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thoughts

  • The Firm

    얼마 전, 맥킨지(McKinsey & Company)라는 외국의 컨설팅 회사 사무실을 방문하는 꿈을 꿨다. 세련된 복장의 젊은 컨설턴트들이 예리한 눈빛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난 이런 곳에 오기 어려웠던 거야”라고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무의식 중에라도 맥킨지를 연상시킬만한 상황이 없었는데 왜 이런 꿈을 꿨는지 모르지만 기왕에 맥킨지 꿈을 꾼 기념으로 아주 최근(2013년 9월)에 출간된 Duff McDonald 지음, The Firm: The Story of McKinsey and Its Secret Influence on American Business 이란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기 시작했다. 비록 꿈에서나 가 본 회사지만 책을 통해 이 회사의 내력을 자세히 듣고 있자니 재미있다. *참고: WSJ에 실린 책 소개]]>

  • 구스노키 켄, 전략독서일기

    근래 재미있게 읽은 “히스토리가 되는 스토리 경영“의 저자 구스노키 켄(楠木建)의 최신작(2013년 7월 출간) “전략독서일기“를 구했다. 스토리경영전략 컨셉에 영감을 준 도서를 소개하는 것의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나의 독서 스타일”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통해 저자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

    1. 그는 1964년 생이다.
    2. 유년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TV 없이 자랐다. 할머니가 보내준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결국 공상이 그의 취미가 되었는데 그 공상의 스케일이 상당했다. 머리 속에서 국가를 설계하고, 만들어진 국가에 관료를 임명하고, 헌법을 개정하고, 국회를 열면서 놀았다고.
    3. 지금도 TV는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한다.
    4. 내성적이라 스포츠도 안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별로 안 하며 오후 4시 정도에 퇴근해서 주로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보낸다. 단,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수영을 한다. 영화는 일년에 두 차례 정도 관람한다.
    5. 일년에 3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히토츠바시 경영대학원 교수로서 업무/연구와 관련되어 읽는 학술서적은 제외한 숫자다.
    6.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주로 읽는다.
    7. 휴가를 갈 때 책을 50-60권 정도 별도의 가방에 넣어 가서 호텔 풀장에 누워 하루 종일 읽는다. (가족들은 어쩌고?)
    8. 그는 자서전, 전기, 일기 등 사람들에 관한 책을 무척 좋아한다. (일기라는 장르가 그에게는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도 도전해보자.)
    9. 책을 모아두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읽고 난 책의 대부분(90%)을 바로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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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iPhone broth

    Soon after the above photo of hot bowl of noodle was taken, my 6-year old daughter dropped my iPhone 4s into it. Of course, she did not intend to do so. She was just trying to take a close-up photo of the bowl and then the phone slipped from her small hands. For about 15 seconds or so, my iPhone was swimming in the steaming hot soup. I couldn’t pick it up right away because the soup was too hot. It was eerily comforting to see the iPhone screen brightly shining under the surface of the hot, salty liquid. At the same time, I was just glad that the hot liquid didn’t spill all over my daughter. After all, thankfully, my phone survived the plunge. Perhaps the soup was so hot that the liquid evaporated right away once it was out. The taste of iPhone broth wasn’t too bad, either.]]>

  • 천국의 섬, 증도

    어느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동석한 어떤 분으로부터 “증도“에 관해 듣게 되었다.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증도가 아주 특별한 섬이라는 이야기였다. 궁금한 마음에 증도에 관한 책을 구해 읽었는데 무척 감명 깊었다. 기회가 되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려 하고 있다.]]>

  • Gary Keller, The One Thing

    익히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듣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야 “아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깊이 깨달아지고 비로소 실천에 옮겨지는 것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청소에 관한 이야기다. 정리 정돈에 앞서 먼저 버려야 함을 알고 있고 머리로는 수긍(agree)하지만 실제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비슷한 주제의 책을 몇 권이고 보게 되는데 사실 책의 내용은 저마다 대동소이하다.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 느낌이 강하게 오고 비로소 실천에 옮기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물론 이 효과도 아주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서 조만간 또 비슷한 주제의 책을 읽어야 새로운 진전을 맛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Andrew MellenUnstuff Your Life를 읽으려 한다.) 우선순위(priority)라는 테마도 이미 여러 책에서 다루고 있고 대부분의 독자들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워 하는 주제 중 하나다. 게리 켈러,제이 파파산 공저/구세희 역, 원씽 THE ONE THING :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비즈니스북스)도 우선순위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책의 내용도 이전에 읽은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런 내용을 읽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시간과 삶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 보고 반성할 수 있어서 좋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은 중 직장생활을 한 지난 10여년 동안 한번도 제대로 된 휴가 계획 없이 살아온 나로서는 다음 내용이 특히 인상깊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매년 휴가 계획을 정하며 한 해를 시작한다.[…]실제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자신이 여러 번의 휴가 사이사이에 틈틈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은 휴식 시간을 따로 떼어 두지 않는다. 자기에게 그럴 자격이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게리 켈러,제이 파파산 공저/구세희 역, 원씽 THE ONE THING :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비즈니스북스), pp20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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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듀크 로빈슨, 좋은 사람 콤플렉스

