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관련해서 상대의 진지하지 못하고 느슨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할 때 종종 쓰는 표현이 “장난하냐?” 얼마나 짜증이 나면 그렇게 말할까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난을 칠 수 있어야 친해진다”라는 말도 있고 밥 고프(Bob Goff)도 “기발하고 엉뚱한 장난스러움”을 뜻하는 whimsy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아 장난 그 자체가 항상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리라.
권오진 지음,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예담 2015)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아빠가 놀아주기를 바라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에 돌아오면 창의력(creative juice)은 바닥나고 체력도 소진되어 그저 쉬고만 싶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낮시간에는 창의력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 오래 전부터 창의력이 고갈된 상태로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청소년들의 사교육비의 경제적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를 종종하는데 그것이 우리 나라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는 뒷받침을 하겠지만 그에 비해 놀이와 관련된 문화 자본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게 아닌가 싶다.
카페, 학원, 책방, 장난감 가게, 이 네 종류의국내 점포 수를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동시에 어른들의 삶에도 더 많은 놀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기왕이면 천박하지 않은, 건전하고 창의적인 놀이와 장난스러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른들끼리 또는 마음 맞는 소수의 사람들끼리만 노는 놀이보다, 또는 혼자서만 즐기는 개인화된 놀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풍성한 놀이의 문화 자본이 형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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