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히 두툼한 두께에, 표지에 사용하기에는 약간 의외의 여자 어린이 사진이 눈길을 끌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는 궁금한 생각에 펼쳐보게 된 책, 신성대 지음 “품격경영”. 품격이라는 주제를 다루기란 쉽지 않다. 품격이라는 개념이 매우 주관적이고 상황의존적이며 모호한 것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글쓴이의 막연한 의견을 이리저리 펼치는 것에서 끝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행히도 품격의 문제와 관련된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사진과 함께 제시하면서 무엇이 문제이며 그 대안은 어떤 것일지를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제스처, 옷차림, 헤어스타일, 몸의 자세 등과 같은 비언어적 메시지(non-verbal message)가 어떤 인상을 주는지를 설명하는데 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지도자들의 외교 활동 현장을 담은 사진을 예로 들어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우스운 망신거리나 상대에 대한 심각한 결례가 될 수도 있음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또한 각종 의전과 관련해서 준비 당사자들이 놓치기 쉬운 디테일에 대한 언급은 상황 디자인 관점에서 유익한 참고가 된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하여 정부 관계 인사들이 국제무대에서 무의식 중에 취하는 모습이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상당히 난감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사진과 함께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긴장하게 된다. 아내가 이 책을 잠깐 보더니 “이러면 잡혀가지 않나요?”하고 걱정스럽게 물을 정도. 한편, 매너라고 하는 것은 특정 상황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진 행동양식이고 많은 경우 명문화되지 않은 규칙이기에 그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외부인이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이 다른 공동체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교양이라고 한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매너를 몸에 익히기 위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항선원, 출판사 경영, 무예인 등의 특이한 경력을 가진 저자가 이런 독특한 저서를 펴냈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도 관찰력이 뛰어난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두껍지만 부담이 가지 않는 책. 추천.]]>
신성대 지음, 품격경영
Comments
“신성대 지음, 품격경영”에 대한 2개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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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용감한 표현들이 많네요. 신성대 작가님이 어떤분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품격경영 하편도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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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편도 읽을만 합니다. 표현은 좀 거칠지만 배우는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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