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는 저자인데다가 제목이 내 취향과 전혀 맞지 않기에 누군가의 추천 없이는 이 책을 스스로 골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누구가 이 책을 추천해 주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계기로 읽게 되었건 김형태 저, ‘너, 외롭구나‘ (예담)는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이었고 2006-2007년경 당시 근무했던 회사 직원 모두에게 한 권씩 선물한 드문 사례를 남긴 책이 되었다. 젊은 시절의 고민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에 대한 조언을 꽤 직선적으로 제시해 줬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고민을 가진 사람의 형편에 공감하고 동정하다보면 꼭 필요한 말을 사실대로 이야기해주기 보다는 돌려서 이야기하거나 좋은 말로 위로하는 데에서 그치기 쉬운데 저자인 김형태씨는 읽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로 직선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마치 눈다래끼가 나서 안과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가만 두면 안 되겠네요. 조금 아플 거예요’ 하면서 다짜고짜 손가락으로 눌러 고름을 짜내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마취한다고 주사를 놓기는 하는데 그래도 아프다.)
“이유를 알고 싶다고 쓰셨네요. 이유를,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당신이 나이가 많고 빽이 없고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당신 생각엔 당신의 실력이 남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당신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중략) 당신이 입사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는, 실력이 부족해서 입니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달지 마십시오. 푸념도, 비관도 과대망상입니다. 그 시간에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점들을 고쳐 나가고 미비한 점들을 보완하십시오.”
– 김형태 저, ‘너, 외롭구나’, 예담(108-112쪽)
말주변이 없어 고민이라는 문제로 조언을 구한 경우의 예. (아래 사진) 예전에 내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할 때 주변에서 해준 이야기는 “괜찮다. 그런 거 걱정할 필요 없다. 꼭 필요한 말만 하면 된다” 라는 논지의 위로와 격려였다.
김형태 저, ‘너, 외롭구나’, 예담(224쪽) 그러나 김형태씨는 말주변이 없다는 것은 사실은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취직이 안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등 아주 심각한 문제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고쳐야만 한다고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해준다. (아래 사진)
김형태 저, ‘너, 외롭구나’, 예담(227쪽) 상담을 요청한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들으면 무안할 수도 있지만 세상 살아가는 현실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고민에 눌려 주눅들어 있기 보다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개선해 나갈 용기와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오히려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이 책이 인상 깊었던 것은 어쨌거나 저자는 고민을 가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었다는 점이다. 고민에 빠져있는 사람은 고독해지기 마련인데 그런 이들을 위해 대화 상대가 되어줌으로써 적어도 그들의 고독감의 일부분을 풀어주는데 기여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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