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외화를 볼 때 심심찮게 마지막에 뜨는 “번역 이미도”라는 자막을 보면서 도대체 저 여자는 누구이길래 영화 번역을 도맡아 하는 걸까 의아해 했다. 그 주인공이 남자임은 훨씬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 남자가 영화 번역 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창의적 사고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의 “픽사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훔쳐라“라는 제목의 강연(일정이 겹쳐 참석은 못했음)과 그의 최근 저서 “똑똑한 식스팩“을 통해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영화 번역을 10년 넘게 한 사람다운 영화에 대한 애정, 단어 선택에 대한 민감함, 문구나 표현의 원전(original source)을 존중하는 태도, 의미를 확장하고 수렴하면서 표현의 대안을 찾는 재능 등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앞서 읽은 “공부와 열정“의 저자 제임스 바크와 많이 닮은 인물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제가 스스로 선택해서 그것에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좀 길게 고백하자면, 저의 아버지는 저를 간섭하지 않았습니다.[…]간섭을 안 받았기 때문에 저의 꿈과 부모의 꿈이 충돌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 이미도 지음, 똑똑한 식스팩, 디자인하우스, pp 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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