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사연

어카운턴트(The Accountant)에서 어려서부터 자폐증이 있었던 주인공이 자기 전에 시끄러운 음악과 번쩍거리는 강렬한 조명을 틀어놓고 막대기로 정강이에 통증을 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 장면이 두 번이나 나오는 걸로 보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미국의 영화 리뷰 사이트 IMDb의 게시판에서 이에 대한 답을 발견했습니다. 자폐증을 가진 두 명의 성인 아들을 둔 아버지 Gherhardt의 답글에 의하면, 영화에 나오는 그 장면은 둔감화(desensitization) 훈련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즉, 자폐증이 있을 경우 소리나 접촉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일부러 강한 자극을 주어 민감함의 정도를 낮추어 일상의 삶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걸 읽고 ‘아, 그런 것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크 해던이 지은 소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유은성 옮김, 문학수첩리틀북스)에서도 아스퍼거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주인공은 누가 자기에게 손을 갖다대는 것도 싫어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아마도 비슷한 이유인 듯 합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것인데, 그걸 알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하기가 조금 더 쉬워집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상대가 의외의 반응을 보일 때 놀라거나 기분 나빠하지 말고, “무슨 사정이 있나보다”하고 여유있게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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