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하라 시게아키, 그래서 의학은 재미있다

나는 좋아하는 저자가 생기면 그 사람의 저서를 줄기차게 읽어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 중 대표적 인물이 C.S. Lewis. 그의 책 대부분을 읽었고 특히 Mere Christianity와 The Screwtape Letters는 각각 일곱번 이상 반복해서 읽었다. 읽을 때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근래에는 우치다 타츠루의 저서를 계속 읽었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 국내에 번역된 10권 중 아홉 권을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고 새로운 책이 나온다면 계속 읽고 싶다. 줄기차게 저서를 읽어나가고 있는 저자를 또 한 명 덧붙이자면 일본의 의사로서 104살임에도 여전히 집필과 강연 활동을 계속 중인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선생. 최근에 읽은 “그래서 의학은 재미있다”(미번역, だから醫學は面白い)에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어 옮겨본다. 16살 여공의 죽음 (pp52-53)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가 의대 졸업 후 첫 근무지에서 가장 처음 담당한 환자의 이야기다. 아버지를 여의고 학교 진학을 포기한 후 어머니와 함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6세의 소녀는 결핵성복막염에 걸려 입원했다. 날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어 입원 후 약 2개월이 되었을 때 그녀는 “선생님, 저는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히노하라는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어머니께서 곧 병문안을 오실테니 힘을 내라”고 했지만 그녀는 “저는 어머니를 못 뵐 것 같네요. 그동안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 죄송해요. 선생님께서 대신 인사드려주세요.”라고 했다. 히노하라는 “죽지 않을 거니까 용기를 가져라”라고 한 후 간호사를 불러 강심제 주사를 놓게 했으나 주사를 맞는 동안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히노하라는 이 사건을 겪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의사로서 환자에게 임박한 죽음의 예후를 감지했다면 차라리 “어머니께는 잘 말씀드릴테니 걱정말고 좋은 곳으로 가거라”라고 말해주거나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서 위로해 주는 편이 나았을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하며 자신이 주치의로서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임상의로서의 자세를 평생 견지하게 된다. Patient Profiling의 중요성 (pp2-3) 그의 환자 중에 류마티스성 심장병을 앓으면서 심부전증이 악화된 45세의 여성이 있었다. digitalis 등의 강심장제를 처방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투여량을 늘였더니 부작용이 생겼다. 사회복지 지도사에게 부탁해 그녀의 집을 방문해보도록 했더니 그녀는 엘레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의 3층에 살고 있었다. 가족으로 알콜중독자 남편과 아들 둘이 있었다. 집에 욕실이 없어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중목욕탕이나 장을 보러 다니느라 매일 몇 차례씩 계단을 오르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힘에 부치는 일상이 있는줄 모르고 그저 약만 처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복지 지도사를 통해 권유해서 1층집으로 이사하도록 했더니 심부전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임상의는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언제부터 그랬나요”? 수준의 질문에서 그치지 말고 환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 생활습관 등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기록하는 patient profiling 을 통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히노하라 시게아키는 더 바람직한 임상의학을 실현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lap desk(무릎 위에 올려놓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석 모양의 소형 테이블)을 들고 다니며 기차 안에서도 원고를 작성한다고. 그는 체중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는데 30세 때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300 kCal 정도로 맞춘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30세 때를 기준으로 체중을 맞추려먼 앞으로 5Kg을 줄여야 하는데 2015년 동안 달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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