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간)은 연세 많은 어르신들을 인터뷰해서 삶에 지침이 되는 교훈 30가지를 요약, 정리한 책이다. 원래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제목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읽을 가능성은 별로 없는 책인데 독서모임에서 7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남기고 싶은 삶의 교훈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면이 있다. 예전에 읽은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역,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21세기북스)이란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도 내용상으로는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결혼, 직업, 육아 등의 주제별로 다섯가지 씩을 묶어서 정리한 덕택이었을까? 번역이 깔끔하게 잘 되어서였을까?
[…]그렇다면 결혼한 후 배우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떨까?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제목 <사랑해. 당신은 완벽해. 그런데 좀 변했으면 좋겠어(I Love You. You are Perfect. Now Change).>처럼 말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그런 일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못박는다.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결혼하기도 전에 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조언한다.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간), p49
슬프게도 루스 햄은 비행기 사고로 대학생이던 딸을 잃었다. 성인이 된 자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내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식은 절대 떠나보내질 못해. 절대로. 가슴에 묻어둘 뿐이지. 딸과 내가 늘 하던 게 있어. 무슨 이야기를 했건 간에 전화통화 끝에는 늘 사랑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지. 그렇게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가 딸애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바로 ‘사랑한다’였거든.”
[…]
하지만 하지 못한 말이나 묻지 못한 말들 가령, 용서를 비는 말부터 사랑한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묻어둔 말들은 대상이 떠나고 나면 절대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지 않는 비결은 단 하나, 지금 바로 말하는 것이다.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간), p256-257
저자가 인터뷰에서 사용한 질문이 책 말미에 있길래 이를 차용해서 80세가 되신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 평생을 살아오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입니까?: 정직
- 마흔 즈음을 보내면서 제가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 것.
-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삶의 가치나 원칙들이 있습니까? :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것.
- 백년해로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상대를 이해하는 것. 사랑보다도 이해하는 것.
- 인생에 특별한 전환점이 있었나요? : (살짝 웃으시며) 있었지. 말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지.
- 건강에 관해 깨달은 교훈들이 있나요? 그렇지. 건강해야 한다는 것. 건강해야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고생을 안 시키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니까. 건강해야지.
참고로 이 책의 바탕이 된 코넬대학교의 The Legacy Project 홈페이지에서 책의 주요 내용 일부와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뻔한 것 같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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