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력

“누가 뭐래도 영업맨의 가장 큰 무기는 ‘대화력’이다. 고객과 대화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며 계약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맨은 이 일련의 작업을 오로지 대화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 도키 다이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왜 나는 영업부터 배웠는가” (다산3.0), p109 이 글을 읽고 든 생각 몇 가지:

  1.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고 저마다의 재능이 다른데 ‘대화력’은 나의 강점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는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봐야 하나? 과연 대화력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원래 말수가 없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타고난 저자는 그것이 가능하며 자신이 그 사례임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2.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경청력’은 좀 있는 것 같은데 그걸로는 부족한가보다.
  3. 어쨌거나 누군가와 단둘이 조용히 만나는 일 자체가 많지 않다. 내가 누군가를 식사에 초대하는 일도 드물고 누군가가 나를 특별히 불러내는 일도 드물다. ‘대화력’이라는 걸 연마하려면 사람을 만나는 기회부터 만들어놓고 봐야 할텐데 어쩌나.
  4. 함께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고 느끼는 사람과는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걸로 보아 진정한 대화력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영업맨이 될 가능성이 높간 하겠다.
  5. 내가 만나본 ‘영업맨’ 중에서는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대화’를 잘 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꼭 뭔가를 판매하는 영업맨이 아니고 남을 돕는 입장에 있는 사람, 예컨대 의사 같은 사람에게도 대화력은 중요하다. Atul Gawande의 최근 저서 Being Mortal에서 말기암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대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암 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화학요법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환자에게 결정을 촉구하는 정보전달형 의사(informational doctor)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드물게 환자의 삶의 우선순위를 먼저 묻고 환자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에 보다 적합한 치료 방법을 권하는 해석지향형 의사(interpretive doctor)가 있는데 후자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저자의 아버지가 척수암을 앓는 과정에서 실제로 겪은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 대화를 통해 환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여 환자와 의사 사이의 상호협력적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줬다. 영업맨이 되었건 전문인이 되었건 대화력은 간과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 그 누구든 자신의 책무에 더 어울리는 대화력을 계발하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 – – 참고:
  1. Ezekiel and Linda Emanuel 부부의 1992년도 논문: “Four Models of the Physician-Patient Relationship“, JAMA. 1992;267(16):2221-2226)
  2. 김민정,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한국언론학회, 제53권 3호, 2009.6, 146-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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