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밀집 지역에 개인 병원이 몰리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이는 추세가 역력하다. 대부분의 병원 인테리어는 홍보 영상을 보여주는 벽걸이형 평면 텔레비젼, 안락한 소파, 커피 테이블, 잡지꽂이, 음료 테이블, 그리고 간혹 유아를 위한 장난감과 놀이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각자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 대동소이한 포맷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행이란 것이 그런 것인지도. 남들과 다른 모습이 되고 싶은데 결국은 비슷한 모습이 되어 가는 현상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어딜 가나 유사한 포맷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인테리어 업자도 작업이 수월하고,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도 비교적 쉽게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례히 어떤 편의시설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심리적 모델이 형성되면 매번 새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퍼즐을 풀어나가듯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전형적인(typical) 것”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한편 참신한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따로 있다. 관광지에서 랜드마크를 방문하는 경우와 같이 상징적 개성이 강한 경험에서는 참신성을 기대한다. 유명한 브랜드라고 해서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면 적어도 포장방법이라도 남다른 점이 있어야 제값을 했다는 느낌을 준다. 핫플레이스라고 애써 방문했는데 동네 까페와 다를 바 없으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병원의 디자인은 참신성과 익숙함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한다. 예컨대 건강검진이나 치과 스케일링과 같이 주기적 방문이 요구되는 경우, 새롭고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갈 때마다 서비스가 개선되어지는 것을 느끼고 새롭고 신선한 영감(inspiration)을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공중보건에 좋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