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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lem of scaling

규모의 패러독스

[요점] 규모가 커질 경우 적용되는 규칙이 달라진다.

최근 한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에 사용할 사진 촬영을 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보통 인스타그램용으로 찍는 개별 음식 사진과는 달리 메뉴판에 올라갈 30-40장의 사진은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위해 구도와 조명 등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작업은 1-2개 사진 촬영과는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경험했다. 취미 삼아 1-2장 찍는 것은 부담없이 즐길 수 있지만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30-40장의 사진을 찍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개인 위생과 공중보건 사이에는 규모의 차이가 존재하며 그 규모의 차이 때문에 적용되는 규칙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국지적인 개인 위생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공중 보건 차원에서는 꼭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떤 문제의 규모가 10배, 100배, 1000배, … 올라갈 때마다 주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각각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개인 차원에서의 심각한 문제는 전체 규모 차원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거나, 개인 차원에서는 별일 아닌 사소한 문제가 전체 규모 차원에서는 심각하게 다뤄지는 규모의 비대칭성이 발생할 수 있다.

왜 그런 것인지 설명이 쉽지는 않지만 대충 그렇다. 설명이 어려운 이유는 복잡성(complexity)의 발현 때문이다. 특히 전염병처럼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는 체계는 더 복잡하다.

정부 차원에서 모임을 자제하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것은 군집 단위를 소규모로 유지하여 복잡성이 커지는 사태를 막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키워드: #전염 #전파력 #복잡성 #scaling #규모 #네트워크 #희석효과

참고 (앞으로 읽으려고 하는 글들):

  1. Robert I. Sutton, “Scaling: The Problem of More” (HBR.org)
  2. William M.K. Trochim, “General Issues in Scaling” (Research Methods Knowledge Base)
  3.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은 옮김, “스케일: 생물, 도시, 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대한 보편 법칙” (김영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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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균 사회

Sterilized Society

학교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고, 개학이 연기되고, 각종 모임이 중단되는 등, 우리는 판데믹의 영향으로 사회적 유대관계에 국내외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공중보건 이슈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낳는지 체험할 수 있는 기간을 통과하는 중이다.

2020년 이후의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를 대충 예상해 보았다.

  1. 강화된 공중 보건 기준에 대한 기대가 사회적 디폴트로 자리잡는다. 이 기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서비스업은 점차 주도권을 잃고 주변으로 밀려난다.
  2. 일회용 마스크, 알콜 소독, 일회용 장갑, 비접촉식 매체 등이 보편화되지만 자연친화성이 낮은 기존 제품과 방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한다.
  3.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되는 길이 생긴다. 애플 워치의 심전도 기능과 같은 디지털 진료 방식이 늘어난다.
  4. 택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산업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택배 서비스 업계의 공통 표준이 생겨난다.
  5. 재택 근무, 재택 수업 등의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학교가 늘어난다.
  6. 사회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성격의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리더 단독의 결정도 곤란하고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도 적절치 않은 경우가 있다. 이때 조직을 대표해 행동 기준을 세우거나 의사결정을 할 책임을 부여받은 소그룹을 미리 위임해 두는 위기 관리 운영 방식이 자리잡는다.
  7. 공중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여겨지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공공연하게 거리를 두는 기피 행동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권력에 의한 강제 격리”를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
  8. 이런 움직임은 한편으로는 지나친 면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로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사회적 접촉 기회가 감소하면서 이로 인한 정서적 결핍 때문에 정신상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한다.

