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1년 12월

  • English in Real Life Situation (생활영어)

    영어로 쓰인 책도 읽고 영어책 번역도 하고 아주 가끔 통역도 하지만 실생활에서 라이브로 만나는 영어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출장을 가게 되면 까페에 들어가서 음식이나 음료 주문하는 것 조차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다.

    영어를 책으로 읽을 때와는 달리 실제 상황에서의 영어에는 세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1) 주변 소음, (2) 말하는 이의 액센트(억양), 그리고 문화적 문맥(context). 자세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우선 소음. 나는 청력이 약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예민해서 작은 소음까지 신경을 써서 그런지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서양사람들은 웅성웅성 모여 자기 소개하고 지나가는 잡담 잠깐 나누고 또 다른 사람 붙잡고 이야기하고 하는 파티를 즐기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분위기에 잘 적응이 안 된다. 적응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상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것. 주위에 아무도 없고 일대일로 대화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사람들의 대화 소리에 쿵쾅거리는 배경음악 소리까지 겹치면 나는 상대방의 눈빛만 보고 고개를 끄떡거리는 어색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때론 상대방도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있는 것 같은 무안함에 자연스레 그런 회합을 피하게 된다.

    다음은 액센트. 책을 읽을 때는 신경 안 써도 되는 부분이 이건데 실생활에서는 해석해야 하는 정보의 층(layer)이 억양의 형태로 추가된다. 미국도 땅이 넓은지라 지역에 따른 지방 억양이 있는데 빨리 말하면 소음없이 일대일로 이야기해도 정말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서로 무안하지 않기 위해 무조건 “그래요? 아 그렇군요” 라고 일반적인 답변으로 넘어가곤 하지만 속으로는 무척 좌절스럽다. 또한 이민자들이 많아서 출신 국가에 따른 억양차이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문맥. 이것은 상대방의 문화가 가지는 무언의 규칙을 이방인인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이다. 예컨대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의례히 먹고 가는지 아니면 가져갈 것인지 묻는 패턴을 알고 있으면 상대방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억양으로 “Here or to go?”라고 묻는 말에 적당히 응수할 수 있지만 그런 질문이 나올 거라고 기대조차 못한 사람은 난감하기 일수다. 더 나아가 정부 관료나 기업체 임원들이 모이는 세련된 사교 모임에서는 더더욱 이 사람들의 일반적 응대 패턴이나 그 당시의 화제 거리에 대한 예비 지식 없이는 제대로된 대화가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출장을 떠나기 전에 해당 국가의 뉴스 헤드라인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보는 정도의 정성은 필수다. 미국에서는 비즈니스 미팅 전에 상대방의 출신 지역 야구팀 또는 미식축구팀의 최근 경기 결과를 찾아보고 만날 때 한마디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Context를 알면 text를 완벽하게 몰라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텍스트를 정확하게 알아도 컨텍스트를 모르면 상대의 의사를 해석하기 어렵다. 문맥이 없는 대화는 깊이가 없다. 이를테면 I am a boy. You are a girl. This is a pen. 수준의 대화와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국제 정세, 시사 뉴스, 스포츠, 정치, 연예 등 일반적인 화제거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처음보는 사람과 할 이야기가 없을 뿐 아니라 상대방의 적극적인 대화 노력에도 장단을 맞춰주지 못해 미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출장 중에 어떤 분을 만났는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그런지 자기 아내가 한국 드라마의 광팬이라고 말해줬다. 나름대로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공통의 소재가 될만한 이야기거리를 던져주는 매너있는 센스를 발휘해 준 셈인데 지난 10년간 겨울연가, 대장금 등을 포함해서 그 유명한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은 나로서는 적당한 응수를 해드리지 못해 송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난점 모두 시간을 두고 상대의 문화에 젖어드는 기회를 가지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특히 문화적 문맥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다른 이들의 지도를 잘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늦게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어느 정도는 따라 잡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뿌와쨔쨔의 영어 이야기”라는 사이트(강력 추천)에서는 서양 문화의 문맥과 함께 영어를 설명해 줘서 상당한 도움이 된다. 또 국제 매너 참고서를 공부하는 것도 의외로 유용하다. 상황에 대한 이해는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도 실생활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Grand Separation

    아브라함은 그는 자신의 일생동안 수 차례의 커다란 결별의 결심을 한다.

