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9호선 신논현역에서 내가 종종 참조하곤 하는 지하철 운행 시간표다. 신논현역에서는 일반열차와 급행열차가 동시에 대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어느 쪽이 먼저 출발하는지를 알기 위해 위의 시간표를 참조한다. 이 표가 유용하려면 “개화” 방면이 자신이 가려고 하는 방향인지 알아야 하고, 오늘이 평일인지 휴일인지 알아야 하고(휴일 시간표는 바로 옆에 붙어 있음),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야 하고, 그리고 표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이 갖춰져야 한다. 머리 속으로 그런 다차원적인 탐색을 하고 나서야 다음 번에 출발하는 열차가 몇 시에 출발하고 그것이 일반인지 급행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적절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이런 탐색의 수고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의 위치, 시간, 행동 습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그와 유사한 서비스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상황에 대한 해석을 외부 프로세스에 내어 맡김으로써 우리는 그만큼의 편리함을 누리는 한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조금씩 무뎌져 간다는 우려가 있다. 위의 시간표는 정보의 지도다. 지도는 정보를 표시할 뿐, 사용자가 필요한 정답을 알아서 눈 앞에 들이밀지 않는다. 사용자가 주어진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해서 필요한 답을 찾아야 한다. 정보의 지도를 일상적으로 더 자주 활용해야만 디지털 치매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앞으로 지도와 더 친하게 지내려 한다.]]>
[월:]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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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2day에 남겼던 생각들
2007년에 시작된 토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미투데이(me2day)가 2014년 6월말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장본인인 만박님과는 아는 사이여서 초기부터 남다른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온라인 서비스의 종료(end-of-life)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착잡한 심정이다. (위 사진은 2008년에 미투데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당시는 NHN에 인수되기 이전이었다.) 다양한 온라인 소통 채널이 존재하지만 각 채널별로 접속하는 사람들(audience)가 다르기 때문에 각 채널에 올리는 내용도 조금씩 성격을 달리해서 올려왔다. 예컨대 다양한 문맥에서 알게된 서로 다른 유형의 청중이 모인 페이스북에는 “공식적이고 안전한” 내용을 위주로 올리는 반면, 비교적 적은 수의 청중이 모이고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미투데이에는 투덜거림, 아쉬움, 잡념 등이 포함된 일상적인 생각을 적곤 했다. 한편, 본 블로그에는 좀 더 길게 써야 하는 생각 또는 관찰한 내용 등을 게재해왔다. 그 외에 트위터,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 다양한 채널별로 조금씩 다른 정체성(identity)이 표현되는 스펙트럼 분화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미투데이에 올렸던 글 중 일부를 모아보았다.
시간을 아끼려고 밥을 빨리 먹기보다 조금만 먹는 편이 낫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급히 서두르기보다 일찍 출발해서 느긋하게 가는 편이 낫고, 더 많은 물건을 수납하려 애쓰기 보다 수납할 물건 자체를 줄이는 편이 낫다. — 느리게 가볍게 알차게 13/10/31 1:17 PM
모든 걸 다 잘 할 수도 없고, 한 가지를 항상 언제나 잘 할 수도 없고,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살 수도 없다. 뭔가는 할 수 있는 게 있고 어쩌다가 잘 할 수도 있고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하게, 속이지 않고, 꾸준히 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3/10/30 10:35 PM
살빼고 싶다고 빠지는 게 아니고 돈 벌고 싶다고 벌리는 게 아니고 오래 살고 싶다고 장수하는 게 아니다. 본질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없는 걸 급하게 이루고자 하면 탈이 생긴다. — One day at a time 13/10/26 9:36 AM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치있는 것 중에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닌 것: 행복한 추억, 우호적인 친척, 넓은 인맥, 건강한 유전자, 좋은 평판 — 13/10/11 1:14 PM
남보다 앞설 필요도 없고, 남과 “다른” 길을 가야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시간표 대로 “바른” 길을 가면 된다. — 생존을 위해 남과 경쟁하기보다 삶을 위해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 더 어렵다 13/8/20 8:14 AM
당신이 3개 국어에 능통하기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큰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의 경쟁자는 중국어를 포함한 5개 국어에 능통하고 당신보다 15살이나 젊다. 피부와 눈빛에서 벌써 건강한 에너지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 40대에 느끼는 위기감. 13/8/14 9:56 AM
이 세상은 (1)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 (2) 미래를 받아들이는 사람 (3) 미래에 끌려가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그룹의 사람들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삶의 경험이 현저히 달라진다. — 린다 그래튼 지음. 일의 미래(The Shift)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 13/7/4 12:03 PM