인공적인 멸균 상태가 과연 바람직할까? 보다 유기적이고 자연적인 면역성이 길러지고 건강한 접촉이 유지되는 사회를 위한 능동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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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아래 이미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상세 이동경로가 공개되는 사례 중 하나다:

출처: 염태영 수원시장 페이스북 (2020년 2월 23일 오후 4시 26분 확인)

이런 정보가 공유되는 양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

  1. 나처럼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지난 이틀간 동선을 생각해 내려면 무척 고역이겠다.
  2. 한편, 휴대폰 정보, 신용카드 사용 기록, 그리고 폐쇄회로 카메라 영상 자료를 조합하면 개인의 삶을 꽤 정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말한 투명사회가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3. 개인의 필요에 의해 이런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가능하겠다. 예컨대 기억력 장애가 있거나, 자신의 알리바이를 제출해야 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취미로. (사실, 나한테 필요함.)
  4.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도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전염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겠다. 어디를 가고 안 가고 보다 마지막 접점인 손과 코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5. 누군가에 의해 무작위적으로 전염이 되는 수준에 이른 것을 말하는 “지역사회 감염” 상태가 되면 이런 개인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점차 무의미해질 듯.
  6. “격리(quarantine)”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어간다. 어떤 이유에서든 격리 상태에 처한 사람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새로 개발될지도. 예컨대 격리전용 호텔, 격리 보험특약, 원격근무용 통신서비스와 장비대여, 원격의료진단 서비스, 비접촉 택배 서비스, 음압 격리형 택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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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on food photography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분이 메뉴판에 사용할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사진이 취미라서 여러 행사에서 사진 촬영을 부탁받아봤고, 밥먹기 전에 습관적으로 음식 사진을 찍어놓기는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상업적 용도의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은 처음이라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 중 일부를 기록해 둔다.

대상 vs 맥락

“음식”과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다르다. 음식을 고정되고 독립된 대상물(still object)로 찍은 사진과 누군가가 식사를 즐기는 맥락의 한 장면으로서 식탁 위의 음식을 찍는 장면(scene)은 비슷한 듯 해도 엄연히 다른 사진이다. 후자의 경우도 개인이 식사를 하는 맥락과 여러 사람이 음식과 식탁을 매개로 교제를 하는 맥락은 다르다.

메뉴판에 올라가는 사진은 맥락을 제거한 독립적이고 객관화된 견본(specimen)으로서의 기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이 메뉴를 시키면 대략 이런 모습의 음식이 나옵니다”라는 메시지 전달이 메뉴판 사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과장되지 않게, 그러면서도 음식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드러내는 사진을 찍는 것이 메뉴판 사진의 요구 조건이다. 말하자면 음식의 증명사진 혹은 프로필 사진에 해당한다.

다른 한편, 맥락을 함께 나타낸 사진을 통해 “우리 레스토랑에서 이 음식을 주문하면 식탁에 앉은 분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메뉴판이 아니라 레스토랑 광고에 더 잘 어울린다. 이런 사진은 말하자면 가족 사진에 가깝다.

스타일링의 중요성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조명 조건과 각도를 잘 맞추면 아주 근사한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사진 이미지를 남기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굳이 외부 사진사를 불러올 필요가 없다. 음식 사진 촬영은 좋은 카메라를 세팅해 놓고 셔터를 누르는 작업보다 음식을 어떤 모습과 상태로 준비해야 할지를 레스토랑과 함께 조정(coordinate)하는 스타일링과정에 그 핵심이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카메라의 ISO 감도, 셔터 스피드, 조리개 개방 등의 조건에 앞서 테이블 세팅과 플레이팅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뉴 본연의 모습을 누구의 기준으로 조정할 것이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레스토랑 운영 주체가 보기에 “이만하면 됐다”라고 내놓는 요리가 사진사의 취향에는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과연 어느 선까지 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까? 잘못하면 레스토랑 주인과 주방장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될 수 있으니 무척 조심스럽다.