    첫 번 째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고향의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떠난 것(창세기 12장)이었고 두 번 째는 자신을 좇아 고향에서부터 따라온 조카 롯과의 재산상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결별한 것(창세기 13장)이었다. 세 번 째는 자신의 아내 사라의 몸종 하갈에게서 낳은 서자 이스마엘을 그의 생모와 함께 내어보낸 것(창세기 21장). 그리고 네 번 째의 경우, 자신이 노년에 낳은 아들 이삭을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제물로 바치기 위해 진심으로 그를 죽일 각오를 한 과정에서 마음 속으로 아들을 포기하고 결별하기로 결심한 것(창세기 22장)이었다. 이 네 가지 모두 자신의 가족과의 결별이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포용력도 있어야 하지만 결별 또한 때로는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가족의 일원과도 영원히 함께할 수만은 없는 상황도 있다는 것이다. 부르심이 가족의 유대 관계보다 우선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렵더라도 단호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 Fake

    By the social standard of the day, they were considered religious, godly, and even holy. They were leaders and teachers who held authority over the religious administration of the community.

    But Jesus called them fake.

    I wonder if they knew that they were not real before Jesus pointed out their lack of authenticity.

    It is interesting to note that Jesus was rather gentle and hospitable to real sinners but quite blunt and harsh to fake saints.

    A hypocrite is the one pretends to be morally blameless with the intention of gaining respect from others. Obviously, Jesus hated this.

  • Homemade Diary for 2012

    연말이 되어 문구점에는 새해 다이어리 판매가 한창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시간을 인지하는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에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리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 예를 들면 한 주의 시작을 일요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월요일로 보는 사람이 있다. 많은 다이어리는 월요일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주말과 일요일이 붙어 있게 되니까.
    • 요일별로 나눠놓은 칸의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 칸이 월-금에 비해 반으로 쪼개져 있는 다이어리가 의외로 많다. 어떤 사람은 주말과 일요일에 적을 내용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 시간의 흐름이 주 단위인 사람도 있고 월 단위인 사람도 있고 하루 단위인 사람도 있다. 드물게는 10분 또는 15분 단위로 시간의 흐름을 관리하는 사람도 있다.
    • 시간의 흐름이 아닌, 생각의 흐름에 따라 기록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날에 동일한 분량의 면적을 할애해 놓은 다이어리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 하루의 시작이 9시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4시인 사람도 있다.
    •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과 지나간 사건의 의미를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
    • 국제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여러 나라의 공휴일이 표시된 달력이 유용하기도 하다.

    사람마다 이렇게 다를진대 6공 펀치, A5 바인더, A5 용지, 그리고 컬러잉크젯 프린터(레이저프린터는 뜨거운 롤러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종이가 말리거나 필기감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서 곤란)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설계된 수제 홈메이드 다이어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New Perspective without Glasses

    아침에 피곤했는지 집중력이 떨어져서 유리문을 미처 보지 못하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바람에 안경이 부러졌다. 나는 난시가 심한 편이라 새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과에 안경 처방을 받으러 갔더니 안과 의사선생님께서 “안경을 쓰지 말라는 말은 아니지만 꼭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하셨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지만 안경 없이 지내보려고 하고 있다.

    관점이 바뀌면 습관도 바뀔 수 있다.

  • Fresh

    살아온 생애 중에 신선했던 시기가 있었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오래 오래 신선한 느낌을 주는 사람도 있다.

    나이는 젊은데 별로 신선하지 않은 청년들도 간혹 있는가 하면 50대 이상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반짝반짝하고 생기가 넘치는 분들도 간혹 계시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향기마저 신선하다.

  • Best Album for Christmas

    내가 이제껏 들어본 크리스마스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순서대로 뽑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Take 6, He Is Christmas – Boyz2Men 조차 존경한다는 남성 아카펠라 그룹 Take 6가 부른 크리스마스 앨범인데 편곡과 연주가 일품이고 곡들의 메시지도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잘 전달하고 있어서 반갑다. 타이틀곡인 He Is Christmas를 비롯해서 어느 곡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훌륭한 앨범이다. 지난 주에 모 대형마트에서 Take 6의 He Is Christmas 앨범 중 한 곡이 흘러 나오는 것을 듣고서는 깜짝 놀랐었다. 이 앨범은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 Everlasting Light – 이 앨범은 Claire Cloninger & Mark Hayes가 작곡해서 1986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뮤지컬이다. 아주 오래 전, 여의도침례교회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 뮤지컬을 연주했었는데 마침 내 동생에게 그 교회에 출석하는 친구가 있어 악보와 테이프를 얻어 들었었다. 이 훌륭한 뮤지컬 안에 그 유명한 People Need the Lord가 포함되어 있다. 앨범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한편 Youtube에서 일부 곡들을 들어볼 수 있다.
    • Handel’s Messiah, A Soulful Celebration – 헨델의 메시아를 흑인 음악의 스타일로 편곡한 앨범. 90년대 중반, 라디오에서 이 앨범을 소개한 것을 듣고 한 순간에 매료되었다. 유학 중 한 음반 가게에서 마침 이 앨범이 눈에 띄어 그 이후로 줄기차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고전 음악을 전공한 후배들은 이 앨범을 듣고는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흑인 음악의 역사를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편곡된 메시아 서곡이 걸작인데 vimeo에서 아주 일부분을 들어볼 수 있다. 메인 곡인 할렐루야를 Youtube에서 들어보시길.
    • Mariah Carey, Merry Christmas – 여러 팝송 가수들이 낸 크리스마스 앨범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흥행에 성공한 앨범이 아닐까 싶다. 편곡도 깔끔하다.
  • Annual Award 2011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 시상 이벤트, 2011년의 Annual Award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Person of the Year: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 重明)

