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gram의 런던사무실에 소속된 디자이너 겸 건축가 다니엘 와일(Daniel Weil)이 영국의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Mothercare사의 의뢰로 디자인한 Innosense 우유병을 소개하는 동영상이다. 왜 이런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스토리텔링이 무척 흥미롭다. 그의 논리도 깔끔하고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길이가 2분 58초에 불과한 동영상도 어쩜 이렇게 산뜻하게 잘 만들었는지. 시대를 대표하는 용기(容器)가 과거에는 코카콜라 유리병이나 코카콜라 알루미늄캔이었다면 오늘날은 그것이 일회용 커피컵이라고 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다만, 디자인이 실제로 잘 되었는지는 위의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제 사용자인 부모나 아기들이 사용할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는 반복적으로 사용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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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다산 정약용의 여러 글들을 모아 노만수씨가 편역한 자극적인 제목의 책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앨피 간). 과연 정약용이 이런 과격한 표현을 썼을까 의아했는데 실제로는 그가 직접 말한 것이 아니고 그가 쓴 “죽대선생전“이란 제목의 글에서 주인공인 이종화 公(“죽대선생”은 그의 별명이다)이 공의를 굽게 한 관리들을 꾸짖을 때 내뱉은 표현(“汝玆狗子等”)이다. 피비린내 나는 당파 싸움과 관리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로 얼룩진 조선의 안타까운 현실을 가슴 아파하던 그가 이종화의 입을 빌어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한 것인지도 모른다.
편역자인 노만수씨는 다산 정약용을 다음과 같이 특징짓는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정치가, 문장가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실주의(realism)’라고 할 수 있다.”
— 정약용 지음, 노만수 엮음,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앨피, p21막연한 원리를 되는대로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체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다산의 철두철미한 연구 자세와 실용적 사고방식이 그의 글 곳곳에 잘 드러나 있음을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몇 권 안 되지만 그동안 읽은 정약용과 관련된 책은 모두 깊은 감명을 주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리더의 책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배우는 바가 무척 많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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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Library Season 2
NHN Library, one of my favorite places in Korea, recently had a major makeover. Now it looks like a huge maze and I would need some time to get used to the new layout. Despite some awkwardness for the time being, it is apparent that lots of thoughts and efforts (and money) have gone into making of this unique place. With its large collections of imported books and magazines related with design and arts, the place is where I can have visual feast for some cost (that is, for parking, 3,000 Won per hour). Lo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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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appreciation of books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음식 사진을 찍는 의식(ritual)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책을 읽기 전에, 또는 읽고 나서 표지를 사진으로 찍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위의 사진은 요즘 한참 즐겁게 읽고 있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래질의 우리말 번역본. 육중한 두께 때문에 들고 다니기도, 펼쳐서 보기도 불편하기 때문에 원서 오디오북으로 출퇴근 중에 듣고나서 내용 확인을 위해 번역본을 참고한다. 추상적인 전문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원서와 번역본을 같이 참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번역본 만으로는 진도를 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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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atched Pot Never Boils