한편, 사진에만 근사하게 나오고 실제 서빙되는 음식은 메뉴판 사진에 미치지 못한다면 과연 그 메뉴판은 잘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컨대 다음 사례를 참고하라:

메뉴판 사진
실제 상품

메뉴판의 본질

레스토랑에서의 근사한 식사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고 메뉴판은 그 스토리의 여정을 보여주는 지도다. 레스토랑에 들어와 테이블로 안내되어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는 과정은 그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리추얼에 해당한다.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고객은 대체로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과 뜻깊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즉, 고객에게는 음식 그 자체보다 자신의 맥락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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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Ask Me

파커 J. 팔머의 책에는 시가 자주 인용된다. 다음은 오늘 읽은 그의 책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홍윤주 옮김, 한문화, 2001)에서 언급된 윌리엄 스태퍼드(1914-1993)의 시 Ask Me.

Ask Me
William Stafford

Some time when the river is ice ask me
mistakes I have made. Ask me whether
what I have done is my life. Others
have come in their slow way into
my thought, and some have tried to help
or to hurt: ask me what difference
their strongest love or hate has made.

I will listen to what you say.
You and I can turn and look
at the silent river and wait. We know
the current is there, hidden; and there
are comings and goings from miles away
that hold the stillness exactly before us.
What the river says, that is what I 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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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올리버 웬들 홈즈가 말했듯이, 많은 사람은 “자기의 모든 음악을 자기 안에 품고 죽는다.” 내가 그 슬픈 운명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젊었을 때 내개 손을 뻗어 나만의 음악을 발견하고 그것을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 여러 멘토 덕분이다. 이제 나는 그 선물을 자기 노래가 들려지기를 기다리는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차례다.

— 파커 J. 팔머 지음,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김찬호, 정하린 옮김(글항아리, 2018), p57

Oliver Wendell Holmes(1809-1894)의 시 The Voiceless 전문은 아래와 같다. (위 글에서 인용된 문장을 굵게 표시했음):

The Voiceless
Oliver Wendell Holmes

WE count the broken lyres that rest
Where the sweet wailing singers slumber,
But o’er their silent sister’s breast
The wild-flowers who will stoop to number?
A few can touch the magic string,
And noisy Fame is proud to win them:
Alas for those that never sing,
But die with all their music in them!

Nay, grieve not for the dead alone
Whose song has told their hearts’ sad story,
Weep for the voiceless, who have known
The cross without the crown of glory!
Not where Leucadian breezes sweep
O’er Sappho’s memory-haunted billow,
But where the glistening night-dews weep
On nameless sorrow’s churchyard pillow.

O hearts that break and give no sign
Save whitening lip and fading tresses,
Till Death pours out his longed-for wine
Slow-dropped from Misery’s crushing presses,
If singing breath or echoing chord
To every hidden pang were given,
What endless melodies were poured,
As sad as earth, as sweet as heaven!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위의 시를 쓴 사람의 아들이 올리버 웬들 홈스 2세로서 미국 연방 대법관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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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서비스에 대한 생각

마음이 위축된 사람은 남달리 예민하다. 혹은 자신의 약함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에 위축되는 것일수도 있다.

서비스의 사소한 차이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역할에는 이렇게 센서가 예민하게 발달한 사람이 적합하다. 그러나 약간은 방어적이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함께 일하는 과정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

카페의 물리적 환경은 상대적으로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반면 서비스업에서 요구되는 섬세하고 미묘한 행동의 특징을 일정 품질로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과연 “단정하고도 편안한 응대”를 어떻게 프로그램화 할 수 있을까? “품위있는 고객”에 상응하는 “품격있는 서비스”란 어떻게 구현되는 것일까? 진상 고객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당당함과 일반 고객을 주눅들지 않게 만드는 상냥함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서비스의 주체가 되는 직원 개개인의 특징을 바꾸기란 무척 어렵다. 어떤 사람은 눈빛, 숨소리, 목소리의 음색, 혹은 걸음을 걷는 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에게 은연 중에 불안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 특징은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간혹 본인 스스로는 그 점을 모르는 채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동료가 그 점을 지적하기도 무척 껄끄럽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가게 주인이 직접 나서는 경우 이런 부조화가 고착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본인 스스로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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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그러나 일본이라는 곳은 과거 시대를 선도한 주역을 언제까지나 대접해주는 미적지근한 곳이었다.”