    1911년 일본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라면서 많은 병치레를 했는데 놀랍게도 올해 100세가 되기까지 여전히 활발하게 진료, 저술, 강연 활동을 펼치는 불가사의한 일본의 의사 선생님.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이 분의 책을 발견해서 아버지께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는데 내가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어서 연달아 이 분의 책을 구입해서 시리즈로 읽고 있다. 건강한 생활 방식, 일하는 태도 등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분을 생각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단순히 오래 산다는 장수(longevity)가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그날 그날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품질(qualify of life)이 아닐까 싶다. 100 살이 아니라 30살에도 이분처럼 열심히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을 듯.

    Book of the Year

    Michael Bliss, William Osler: A Life in Medicine –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히노하라 시게아키 옹의 책 속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읽고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이토록 존경하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마침 아마존 킨들 버전으로 된 전기가 있길래 구입해서 읽었다. 100년 전에 살았던 캐나다 출신 의사의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지칠줄 모르는 프로 정신, 거의 소설속 주인공 처럼 모든 사람이 우러러 존경하는 완벽한 인품과 유머 감각 등을 갖춘 오슬러 박사는 히노하라 시게아키 옹 못지 않은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오슬러 박사도 영국에서 캐나다로 파송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점에서도 히노하라 시게아키씨와 비슷한 면이 있다. 페이퍼백으로는 608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히 두꺼운 책인데 킨들로 읽어서 편하다.

    Stationery of the Year

    1. Lamy Safari Fountain Pen (Charcoal Black, Matte Finish) – 라미의 만년필 중에서 이 모델은 오래 잡고 있어도 편하게 쓸 수 있다.(라미의 다른 사파리 모델은 표면이 매끈하게 glossy 처리가 되어 있어서 금새 땀이 차서 미끄러워짐.) 그리고 라미의 펜촉은 다른 고급 만년필에 비해 꺼끌꺼끌한 편이어서 마치 연필로 적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2. Uni Kuru-Toga Sharp Pencil –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디자이너 Andrew Kim의 홈페이지에서 보고 구입하게 되었는데 일년 동안 나의 주된 필기도구가 되었다. 주요 특징은 내부의 경통이 회전하는 메커니즘 덕분에 샤프심이 한쪽으로만 날카로워지는 현상을 방지해 준다는 것. 동네 문방구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듯. 참고로 일본 문구류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한 편이다.
    3. Pilot Iroshizuku ink (Asagao): 미투데이에서 누군가가 추천한 글을 읽고 찾아 보았는데 미묘한 색상의 아름다움이 주는 신선함과 즐거움이 그만한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 비교적 비싼 잉크. 한참을 썼는데 아직도 반도 못 썼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일반 청색 잉크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미묘한 신선함이 있다.

    Design of the Year + Restaurant of the Year

    1. 신선설농탕 – 설농탕 전문 체인점인데 디자인의 표현이 세련되었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펼치는 모습이 만족 이상의 깊은 감동을 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뭐라도 새롭고 의미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은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 업계에 유익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회사의 대표는 오청이라는 분인데 가업을 이어받은 2세라고. 사진으로 보면 전혀 설렁탕과는 안 어울리는 듯한 인상인데 암튼 멋진 비즈니스를 펼쳐주니 감사하다.
    2. 오가다 – 신선설농탕만큼의 진한 감동은 없지만 남들이 너도 나도 대동소이한 커피 전문점을 내고 있는 와중에 한방차라는 고유하고도 독특한 테마로 찻집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진취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명함 디자인에서도 이런 저런 사소한 유머를 발휘하는 등 (아래 사진 참조), 고객과의 접점에서도 틀에 박힌 형식을 깨뜨리고 가까이 다가가려는 세심한 노력이 돋보여서 반갑다. 오가다의 창업자는 최승윤이라는 젊은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Event of the Year

