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골라 읽는지 질문을 받는 경우가 가끔씩 있어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왠지 끌려 — 첫인상을 통한 선택 서점을 둘러보다 보면 왠지 끌리는 책이 있다. 표지나 제목의 느낌을 보고 몇 장을 넘겨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지나간다. 그런 책의 제목을 일단 수첩에 적어두었다가 온라인으로 일괄 주문한다. 이렇게 실물을 살짝이라도 보고나서 고른 책은 온라인에서 책소개만을 읽고 고른 책보다 만족스럽게 읽을 확률이 높다. 요즘은 주로 이런 식으로 책을 선정하고 있다.
- 줄줄이 읽기 — 저자 중심의 선택 어떤 저자의 사고 방식이나 표현 방식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경우, 그 사람의 저서를 집중적으로 섭렵하게 된다. C.S. Lewis, 피터 드러커, 고야마 노보루 등이 그런 예다. 같은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을수록 그 사람의 하는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 책에서 책으로 — 소개와 추천을 통한 선택 읽고 있는 책 속에서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책이 있으면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C.S. Lewis도 다른 책에 인용이 많이 되길래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하다가 마침내 계기가 되어 읽게 되었었다.
- 간판효과 — 표지 디자인 때문에 읽게 된 경우 “표지만으로 책 내용을 속단하지 말라(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영어 속담이 있긴 하지만 매력적인 표지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1985년경 서대문에 위치한 생명의 말씀사 책방에서 본 Francis Schaeffer의 Escape from Reason이고, 또 하나는 1990년 전후에 교보문고에서 본 Donald A. Norman의 Design of Everyday Things다. 당시만 해도 내가 전혀 모르던 저자였는데 표지가 남달리 인상적이었던 이 책들을 통해 두 사람을 알게 되었고 푹 빠져들었다.
- 선물받아서 읽는 경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선물로 받은 책은 좀처럼 바로 읽게 되지 않는다. 몇 년을 묵혀 두었다가 겨우 읽게 되기도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책이란 그저 있다고 읽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끌림이 있고 관심이 기울어져야만 비로소 읽게 되는 것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선물을 받았으니 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읽어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자발적인 독서에 대해 부담감으로 작용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선물로 받은 책은 “책”이라기 보다는 “기념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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