마무리 동작. 끝내기. 종료 시퀀스. 유언. 스완송, 졸업식. 화룡점청. 엔딩 크레딧. 설거지. 장례식. 쫑파티. “다 이루었다” 피날레. 폐막식. 은퇴. 종업식. 망년회. closing. epilogue. — 중간에 포기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끝까지 잘 하자. 13/5/27 1:41 PM
국제적 명망이 있는 모 인사는 엘레베이터에 여성과 단둘이서 타는 것조차 피한다고. — 틈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위치도 있다. 13/5/11 11:28 AM
경영자로서 희망과 기대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경영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희망하는 것은 경영의 대상이 아니다. — 직원이 더 나은 됨됨이의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희망사항이다.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놓고 그 제도가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경영이다 13/6/24 5:58 PM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자식에게 투사하면 달리기 경주에서 은메달을 따서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조금만 더 빨랐으면 금메달인데” 하며 아쉽다고 한다 — 13/5/3 9:47 PM
요셉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었다면 장차 이집트의 총리가 되기 위해 무려 23년간의 노예-감옥 생활을 끼워넣을 수 있었을까? 자기 삶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결정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 결혼은 자기복제가 아닌 전혀 다른 개체–그것도 친인척이 아닌–와의 결합인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Self-sufficiency 의 개념은 불완전한 사상이다. 13/4/15 11:1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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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sim Nicholas Taleb, Antifragile
Nassim Nicholas Taleb(1960년생) 원래 선물거래(option trading)를 하던 투자전문가였다가 통계학 분야에서 유명한 저술가가 된 인물이다. 그가 2007년에 출간한 The Black Swan(블랙스완)이란 책은 2008년 리먼사태가 일어난 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블랙스완이론은 일어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져 사람들이 간과하던 사건이 일단 일어난 후에는 엄청난 파급효과–주로 부정적인–를 내는 일련의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가 2012년에 저술한 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원제 Antifragile: Things That Gain from Disorder)이란 책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안티프래질이란 시스템의 안정을 해치고 불편을 초래하는 자극이 가해질수록 시스템이 오히려 더욱 성장하고 강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처음엔 도대체 그런 게 어디있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자연 현상 중에 안티프래질 특성을 가진 것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안티프래질은 일반 시스템 이론에서 흔히 거론되는 강인성(robustness)이나 회복력(resilience)과는 다른 특성임을 거듭 강조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저 서로 유사한 것이려니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안티프래질 특성의 한 가지 예로서, 사람의 신체는 가끔씩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배고픔과 결핍을 경험할 때 오히려 더 건강해지고 더 젊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힘든 경험을 겪지 않고 편안하기만 하면 붕괴와 퇴조를 앞당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뭔가 그럴싸하지 않은가? 워낙 두꺼운 책이라 진득하게 앉아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억지로라도 듣게 되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중인데 아주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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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ltimate irrelevance of achievement and the significance of relationship
Matthew 25:31-46, it is shown to us that, on the judgment day, our individual achievement, such as how many books we have written, how much accolades we have accrued, or how far we have reached in terms of professional excellence, does not really matter. Instead, what ultimately matters is our relational and behavioural state of being, as represented by what our existence have meant for those around us who were in rather sorry situation. Those who were cold, sick, hungry, or thirsty. Or, those who felt lonely and vulnerable because they were considered as strangers. Those who are recognized and honored at the end are those who has had healthy disregard for self while maintaining caring attention and compassion towards others. How simple is that.]]>