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제조업

꼴통쇼 (제58회)에서 김창옥 교수의 최근 근황이 소개되었다. 두 명의 진행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지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창옥 교수는 일반 강연에서는 나눌 수 없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었다.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전문 강사의 삶의 이면에는 어떤 괴로운 사정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주의: 어린이가 듣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UB58xkZUm4 그는 이 대담에서, 자신은 남을 웃기고 울리고 감동을 주는 재능을 가졌지만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해야 하는 역할이 자신의 본 모습과 괴리가 생길수록 정신적인 고통이 커져 결국 우울증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최근 어떤 영화에 출연해 극중에서 실컷 욕을 해대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그의 이야기를 나 나름대로 해석한 것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를 일컬어 감정노동자라고 하는 반면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 속에 흥겨움, 슬픔, 감동 등의 감정적 반응을 만들어 내야 하는 직업이 있는데 이들은 “감정제조업”에 종사한다고 볼 수 있다. 연기자, 개그맨, 연예인, 전문 강사, 설교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고충은 감정노동자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청중의 마음 속에 특정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려면 대단한 지적 노력과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에도 교과목 내용을 전달할 뿐 아니라 학생들이 그 과목에 대한 본질적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려면 한 단계 높은 구상과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의 과업을 “정보의 전달”로 보느냐, “더 배우려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가르치는 이의 자세와 역할은 확연히 달라지리라. 영화 “인셉션“은 다른 사람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을 심어주는 전문가들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인데, 다른 사람 마음 속에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직업도 인셉션 못지 않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김창옥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가 “해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말로 대담을 마무리했다.(이것 역시 나의 해석이다) 그저 진실한 모습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했을 때 듣는 이의 마음에 감동이 만들어진다면 좋겠지만, 감동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해야 진정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 – – – 연관 질문:

  1. 소개팅이나 취업 인터뷰는 자신의 본래 모습 그대로 임해야 하는가? 상대가 원하는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가?
  2.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처럼 친밀한 관계에서는 대체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텐데, 그런 관계에서조차 상대방에게 어떤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된 행동을 할 경우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 착한 아이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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