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타고난 성격이 있고, 자신의 성격의 스펙트럼에 더 잘 어울리는 사회적 역할과 직업이 존재한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상황이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맞지 않는 성격을 억지로 맞춰가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경우도 있다. 주어진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것과 자신에게 맞는 상황을 선택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 우치다 타츠루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니 참고삼아서라도 읽어보려고 그의 수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그의 성격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달리기와 글쓰기가 그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 굳이 팀으로 일하는 직업을 택하거나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이길 수 있는 유형의 스포츠 또는 경쟁적 비즈니스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su_quote]나는 팀 경기에 적합한 인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경기에는 잘 맞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좋든 싫든 그것은 타고난 나의 성격인 것이다. (중략) 물론 나라고 해서 지는 걸 좋아할 리는 없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경기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한결같이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한 성향은 어른이 된 뒤에도 대체로 변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됐든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이기든 지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런 의미에서 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나의 성격에 아주 잘 맞는 스포츠였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 2009, pp24-25[/su_quote]]]>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Comments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2개의 응답
-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벌써 1학기가 끝나고 올해도 절반을 넘어섰어요. 저도 우치다 선생님 때문에 하루키를 몇 작품 다시 읽었는데, 달리기 에세이는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우치다 선생님 책과 하루키를 나란히 놓고 읽을 기회(독서모임이든 강의든)가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
김경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번역은 어떻게 되어 가시는지요? 우치다 타츠루의 번역서 출간이 뜸한 시기에 저는 엔도 슈사쿠의 수필집 ‘인생에 화를 내봤자’와 ‘나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등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일의 유쾌한 저널리스트 폰 쇤부르크 지음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도 곧 읽으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유쾌한 글들을 읽는 게 좋습니다. 지금은 Lewis Hyde의 The Gift를 감명깊게 읽고 있는데 진도가 느리네요. 더운 날씨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