    2011년 10월 21-23일 동안 서울의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세계원자력산업정상회의가 열였다. 1년 넘게 준비해서 행사가 치뤄지는 과정에서 coordinator로 참여했다. 원래는 4월 말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3월 11일에 일본 동북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행사가 10월로 연기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협력해서 행사가 무사히 잘 끝났는데 나는 신경이 예민한 편이어서 그런지 아직도 그 긴장으로부터 충분히 회복하는 중. 어쨌든 2011년 대부분을 이 일을 준비하면서 보냈으므로 올해의 행사로 정했다. 비공개 회의여서 링크할 자료가 없음.

    Visual Communicator + Blog of the Year

    최문규씨의 나의 시선 블로그 – 우리나라의 원조 얼리어덥터라고 할 수 있는 최문규씨는 좋은 상품을 남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아주 특별한 분야의 전문가다. 사진을 찍는 솜씨와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이를 편안한 문체로 풀어내는 재능이 남다르다. 월-금 동안 하루 세 차례 시간을 정해놓고 체계적으로 새로운 블로그 글을 올리는 것도 보통 내공이 아닌 듯. 자칫 악플의 표적이 될 수도 있을 위험에도 자신의 소비 생활을 드러내는 담대함에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도 있으나 그런 개방성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ntertainment Program of the Year

    KBS 2 개그콘서트 – 우리 집은 원칙적으로 텔레비전을 보지 않지만 소문을 듣고 별도로 챙겨본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 http://k.kbs.co.kr로 접속하면 아이패드에서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두 코너가 특별히 재미있었다. 사람들의 일상 생활과 마음 속 심리를 깊이 있게 관찰한 것을 통해 일상 생활 속의 모순과 갈등을 재치있게 조명한 매우 훌륭한 내용이다.

    Speaker of the Year

    김창옥, 김창옥퍼포먼스트레이닝 대표 – Podcast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는 강의. 여러 강의 중에서도 명강사, 명강의 시리즈에 올라온 ‘호감의 법칙 1‘, ‘호감의 법칙 2‘가 제일 재미있다.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그나마 기분 좋게 웃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강의였다.

    Font of the Year

    Museo 서체 – Jos Buivenga 라는 서체 디자이너는 자신이 공들여 만든 꽤 품질이 높은 서체를 일부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 Museo라는 서체가 마음에 들어 여기 저기 잘 사용하고 있다. Light에서 Heavy까지 다양하게 제공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서체 개발자 관련 기사)

    Bag of the Year

    invite.LSlim Bag in Bag – 사촌동생이 아내에게 선물한 가방인데 내가 접수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마침 MacBook Air크기에 딱 맞고 관련 악세서리가 들어갈 수 있는 포켓이 많아서 상당히 유용.


    Annual Award 목록:

    1. Annual Award 2017
    2. Annual Award 2016
    3. Annual Award 2015
    4. Annual Award 2014
    5. Annual Award 2013
    6. Annual Award 2012
    7. Annual Award 2011
    8. Annual Award 2010
    9. Annual Award 2009
    10. Annual Award 2008
    11. *Annual Award 2005-2007는 파일을 분실했음
  • a day without mobile phone

    오늘은 깜박 잊고 집에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 게다가 오늘은 계속 바깥으로 다니는 날.

    그렇지 않아도 그간 누적된 긴장을 풀기 위해 종종 핸드폰을 꺼두곤 했는데 오늘은 아예 핸드폰이 없으니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고 남에게 연락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누렸던 각종 편의 기능도 사용하지 못한다. 사진도 못 찍고 음악도 듣지 못한다. 덕분에 들고 나온 헤드폰은 소음 차폐와 추운 날씨에 따뜻한 귀마개 역할을 잘 하고 있다.

    통신이 두절되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업무에 집중하도록 도와줄 것인지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한편으로는 반갑다. 또한 의도적으로 핸드폰을 두고 나온 것은 아니므로 일부러 남을 “생까는(무시하는 마음으로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얻는다.

    외부로부터의 단절과 연관된 글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참고로 적어 놓는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늘 혼자서 보냈다. 그건 내가 비사교적이기 때문이 아니고, 예술가가 창조자로서 작업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 바란다면 자아 규제 ― 바로 사회로부터 자신을 절단시키는 한 방식 ― 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작품을 산출하고자 하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사회 생활면에서 다소 뒤떨어진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미셸 슈나이더 저/이창실 역 | 동문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