안티프래질“이란 책에서 섣부른 개입(naive intervention)이 가지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가만히 놔두고 봐야 할 것을 자꾸 뒤적거려서 일을 망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주식이 단기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하면서 사고 팔기를 되풀이하는 사람이 돈을 잃기 십상이라는 것. 저자의 말에 따르면 주가의 단기적 변동의 대부분은 노이즈에 해당하므로 마땅히 무시해야 옳은데 너무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은 그런 변동을 유의미한 신호로 착각해서 실수한다는 말이다. 다른 예로, 아이가 아프다고 너무 쉽게 병원에 데려가고 의사도 너무 쉽게 편도선 제거 수술과 같은 처방을 내리는 추세는 아이들의 장기적인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적고 있다. 이런 교훈은 아이들 교육에 대한 부모의 태도에도 적용될 듯 하다. 학교 생활과 가정에서의 생활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과정을 길게 봐야 하는데 시험 성적이나 등 수와 같은 단기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학원이나 학습지 등의 과외 교육을 시켰다가 바꿨다가 하므로 오히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친구와 한번 다투었다고 “그런 애랑 놀지 말아라”라고 관계를 끊어버리는 단기적 반응도 오히려 더 큰 손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법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민첩한 반응 못지 않게 오래 기다릴 줄 아는 현명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자가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안연히 처하여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어늘 너희가 원치 아니하고 이르기를 아니라 우리가 말 타고 도망하리라 한고로 너희가 도망할 것이요 또 이르기를 우리가 빠른 짐승을 타리라 한고로 너희를 쫓는 자가 빠르리니 한 사람이 꾸짖은즉 천 사람이 도망하겠고 다섯이 꾸짖은즉 너희가 다 도망하고 너희 남은 자는 겨우 산꼭대기의 깃대 같겠고 영 위의 기호 같으리라 하셨느니라 그러나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공의의 하나님이심이라 무릇 그를 기다리는 자는 복이 있도다 이사야 30: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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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on a map
위의 사진은 9호선 신논현역에서 내가 종종 참조하곤 하는 지하철 운행 시간표다. 신논현역에서는 일반열차와 급행열차가 동시에 대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어느 쪽이 먼저 출발하는지를 알기 위해 위의 시간표를 참조한다. 이 표가 유용하려면 “개화” 방면이 자신이 가려고 하는 방향인지 알아야 하고, 오늘이 평일인지 휴일인지 알아야 하고(휴일 시간표는 바로 옆에 붙어 있음),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야 하고, 그리고 표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이 갖춰져야 한다. 머리 속으로 그런 다차원적인 탐색을 하고 나서야 다음 번에 출발하는 열차가 몇 시에 출발하고 그것이 일반인지 급행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적절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이런 탐색의 수고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의 위치, 시간, 행동 습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그와 유사한 서비스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상황에 대한 해석을 외부 프로세스에 내어 맡김으로써 우리는 그만큼의 편리함을 누리는 한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조금씩 무뎌져 간다는 우려가 있다. 위의 시간표는 정보의 지도다. 지도는 정보를 표시할 뿐, 사용자가 필요한 정답을 알아서 눈 앞에 들이밀지 않는다. 사용자가 주어진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해서 필요한 답을 찾아야 한다. 정보의 지도를 일상적으로 더 자주 활용해야만 디지털 치매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앞으로 지도와 더 친하게 지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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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2day에 남겼던 생각들
2007년에 시작된 토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미투데이(me2day)가 2014년 6월말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장본인인 만박님과는 아는 사이여서 초기부터 남다른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온라인 서비스의 종료(end-of-life)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착잡한 심정이다. (위 사진은 2008년에 미투데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당시는 NHN에 인수되기 이전이었다.) 다양한 온라인 소통 채널이 존재하지만 각 채널별로 접속하는 사람들(audience)가 다르기 때문에 각 채널에 올리는 내용도 조금씩 성격을 달리해서 올려왔다. 예컨대 다양한 문맥에서 알게된 서로 다른 유형의 청중이 모인 페이스북에는 “공식적이고 안전한” 내용을 위주로 올리는 반면, 비교적 적은 수의 청중이 모이고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미투데이에는 투덜거림, 아쉬움, 잡념 등이 포함된 일상적인 생각을 적곤 했다. 한편, 본 블로그에는 좀 더 길게 써야 하는 생각 또는 관찰한 내용 등을 게재해왔다. 그 외에 트위터,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 다양한 채널별로 조금씩 다른 정체성(identity)이 표현되는 스펙트럼 분화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미투데이에 올렸던 글 중 일부를 모아보았다.
