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하다가 결국 사람이 갖춰야 하는 “기본”이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위키피다아에 따르면 서양 고전에서 말하는 네 가지의 기본덕목(cardinal virtues*)은 prudence, justice, temperance, courage 이다. 위키피디아의 설명과 C.S. Lewis의 책 Mere Christianity(순전한 기독교)에서 이 네 가지를 설명하는 부분을 참고해서 각각을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다.
- prudence: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 센스, 사리분별, 지혜, 상황판단력.
- justice: 공평함. 성실성, 약속을 지키는 것. 정직.
- temperance: 자제력. 자신이 그만둬야 할 때를 알고 그만둘 수 있는 능력. 금욕주의와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 courage 또는 fortitude: 두려움, 불확실성, 위협에 맞서는 용기. 꿋꿋함. 배짱(guts)
일상에서 말하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는 표현을 서양의 기본덕목에 견주어 해석하자면 “상황파악이 안되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공평함에 대한 인식이 모자르며, 자기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하고, 뻔뻔스럽다”라는 뜻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센스, 공평성, 자제력이 결여된 꿋꿋함은 용기가 아니라 뻔뻔함이다. 서양의 기본 덕목 네 가지가 위와 같다면 동양에서 기본 덕목으로 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유교의 오륜(五倫)을 기준으로 한다면 다음과 같다:
- 父子有親(부자유친): 어버이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
- 君臣有義(군신유의):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
- 夫婦有別(부부유별):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
- 長幼有序(장유유서):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
- 朋友有信(붕우유신): 친구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오륜에 흐르는 정신을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관계에 대한 존중, 위아래에 대한 존중, 위계질서에 대한 존중, 동료 간에 약속을 지키는 것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동양의 덕목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는 표현은 “자기 분수를 모르고 선배, 웃어른, 동료를 존중함이 없이 자기 좋을대로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서양과 동양의 기본 덕목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면 사람이 마땅히 갖춰야 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심어줘야 하는 기본의 핵심은 “상황을 인식하는 지혜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본은 결국 황금률**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 마태복음 7:12
– – – *참고: Cardinal이란 단어는 “경첩”이란 뜻의 어원에서 나왔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천주교의 추기경을 Cardinal이라고 부르는 것도 교회 조직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cardinal virtues라고 한다면 사람으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적이고도 중추적인 덕목을 말한다. **황금률은 자신만 생각하는 개인주의도 아니고, 타인이나 사회의 기준만을 생각하고 이에 종속되는 전체주의도 아닌, 자기 자신과 함께 다른 사람도 동시에 같이 생각하는 쌍방향적 평형의 개념을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남이 나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주관적 기대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해서 남을 향한 자신의 행동의 기준으로 삼으려면 고도의 지적, 감성적 능력에 덧붙여 상당한 의지력을 요구하지 않을까? 기본을 갖춘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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