구마 겐고. (우치다 타츠루 편, <<인구감소는 위험하다는 착각>>, 김영주 옮김(위즈덤하우스 2019), 189.)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구마 겐고가 사무라이의 역사를 빗대어 일본의 건축업을 정치와 결탁하여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한물간 존재로 폄하하는 표현을 주저없이 써내려간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다. 일본 문화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돌려서 점잖게 표현하는 조심스런 태도’는 오간데 없고 매우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는 태도가 무척 낯설다.

마치 자신이 올라서 있는 사다리에 불을 지르는 듯한 무모함은 절박한 시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이 사람 성격이 원래 이렇게 과감한 것일까?

결국 구마 겐고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건축가로 대표되는 전문가 집단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미학의 대상으로 삼아 경직되고 화석화하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건축가가 스스로를 예술가로 생각하면서 고상한 척 하지 말고 ‘생계와 밥벌이’라는 현실로 내려와 상업성과 실용성을 포용하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조선시대에 유교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실용성을 추구한 실학자의 태도와도 비슷하다. 또한 자신이 성직자이면서도 교회에서 주는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선교 활동을 이어간 바울의 태도도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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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Saving Leonardo

“여기서 정치를 지배하는 힘이 사업에서 이데올로기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영문학과로 진격했던 이들이 이제 백악관에 있는데, 그들은 대학에서 배운 급진적 세속주의 이데올로기들도 함께 가져갔다. 이것은 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질 흐름이다. 현대사회는 지식기반 사회로서, 정보와 전문 기술이 경제적 자원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지식의 자격을 갖춘 것이 무엇인지 규정할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른다.”

낸시 피어시 지음, <<세이빙 다빈치>>(원제: Saving Leonardo), 홍종락 옮김, 복있는사람, 2015),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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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혼자 불쬐고 있지 말고 자신을 불태워라

“우리는─일단 기초를 잡고 나면─다른 모든 것들을 자기 자신과 연결 짓고, 기억을 활용해서 독창적인 사고를 끌어내고, 다른 사람이 말한 것을 시작점, 자양분을 공급하고 키워내야 할 씨앗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해야 합니다. 정신을 무언가로 채워 넣어야 할 그릇으로 보는 것은 올바른 은유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점화시켜야 할 나무이고 점점 창의성을 추구하게 하고 진실에 대한 욕망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이웃에게 불을 얻으러 갔다면 거기서 충분한 불씨를 찾아야 하는데 그냥 거기에 계속 머무르면서 자신의 몸만 따뜻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성을 끌어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는 자신만의 불꽃을 태우고 자신의 지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강의실에 들어가서 앉아만 있는 데 행복해하는 것과 같다. 언어는 단지 그 언어에 연관된 생각만 유발하며 그 자체로 그의 뺨에 홍조를 띠게 하고 몸을 달아오르게 하지만 철학의 온화함 속에서도 그의 지성의 어둠침침함을 걷어내지 못한다.”

플루타르크 /다음 책에서 인용: 앤티 헌트 지음,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박영록 옮김(위키북스, 2010), 157.

무척 인상깊은 구절이어서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되어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The correct analogy for the mind is not a vessel that needs filling, but wood that needs igniting — no more — and then it motivates one towards originality and instills the desire for truth.

Suppose someone were to go and ask his neighbors for fire and find a substantial blaze there, and just stay there continually warming himself: that is no different from someone who goes to someone else to get to some of his rationality, and fails to realize that he ought to ignite his own flame, his own intellect, but is happy to sit entranced by the lecture, and the words trigger only associative thinking and bring, as it were, only a flush to his cheeks and a glow to his limbs; but he has not dispelled or dispersed, in the warm light of philosophy, the internal dank gloom of his mind.”

Plutarch / via Gurteen Knowledge Web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