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주택에 대한 우치다 타츠루의 관점

최근 어떤 글에서 우리 나라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많은 반면 주거학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 적다는 비평을 읽고 정말 그런 것 같다고 공감이 되었다. 다만 어디서 읽었는지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 안타깝다.

마침 서점에서 내가 평소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 Brutus라는 일본 잡지에서 “주거공간학(居住空間学 )“이라는 특집을 다루고 있어서 혹시나 해서 구입했다. 역시나 왠지 광고성으로 보이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듯한 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반갑게도 내가 무척 즐겨읽는 작가인 우치다 타츠루(内田樹) 선생의 합기도장 건물을 다룬 기사가 있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책값을 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

우치다 타츠루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의 합기도장을 목조로 지었는데 집을 나무로 짓는 것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콘크리트는 바깥 세상으로부터 집의 내부를 확실하게 차폐하는 반면 목조 건물은 외부의 더위와 추위, 태풍의 세찬 바람에 대해 나무가 완충재역할을 하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전달해줍니다. 원래부터 개방적인 재료인 거죠. 게다가 전달해 오는 촉감도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편안합니다. 이 “촉감”이란 것도 꽤 중요합니다. 보통 우리는 길거리를 다니며 소음이나 악취 등 주변에 넘쳐나는 불쾌한 자극을 느끼지 않도록 감각을 닫고 신체를 움추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도에서 수련을 하려면 촉감이나 후각 등의 신체 감각을 최고조로 해야만 하거든요. 따라서 도장은 불쾌한 자극은 없이, 감각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눈에 보이는 느낌은 부차적인 요소이고, 손에 닿는 느낌, 그 속에서 둘러싸이는 느낌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 우치다 타츠루, “불쾌한 자극이 없는, 감각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장소”, Brutus 特別編集 合本・居住空間学 SPECIAL, 2014.12.15, p113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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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는 이 글에서, 자신이 합기도장을 지으면서 극예술 공연도 가능한,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려는 의도와 나무라는 재료가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Stewart Brand의 저서 “How Buildings Learn“에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생활 양식이 변해가듯 건물도 그 변화에 맞추어 수정이 가능해야 하는데 콘크리트 건물은 그게 어려운 반면, 목조 건물은 좀 더 유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걸 읽고 항상 마음 속에 목조 건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우치다 타츠루의 글을 읽고 더욱 목조 건물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Comments

“목조 주택에 대한 우치다 타츠루의 관점” 에 하나의 답글

  1. fruitfulife 아바타

    주변 자극에 따라 신체와 마음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는 말이 와 닿는군요.
    금전적 가치로서의 주택 뿐 아니라 주거공간이라는 본질적 가치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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