안산, 또 한번은 대전. 두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했다는 것. 학생들도, 학부형들도, 심지어 행사장 주변의 꽃장사들도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했다. 대전의 졸업식에서는 입장권이 있어야만 졸업식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간혹 입장권 없이 온 축하객들이 있었지만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진행요원의 안내에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에도 이런 모습이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원래 이 정도로 차분했었는데 내가 잘 느끼지 못했었는지도. 혹은 대학이 많아지면서 졸업이 주는 사회적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희석되어 참석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큰 기대나 흥분 없이, 차분한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김연아 vs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

    월등히 뛰어난 소수의 아이는 스타로 키워봄직하지만 그 외의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는 팀웍 중심 교육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라면 개인의 역량을 최고로 올리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스타가 될 가능성이 적은 대부분의 “우수한” 또는 “평범한” 학생의 경우라면 기본적인 학력을 갖추는 것과 함께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함께 협력해서 성과를 내는 훈련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 후보생이 아닌,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충분한 경쟁력의 기틀을 마련해 주기에는 “자기주도학습”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본다. 조직적 경쟁력을 키워주려면 여러 명이 함께 힘을 합해야만 결과를 낼 수 있는 협동과제를 다양하게 디자인하고 아이들을 협동학습 환경에 더욱 자주 노출시켜줘야 한다. 경쟁 환경에서 성과의 측정이라는 문맥에는 개인의 역량에 촛점을 맞추어 교육도 하고 시험도 풀지만 사회적 적응력과 공동체의 경쟁력을 길러주는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는 개인 중심의 학습과 시험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예컨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풀어야 하는 문제를 80% 정도 풀고 나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를 20% 정도는 풀어봐야 한다고 본다. 자기 아이가 장차 스타가 될 재목이라고 확신하는 부모에게는 협동학습의 필요성이 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이 쓰기는 했지만 성장 과정에서 협동학습이라는 것을 별로 경험해 보지 않고 자란 학부모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막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 김근배, 마케팅을 공자에게 배우다

    김근배 지음, 마케팅을 공자에게 배우다, 리더스북 독서모임의 2월 도서로 선정된 책. 첫 인상은 한자도 많이 나오고 생소한 중국 고전도 많이 인용되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내용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나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막연하게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현재의 모습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엄밀히 말해 12세기에 정립된 유교의 학파 중 하나인 주자학(성리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반면 일본은 주자학보다는 양명학의 영향을 받아 근대화와 산업화에서 앞서 갈 수 있었다고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유교에도 여러 종류의 사상적 갈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어려서부터 받은 동양적 문화의 가르침과 자라면서 접한 서양적 문화의 가르침이 의식 속에 서로 혼재되어 사회 생활에서 상당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일 듯 싶다.]]>

  • 시키는 교육 vs. 자발적 학습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라는 책에서 저자 김선미는 한국 학부모들의 마음 속 깊이 각인된 각종 사교육, 선행학습 등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강하게 부정하고 독서를 중심으로 한 책육아 방식으로 키워 온 자신의 딸 하은이의 이야기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다. 마침 저자의 딸이 나의 큰 딸과 같은 나이다. 저자의 최근 블로그 포스팅에 의하면 심지어 학습지조차 풀지 않는다고.

    “근데 하루에 과목별로 학습지 문제지 두장씩 꼬박꼬박 풀리면서 그게 가능할꺼 같애? 애미가 간디가 아닌 이상.. 법정스님이 아닌 이상.. 택도 읍써. 맨날 싸워. 니가 죽든 내가 죽든.. 안되는 게임이야..” — 지랄발랄 하은맘 블로그 “학습지는 개나 줘버려~!” (2014년 2월 17일) 중에서 인용
    학생 개개인의 타고난 재능과 성격, 그리고 생활 환경에 따라 최적의 해결책이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기에 “시키는” 교육과 자발적 학습 중 어떤 방식의 교육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시키는” 공부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저자의 교육 방식에 상당한 공감을 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가정 내에서 교육 정책의 주도권을 가진 아내의 선택을 존중할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