시간을 아끼려고 밥을 빨리 먹기보다 조금만 먹는 편이 낫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급히 서두르기보다 일찍 출발해서 느긋하게 가는 편이 낫고, 더 많은 물건을 수납하려 애쓰기 보다 수납할 물건 자체를 줄이는 편이 낫다. — 느리게 가볍게 알차게 13/10/31 1:17 PM
모든 걸 다 잘 할 수도 없고, 한 가지를 항상 언제나 잘 할 수도 없고,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살 수도 없다. 뭔가는 할 수 있는 게 있고 어쩌다가 잘 할 수도 있고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하게, 속이지 않고, 꾸준히 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3/10/30 10:35 PM
살빼고 싶다고 빠지는 게 아니고 돈 벌고 싶다고 벌리는 게 아니고 오래 살고 싶다고 장수하는 게 아니다. 본질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없는 걸 급하게 이루고자 하면 탈이 생긴다. — One day at a time 13/10/26 9:36 AM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치있는 것 중에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닌 것: 행복한 추억, 우호적인 친척, 넓은 인맥, 건강한 유전자, 좋은 평판 — 13/10/11 1:14 PM
남보다 앞설 필요도 없고, 남과 “다른” 길을 가야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시간표 대로 “바른” 길을 가면 된다. — 생존을 위해 남과 경쟁하기보다 삶을 위해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 더 어렵다 13/8/20 8:14 AM
당신이 3개 국어에 능통하기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큰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의 경쟁자는 중국어를 포함한 5개 국어에 능통하고 당신보다 15살이나 젊다. 피부와 눈빛에서 벌써 건강한 에너지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 40대에 느끼는 위기감. 13/8/14 9:56 AM
이 세상은 (1)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 (2) 미래를 받아들이는 사람 (3) 미래에 끌려가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그룹의 사람들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삶의 경험이 현저히 달라진다. — 린다 그래튼 지음. 일의 미래(The Shift)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 13/7/4 12:03 PM
마무리 동작. 끝내기. 종료 시퀀스. 유언. 스완송, 졸업식. 화룡점청. 엔딩 크레딧. 설거지. 장례식. 쫑파티. “다 이루었다” 피날레. 폐막식. 은퇴. 종업식. 망년회. closing. epilogue. — 중간에 포기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끝까지 잘 하자. 13/5/27 1:41 PM
국제적 명망이 있는 모 인사는 엘레베이터에 여성과 단둘이서 타는 것조차 피한다고. — 틈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위치도 있다. 13/5/11 11:28 AM
경영자로서 희망과 기대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경영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희망하는 것은 경영의 대상이 아니다. — 직원이 더 나은 됨됨이의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희망사항이다.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놓고 그 제도가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경영이다 13/6/24 5:58 PM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자식에게 투사하면 달리기 경주에서 은메달을 따서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조금만 더 빨랐으면 금메달인데” 하며 아쉽다고 한다 — 13/5/3 9:47 PM
요셉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었다면 장차 이집트의 총리가 되기 위해 무려 23년간의 노예-감옥 생활을 끼워넣을 수 있었을까? 자기 삶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결정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 결혼은 자기복제가 아닌 전혀 다른 개체–그것도 친인척이 아닌–와의 결합인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Self-sufficiency 의 개념은 불완전한 사상이다. 13/4/15 11:1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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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sim Nicholas Taleb, Antifragile
Nassim Nicholas Taleb(1960년생) 원래 선물거래(option trading)를 하던 투자전문가였다가 통계학 분야에서 유명한 저술가가 된 인물이다. 그가 2007년에 출간한 The Black Swan(블랙스완)이란 책은 2008년 리먼사태가 일어난 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블랙스완이론은 일어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져 사람들이 간과하던 사건이 일단 일어난 후에는 엄청난 파급효과–주로 부정적인–를 내는 일련의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가 2012년에 저술한 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원제 Antifragile: Things That Gain from Disorder)이란 책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안티프래질이란 시스템의 안정을 해치고 불편을 초래하는 자극이 가해질수록 시스템이 오히려 더욱 성장하고 강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처음엔 도대체 그런 게 어디있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자연 현상 중에 안티프래질 특성을 가진 것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안티프래질은 일반 시스템 이론에서 흔히 거론되는 강인성(robustness)이나 회복력(resilience)과는 다른 특성임을 거듭 강조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저 서로 유사한 것이려니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안티프래질 특성의 한 가지 예로서, 사람의 신체는 가끔씩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배고픔과 결핍을 경험할 때 오히려 더 건강해지고 더 젊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힘든 경험을 겪지 않고 편안하기만 하면 붕괴와 퇴조를 앞당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뭔가 그럴싸하지 않은가? 워낙 두꺼운 책이라 진득하게 앉아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억지로라도 듣게 되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중인데 아주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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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ltimate irrelevance of achievement and the significance of relationship
Matthew 25:31-46, it is shown to us that, on the judgment day, our individual achievement, such as how many books we have written, how much accolades we have accrued, or how far we have reached in terms of professional excellence, does not really matter. Instead, what ultimately matters is our relational and behavioural state of being, as represented by what our existence have meant for those around us who were in rather sorry situation. Those who were cold, sick, hungry, or thirsty. Or, those who felt lonely and vulnerable because they were considered as strangers. Those who are recognized and honored at the end are those who has had healthy disregard for self while maintaining caring attention and compassion towards others. How simple is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