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부터 나는 크리스마스가 반갑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교회에서 열리는 학생부 성탄절 행사에 가고 싶은데 아버지께서 허락지 않으시는 데서 발생하는 심적 갈등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학생부의 성탄절 행사라는 것이 실은 아이들끼리 모여서 밤새 노는 성격이 강한 행사였기에 아버지께서 반대하시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가고 싶은데. 아이들이 도대체 어떻게 노는지도 궁금하고. 십대의 마음이 그런 게 자연스러운 것일텐데. 한밤 중에 몰래 집에서 빠져 나와 교회에 갈 수 있을만큼 집과 교회가 가깝지 않았기에 서러운 마음을 굳은 표정 뒤에 숨기고 9시경에 끝나는 공식 성탄절 예배에 참석한 뒤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하면서 연말을 맞는 기분은 묘하게 냉랭해진 마음과 태도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은 뒤에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생각하면 들뜨고 신나는 흥겨움보다는 허전함과 쓸쓸함이 내 마음을 지배했고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생기면 더욱 마음에 두곤 했다. 그래서 성가대 찬양 중에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가 나오면 청중 모두가 일어서야 한다는 외래적 전통이 주는 어색함이 불편했고, 성탄 찬송 중 “천사들의 노래가”의 후렴구가 엉뚱하게 불리워질 때의 온몸이 뒤틀리는 난감함이 싫어 어쩔 줄 몰라했다. (이 점은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낼만 하다.)
한동안은 크리스마스보다 1월 초에 열리는 맥월드 행사에서 애플사 스티브 잡스 사장이 발표하는 키노트 때문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이제는 그가 없으니 연말을 맞는 마음도 예전 같지는 않을 듯 하다.
다만 매 연말에 작성하는 Annual Award에서 어떤 것을 수상작으로 선정할지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어서 12월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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