    듀크 로빈슨(Duke Robinson) 저/유지훈 역,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사람 콤플렉스 : 착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9가지 이유, 소울메이트

    원제는 1997년 출간 당시 Good Intentions: The Nine Unconscious Mistakes of Nice People 이었는데 2000년에 소프트커버(paperback) 판으로 재출간하면서 “Too Nice for Your Own Good“: How to Stop Making 9 Self-Sabotaging Mistakes 로 바뀌었다.

    미국 Amazon.com에 유사한 주제의 책이 즐비한 것을 보면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착한” 이미지에 눌려 사는 사람들이 서양에도 많은가보다. 이 책은 좋은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아홉 가지 특징을 열거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각 장 말미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묘한 말을 반복하고 심지어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의 끝에도 “물론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이것이 좋은 의미인지 안 좋은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치 한번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음을 의미하는 듯한, 마치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는 으시시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나는 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열 처녀 비유를 읽을 때마다 기름이 떨어져 곤경에 빠진 동료들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슬기 있는” 다섯 처녀의 태도에 대해 ‘뭐야 그래도 너무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 편이 항상 불편했다.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그 중에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지라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새 소리가 나되 보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 하매 이에 그 처녀들이 다 일어나 등을 준비할새 미련한 자들이 슬기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우리 등불이 꺼져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 달라 하거늘 슬기 있는 자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와 너희의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 하니 저희가 사러 간 동안에 신랑이 오므로 예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 그 후에 남은 처녀들이 와서 가로되 주여 주여 우리에게 열어 주소서 대답하여 가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너희를 알지 못하노라 하였느니라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를 알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25:1-13

    ‘슬기 있는’ 이 다섯 처녀는 별로 ‘착한’ 것 같지 않은데 어쨌거나 인정받은 것은 이들이므로–내가 마음 한 켠에서 불편하게 여기는 것과는 무관하게–이들의 사고방식에서도 뭔가 배울 것이 있음이 분명하다. 아마도 (친절과 나눔은 원칙적으로 전제되어야 하지만) 결정적으로 타협이 불가능한 특정 영역에서는 타협이나 동정의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는 헨리 클라우드의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녀 양육을 읽어봐야겠다.

  • 이철재,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

    일본 긴자에서 스시 가게를 운영하는 장인의 이야기를 다룬 흥미진진한 요리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지로의 꿈에 주인공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외국인 셰프를 지칭하면서) “나보다 미각이 뛰어난 사람을 알고 있어요. 내가 그 사람만큼의 미각을 가졌더라면 훨씬 더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었을 거예요.” 이 이야기를 통해 미각에도 수준이 있다는 것과 이 세상에는 남다른 미각을 가진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의 저자 이철재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삶의 과정 속에서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그는 이 책 속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얽힌 이야기과 함께 대표적인 음반을 들을 때 자신이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세밀하고도 정교하게 적어놓았다. 이 책을 통해 미각 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해 반응할 수 있는 감성에도 수준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G.K. Chesterton, Orthodoxy

    G.K. Chesterton이 1908년에 쓴 명저 Orthodoxy의 국내 번역판은 두 가지가 나와있다. 2003년에 나온 ‘오소독시‘(윤미연 역, 이끌리오 간)와 2010년에 나온 ‘정통‘(홍병룡 역, 상상북스 간).

    최근 ‘정통’을 읽었는데 매일 라면만 먹다가 신선한 샐러드를 먹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저자의 생각과 표현 방식이 남달랐다.

    “순교자는 자기 밖의 그 무엇에 대해 너무나 많이 염려하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잊어버린다. 자살자는 자기 밖의 어떤 것에도 너무나 관심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의 끝장을 보고 싶어한다.”

    — G.K. 체스터턴 지음, 홍병룡 옮김, 정통, 상상북스, p155

    다만 내용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오소독시’ 번역판과 원서를 다시 읽어보려 한다.

  • 꽃받침

    autumn_flowers2

    꽃잎 아래에 위치하는 꽃받침을 한자로는 악(萼)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sepal 또는 calyx라고 부른다. 좀 더 상세하게는 sepal은 꽃받침 중 한 조각을 가리키는 말이고 (꽃잎 한 조각을 petal이라고 부르듯) calyx는 꽃받침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 꽃 (우리말로는 살사리꽃) 아래에 있는 꽃받침의 모습은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어쩜 이렇게 우아한 것일까?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도 찻잔받침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