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 잔치는 끝났다”에서, 기업체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구조조정으로 그동안 하던 일을 내려놓게 된 40-50대의 고스펙 인력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은 눈부시지만 새롭게 일할만한 자리를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 이런 이들에 대해 한 헤드헌터는 ‘최소한 6개월~1년은 각오하시라’는 말도 한다고. 모세가 40년을 인생의 대기발령 상태로 조용히 지냈던 것을 생각하면 6개월 내지 1년은 잠시 쉬어가는 휴식 시간에 불과할지도. 길게 보고 마음을 차분하게 추스려야지 조급하게 생각하면 실수하기 쉽다. 또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인생의 “다음 단계”는 자신의 역량에 기준을 두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외부로부터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임무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자신의 역량을 월등히 압도하는 커다란 일일수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로 기존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의외의, 또는 하찮게 생각했던 일일수도 있다.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하냐고, 내가 생각하던 건 이런 게 아닌데라고 항변할 수도 있고 자기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대해 “당신의 뜻대로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군가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할 때 그 목소리를 명확하게 듣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일상에 조용히 충실하는 수 밖에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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