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을 쓴 작가 리처드 바크의 둘째 아들인 제임스 마커스 바크가 쓴 “공부와 열정“이라는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원제는 Secrets of a Buccaneer-Scholar: Self-Education and the Pursuit of Passion인데 이를 직역하면 ‘해적 학자의 비밀: 자기교육과 열정의 추구’쯤 되겠다.
저자는 본래 학습에 대한 열정이 강한 아이였지만 공립학교의 경직된 교육 방식에 대한 강한 반발심과 아울러 가정의 복잡한 사정–이혼하여 멀리 떠난 아버지는 대학 학비를 지원해 줄 형편이 못 되었고 새아버지와는 성격차이로 다툼이 있어 집을 나와 혼자 하숙을 하는 처지였다–으로 인해 16살 때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는 이후 독학으로 20세에 애플컴퓨터사의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의 전문가로서 저술, 강연, 컨설팅 등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떻게 학교라는 제도권 밖에서 마치 해적과도 같이 독립적이면서도 모험적으로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를 탐구하고 지식을 키우며 전문성을 넓혀갔는지를 소탈하게 이야기해준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갈등과 고민들, 특히 학교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솔직하게 적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끔찍하고 쓸데없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 그건 바로 내 머리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는 자괴감이었다. 이 때문에 공부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많이 허비했다. 결국 난 사납지만 쉽게 기죽는 아이로 변해 버렸다. 어려워 보이는 과목이 있으면 내 두뇌의 한계를 확인하는 게 두려워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공부와 열정, 민음사, p152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아이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그 복잡한 사연과 속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다 파악하고 적절히 보듬어 줄 수 있단 말인가.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교 학위나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장 조차도 없이 실력을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의 전문가로 입지를 구축한 저자의 독특한 경험과 성장 과정은 매우 희귀한,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그가 학교라는 제도적 프로그램 밖에서 독자적인 학습 방식으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졸업장 또는 학위라는 인증과정을 거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 이전에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것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것에 대해 단순한 호기심 충족 수준의 학습의 방편으로 구글 검색을 하고 끝내는 수준을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방법과 진지한 태도로 지적 탐구를 해야겠다고 반성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팅 분야의 전설적인 인물 제럴드 와인버그의 책들을 강력 추천했길래 Weinberg on Writing을 읽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