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근재 지음, 퇴적공간 –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 민음인 (2014) 교양넘치는 글솜씨로 노인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오근재 지음, 퇴적공간 (민음인). 속이 불편해 새벽 두 시 반에 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매우 흥미로와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디자인 전공 교수직을 은퇴한 학자로서의 식견과 깊이 있는 관찰이 노인사회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추천.
“그들은 천국에는 10원짜리 동전 한 닢조차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이승을 떠날 때 물성적인 모든 것은 버릴 수밖에 없지만 넉넉한 마음, 남을 배려하는 따스함, 우정과 사랑 등 영적인 결실만은 내세까지 유효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제 몸에 익힌다.” — 오근재 지음, 퇴적공간 –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 민음인 (2014), p211– – – 한편, 책의 주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책 속에서 아래 글을 읽고 든 생각:
“영국의 문화연구가인 레이먼드 윌리엄스는 문화란 ‘삶의 방식(a particular way of life)’이라 간단하게 정의한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는 허구한 날 똑같은 사료만 주지 말고 자기들이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뷔페나 코스 요리로 달라고 주인을 조르는 법이 없다. 동물의 입과 먹이 사이에는 ‘먹는 방식’이 끼어들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 같은 책, p128인간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를 제공한다. 커트, 염색, 옷, 장식품, 청결한 생활환경, 영양식 그리고 의료혜택 등으로 말이다. 이성은 없지만 행동학습능력을 가진 존재인 개나 고양이에게 부여된 문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편, 유행과 광고에 휩쓸린 “맹목적 소비습관”의 경우처럼 인간이 자신의 이성적 판단을 배제한 채 행동학습만을 필요로 하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것은 반려동물이 누리는 문화혜택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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